마법사의 손바닥
가네꼬 미수주 지음, 고오노 에이지 옮김 / 책마루 / 201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법사의 손바닥]일본 천재 여류 동요시인의 미발표작품들~

 

일본 천재 여류 동요시인인 가네꼬 미수주(1903~1930)의 미발표작품들이다. 처음 투고한 작품들이 네 군데 잡지에 동시에 게재될 정도여서 그녀는「젊은 동요 시인의 거성」으로 불리기도 했다. 여기에 실린 작품은 그녀의 자살 이후 50년이 지난 뒤(1984) 한 연구가에 의해 찾게 된 작품들이다. 순박하고 깨끗한 느낌의 시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맙시다

아침 뜰 한 구석에서

꽃이 살며시 우는 일

 

만약 소문이 퍼져

벌의 귀에 들어가면

나쁜 짓이라도 하듯이

꿀을 돌려 드리려 갈 것이니 -「이슬」 전문 (15쪽)

 

이슬이 꽃의 눈물로 표현했다니,

벌은 몰래몰래

꿀을 훔친 건가. 허락도 없이.

새벽녘

모두가 잠든 때에 몰래 꽃이 운다는 건

무시무시한 벌의 톡~

쏘는 벌침을 두려워 한 걸까.

애당초

벌은 꽃의 허락 하에

꿀을 수집하지 않았던가.

그건 자연의 계약법,

그건 불문율 같은 거였을 텐데.

그래도 벌의 귀가 두려운 꽃의 눈물,

멋진 표현이네.

 

나는 너무 신기해요

검은 구름에서 내리는 비가

 

나는 너무 신기해요

파란 뽕 잎 먹는

누에가 하얗게 되는 일

 

나는 너무 신기해요

아무도 안 만진 박꽃이

혼자 살짝 피는 일

 

나는 너무 신기해요

누구에게 물어도 그냥 웃고

당연하다는 대답이 - 「신기한 일」 전문 (38쪽)

 

호기심 많은 시인, 그에 비해

삶에 휘둘려 호기심은커녕 대답이 귀찮은 어른들의 모습이 대비된다.

호기심은 늙음을 늦추는 명약이라던데…….

호기심과 사촌인 설렘도

늙음을 더디게 하는 보약이라던데…….

그런 호기심과 설렘을 가지고

당연하다는 것에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보기, 그리고

세밀한 관찰과 깊은 통찰로 보내기.

오늘의 화두다.

 

먼지 묻은 잔디풀을

빗님이 씻어 주셨어요

 

씻어 젖은

잔디풀을

햇님이 말려 주셨어요

 

이렇게 내가 누워

하늘을 보는 데 좋도록 - 「햇님 빗님」 전문 (19쪽)

 

누울 자리를 씻어주고 말려주는 자연의 섭리를

이토록 심플하게, 짧은 글로 그려내다니.

빗님은 씻기고

바람님은 말리고

햇님은 데우고

그런 자리에 누워

낮이면 파란 하늘을 떠도는 양떼구름을,

밤이면 은하수를 만드는 별무리를

보고 싶다.

어릴 적처럼

 

 

 

 

그녀의 시는 순수하고 아름답지만,

한국의 윤동주 시인에 비유될 만한 일본 여류 시인이라는데,

왠지 거부감이 드는 건 왜일까?

나만 그런가?

그래도 작가가 여리고 착하고 순수한 시인이라는 말에는 공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