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시력 매드 픽션 클럽
카린 포숨 지음, 박현주 옮김 / 은행나무 / 201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야간시력]북유럽 스릴러, 선과 악의 경계에 선 사이코패스의 내면을 그린 소설~

 

 

이 소설은 스릴러이자 추리 소설이지만 형사의 관점이 아니라 살인자의 관점으로 쓰인 독특한 범좌물이다. 살인자의 시선으로 밀도 있게 그려낸 스릴러다. 사이코패스의 눈으로 악의와 선의를 모두 갖고 있는 인간 내면을 그렸다.

작가는 글래스 키 수상 작가인 카리 포숨이다. 노르웨이의 대표 작가라고 한다.

 

 

 

이야기의 배경은 노르웨이의 한 작은 마을에 위치한 뢰카 노인 요양원과 도시 외곽의 한적한 메스테르 호수를 낀 공원이다.

 

주인공 릭토르는 수년간 뢰카 요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엔 조용하고 예의 바르며 정상이지만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 있다. 그는 요양원 환자들에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학대를 하며 즐긴다. 거동이 불편하고 말하기조차 힘든 고령의 환자들에게 비밀스런 방식으로 가혹행위를 일삼는다.

이를테면 장님인 넬리 프리이스의 귀 뒤 섬세한 피부를 릭토르가 꼬집으면 피부에 구멍이 날 정도로 아프다. 하지만 넬리는 비명조차 지를 힘이 없다. 때로는 가장 아픈 부위인 관자머리 근처 머리카락을 세게 잡아당기기도 한다.

 

그렇게 남몰래 환자들의 보이지 않는 신체 부위를 꼬집거나 머리카락을 잡아당긴 사실을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한다. 너무나 교묘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의 비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의사가 처방한 약을 환자에게 전하지 않고 변기에 버린다. 잘 먹어야 할 환자의 음식을 버리기도 한다. 때로는 주사를 매트리스에 숨기기도 한다. 심지어는 저주의 말과 욕설을 환자에게 내뱉는다. 그는 죽음을 눈앞에 둔 무력한 환자들에게 그런 행동을 할 때마다 희열과 쾌감을 느낀다.

 

릭토르는 날마다 집 근처 호수 공원에서 산책을 하는 습관이 있다. 삶과 사람들을 관찰하며 돌아다니는 버릇도 있다. 그에겐 친한 친구도 없고 애인도 없기에 늘 결핍과 외로움을 품고 살아간다. 조용한 성격이지만 때로는 선과 악이 공존하는 성격이다. 때로는 남들이 듣지 못하는 것을 듣고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본다. 특히 그의 야간시력이 뛰어날 정도다. 불 꺼진 집에서도 별 불편 없이 생활 할 정도다. 때로는 자연의 소리, 땅 속의 소리, 벽 속의 소리도 듣는다.

 

낮은 결코 끝나지 않으며 씨앗에 싹이 트고 새순이 돋으며 초목이 자라는 그 모든 현상을 나는 참을 수가 없다. 걷잡을 수 없는 힘, 의미 없는 풍요의 뿔 같았다.

촉촉한 날씨에 빼죽 고개를 내미는 벌레들, 파리와 말벌, 무당벌레와 이, 커튼 안의 나방과 장님 거미, 벽의 생쥐, 그들이 긁어대는 소리를 나는 들을 수 있다. 그들은 우글우글 모여 있기도 하고, 꾸물꾸물 기어 다니기도 한다. 내 생각은 우르르 무너진다. 나는 서서히 미쳐간다.(73쪽)

 

호수 공원에서 그가 관찰하는 사람들 중에는 뇌성마비 증세가 심한 어린 딸을 홀로 키우는 싱글맘 아니타, 은퇴 후 뜨개질에 집중하는 여든 살 정도의 에바, 별다른 직업 없이 서로를 사랑하는 에디와 얀네 커플, 늘 술에 취해 있는 중년 사내 아른핀 등이 있다.

 

사건은 알코올 중독자 아른핀이 아주 세련된 휴대용 은 술통을 공원에 두고 가면서 시작된다. 그의 술통을 주운 릭토르는 술통을 주인에게 전해주며 대화를 나누게 된다. 한 번의 대화가 두 번이 되고 집까지 데려오다가 결국 친하게 된다. 하지만 친구는 오래 사귀어 봐야 아는 걸까? 그의 집을 찾아온 아른핀이 자신의 지갑에서 지폐를 꺼내는 것을 본 릭토르는 참을 수 없는 분노에 휩싸이게 된다. 그리고 결국 살인으로 이어지게 된다.

 

 

 

외로움과 고독, 사랑하는 여인에 대한 갈증이 그의 분노를 더욱 부채질했을까? 사소한 도둑질, 그로 인한 분노를 잠재우지 못해 결국 살인을 저지른 그는 결국 경찰의 방문을 받게 된다. 하지만 경찰의 용건은 장님이던 넬리의 죽음이 자연사가 아니라며 자신을 용의선 상에 올려놓았다는데…….

 

릭토르의 변덕과 공상, 감정의 폭발과 관심, 사악한 내면, 숨은 악마, 그가 짝사랑하는 간호사 안나의 이야기가 매력적인 문장과 함께 치밀하게 그려진다. 고독과 사랑에 대한 갈증이 나은 참혹한 범행 과정을 낳고, 그런 살인을 저지른 한 중년 독신 남자이자 간호사의 시선 등이 세밀하고 촘촘하게 그려진 스릴러다. 사회의 아웃사이더, 냉혹한 사이코패스의 선과 악이 교차되는 내면들이 시적인 아름다운 문장으로 치밀하게 묘사된 범죄소설이기에 스릴러지만 마치 심리 소설 같다.

 

선과 악의 경계에 선 사이코패스의 내면을 그린 소설이기에, 이들에 대한 사회의 치료와 도움이 필요함을 알리는 소설이다. 노르웨이 대표 작가의 북유럽 스릴러, 처음이지만 매력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