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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산행 꽃詩
이굴기 글.사진 / 궁리 / 2014년 11월
평점 :
[꽃산행 꽃詩/이굴기/궁리] 멋지다! 꽃 산행~
일부러 꽃을 찾아 산행을 한 적은 없지만 산행 이후에 산에서 본 꽃을 알고자 식물도감을 찾곤 한다. 꽃마다 이름이 있고 꽃말이 있고 그 사연들이 있기에 식물도감 보는 일은 늘 흥미로운 일이다. 그래서 꽃이나 식물에 관련된 책들에 언제나 빨려들게 된다. 이 책도 그러하다. 『꽃산행 꽃詩』 더구나 꽃 소개와 함께 꽃 詩까지 소개하고 있으니, 일석이조인 책이다. 그렇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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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마가지나무. 생전 처음 듣는 나무이름이다.
저자가 전남 장성 백암산에서 처음 보았다는 나무다. 길마가지나무는 길 가에 있어서 상처도 많고 가는 줄기에 흰 꽃들이 노란수술을 달고 피어있었다. 이른 봄, 생강나무에 노란 꽃을 달릴 때, 현호색과 노루귀, 산자고, 개구리밥톱이 드문드문 피었을 때 볼 수 있는 꽃이라고 한다. 꽃의 향기가 너무 강해 길손의 발길을 막았다는 데서 유래한 이름이라고 한다. 길 막아! 후~훗! 재미난 이름일세. 애초에 처음이 어려운 법이다. 이후 산행에서 자주 마주쳤다는 꽃이다.
하얀 봄꽃을 보며 저자는 서정주의 <동천>을 읊조린다.
내 마음 속 우리 님의 고운 눈썹을
즈믄 밤의 꿈으로 맑게 씻어서
하늘에다 옮기어 심어 놨더니
동지섣달 나는 매서운 새가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가네. (15쪽)
미당 서정주 시인의 글에서 정인을 그리는 애틋한 마음이 느껴진다. 길마가지나무가 긴긴 겨울을 지나자마자 성급하게 피는 꽃이어서 일까? 동천과 어울리는 나무 같다.
‘자생하는 식물, 기생하는 동물’도 흥미롭다.
동북아식물연구소의 현진오 박사는 말한다.
서식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흔히들 동물의 서식지, 나무의 서식지라는 말을 쓰는데 맞는 말일까요? (162쪽)
실제로 국어사전에는 서식의 정의가 ‘동물이 깃들어 삶’이라고 되어 있다고 한다. 깃들어 사는 것은 동물이지 식물이 아니다. 식물은 스스로 광합성 작용을 하며 자라기에 자생인 것이다. 물론 기생도 있지만 말이다. 그러니 동물의 서식지, 식물의 자생지가 맞는 말이다. 앞으론 단어의 뜻을 잘 알고 구분해서 사용해야겠다. 그동안 무심코 사용하진 않았을까 반성하게 된다.
서식하는 다람쥐 사진이 눈길을 잡아끈다. 다람쥐는 겁이 많아서 인기척만 나도 꼬리를 감춘다. 그런데 배낭을 뒤지는 다람쥐라니.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다. 산속에서 먹어야 할 이틀 치의 빵과 햇반, 음료수가 탐이 났던 걸까? 사람의 냄새에 익숙해진 걸까? 별일일세.
홍순원의 소설 <소나기>에서 소년이 소녀에게 한 움큼 꺾어 준 꽃이 마타리였군. 흔하게 볼 수 있는 노란 꽃 마타리, 색감이 예쁘다.
꽃 산행, 멋진 여행이다. 그 곳에 산이 있기에 간다는 등산객처럼, 꽃 산행도 그 곳에 꽃이 있기에 그렇게 훌쩍 떠나겠지. 모양과 색, 향기까지 모두 아름다운 꽃을 보러 나도 떠나고 싶다. 꽃 산행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