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희 : 모독 Insult 바이링궐 에디션 한국 대표 소설 79
조세희 지음, 손석주 옮김, 전승희.니키 밴 노이 감수 / 도서출판 아시아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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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독/조세희/아시아]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후의 이야기들~

 

현실주의적 전망이 닫혀 있는 시대에 신화적 전망을 찾아 고통스럽게, 그러나 사랑 속에서 변혁의 전망을 추구하고자 한 연작이 바로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다. (48)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으로 기억되는 소설가 조세희의 작품을 참으로 오랜만에 읽었다. 모독

모독아주 짧은 단편소설이지만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연작처럼 난장이 후일담이 전개되어 있다. 이미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완결되었지만 작가는 난장이 이야기를 더 하고팠나 보다. ‘난쏘공의 주연이었던 난장이의 딸 영희가 이 소설에서도 주인공이다.

 

 

영희는 해수욕장 방갈로가 딸린 횟집에서 일을 하고 있다. 난장이와 그의 큰아들이 죽은 이후 그녀의 가족들과 예전 공장 동료들은 모두 흩어져 산다. 가끔 회보<친구들 소식>을 통해 근황을 전해들을 뿐이다.

 

영희는 <아무도 나를 위해 울지 말라>는 노래를 걸어놓고 바닷가로 나선다.

이전에 방갈로에는 묶었던 남자와 여자가 즐겨 부르던 노래다. 여자는 남자에게 아무도 나를 위해 울지 마라를 불러달라며 늘 애원했고, 영희는 이들의 노래를 엿듣곤 했던 곡이다. 영희는 자신의 처지를 이 노래에 견주었을까? 비록 오늘의 삶이 초라하다고 해도 남들의 값싼 동정은 사양하고 싶었나 보다.

 

 

한편, 주인은 산에는 지금 사람이 몰려들었다며 주말에 몰려올 사람들을 대비해 미리 불놀이용 나무를 준비하라고 한다. 해질녘에 방갈로에는 남자와 여자가 찾아 들었고, 경우도 찾아왔다.

느닷없이 찾아온 경우는 무인도로 가는 게 좋겠다며 신문에서 본 남태평양의 무인도에서 이상향을 꿈꾸던 젊은이들을 얘기한다. 그리고 어른들의 윤리적 문제와 무책임함에 대해 열변을 토하게 된다.

 

어른들이 하는 일은 정말 참고 볼 수가 없어. 계획을 문제 삼지는 않겠어. 계획의 끝까지 가본 적이 없기 때문에 어른들의 계획이 어떻다고 이야기하는 건 우스워. 어른들이 밑의 사람들을 억눌러놓지 않고, 또 남이나 무엇에 책임을 전가하지 않고 자기 잘못을 인정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니? 공장에서는 어땠어? 어디서나 어른들은 핑계 댈 많은 것을 갖고 있지 않디? (34)

 

경우는 부친이 남긴 거액의 유산을 가지고 무인도에서 이상향을 건설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난한 영희는 현실이 절박할 뿐이다.

 

우리는 살아가는 데 극히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서 일해요. 그래서 그렇게 않은 사람을 이해하려면 힘이 들어요. (36)

 

너무나 한적하고 조용해서 폭풍우라도 쳤으면 좋겠다던 주방장의 넋두리가 효과를 발한 것일까? 그날 밤, 엄청난 파도가 몰아닥치며 방갈로 남자는 죽게 되고…….

 

경우와 영희,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괴리는 평행선일까? 서로 접점이 없는 걸까?

최근의 땅콩회항사건도 가진 자의 횡포다. 세월이 흘러도 전혀 좁혀질 줄 모르는 이런 거리감엔 왠지 기시감마저 든다. 갑과 을, 부자와 빈자, 권력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간극이 좁혀질 날이 올까? 영원히 불가능한 이야기일까?

 

조세희의 모독아주 짧은 단편소설이지만 그 울림은 깊고 길다. ‘난쏘공으로 잘 알려진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초점인물인 영희의 후일담이다. 기억도 가물가물한 난쏘공’, 다시 읽고 싶다. 이젠 이해가 쉬우려나. 예전엔 어렵게만 느껴지던 소설이었는데......

 

이 책 조세희의 모독바이링궐 에디션 한국 대표 소설시리즈 79번째다. 영역은 손석주다.

 

작가인 조세희는 1942년 경기도 가평에서 태어나 서라벌 예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와 경희대학교 국문학과를 나왔다. 경희대 재학 중에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돛대 없는 장선이 당선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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