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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전 ㅣ 빛나는 우리 고전 그림책 시리즈 8
조혜란 글.그림, 권순긍 자문 / 장영(황제펭귄) / 2014년 11월
평점 :
[박씨전/장영]병자호란을 배경으로 한 여자 영웅이야기~
조선시대에 여군을 길렀다면 숱한 전쟁에서 많은 활약을 했을 겁니다. 신라의 원화처럼 강인한 여성으로 길렀다면 병자호란에서도 대활약을 했을 거구요. 병자호란은 너무나 치욕적인 우리의 역사이기에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답니다.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하는 우리의 고전 <박씨전>을 만났어요. 많이들은 제목이지만 읽기는 처음입니다.
금강산에 사는 신선 박 처사와 그의 딸이 어느 날 별자리를 살피다가 나라의 앞날이 어두운 걸 보았어요. 그래서 딸은 인간 세상에 시집가서 나라를 구하겠다고 합니다.
이득춘 대감은 박 처사와 그의 딸이 신선인 것을 알고 아들과 혼인해서 매일 이렇게 놀 수 있다면 좋겠다는 청을 합니다. 하지만 기대에 부풀어 결혼식을 하러 금강산으로 간 아들 이시백은 신부의 얼굴을 보고 실망을 하게 되죠. 신부의 얼굴이 못난 바윗덩어리처럼 생겼거든요.
시백이 금강산에서 가져온 것들도 모두 썩은 나뭇잎과 구부러진 막대기, 찌그러진 돌 뿐이었어요. 기분이 몹시 상한 아들은 다시는 아내를 보지 않겠다고 강하게 밀어 붙입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런 아들을 나무랍니다. 아내를 버리는 건 사람의 도리가 아니기에 며느리를 별채에 머물게 하고 궁궐에 입고 갈 조복을 짓게 하죠.
박씨 부인은 별채에서 ‘피화당’ 현판을 걸고 시아버지의 조복을 짓고 난 후 뜰에는 복숭아나무를 가득 심었답니다. 며느리가 지어준 조복을 입고 궁궐에 다녀온 대감은 임금에게 며느리가 지은 조복이 멋지다는 칭찬과 함께 매일 쌀 서 말을 상으로 받게 되었다며 기뻐합니다.
남편이 과거를 보러 가던 날, 박씨 부인은 남편에게 연적을 주죠. 덕분에 시백은 장원급제를 하게 됩니다. 대감은 아들의 장원급제가 며느리 덕이기에 며느리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하라고 아들에게 분부를 내리죠. 피화당에 간 시백은 곱게 변한 부인의 모습에 놀랍니다. 그리곤 귀한 부채를 선물하게 되죠. 부인은 하늘에 지은 죄가 그 액을 다했기에 허물을 벗게 되었다고 합니다.
복숭아나무에 꽃이 필 무렵, 박씨 부인은 나라에 재난이 닥침을 미리 알아채고 이 사실을 남편에게 알립니다. 남편 시백은 임금과 대신들에게 알리죠. 박씨 부인도 대신들의 부인을 모아 놓고 곧 청나라가 쳐들어 올 것이며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알려요. 하지만 모두들 박씨 부인의 말을 믿지 않아요. 유일하게 박씨부인의 재주를 안 청나라 황비는 몰래 자객을 보내지만 실패로 돌아갑니다. 자객이 던진 불덩이를 박씨 부인이 치마를 던져 휘감는 이야기, 날아오는 제비칼에 재를 뿌려 막아내는 이야기가 환상적입니다.
결국 청나라 장수 용골대와 그의 동생 용율대가 십만 대군을 이끌고 쳐들어왔고 임금은 궁궐을 빼앗기자 남한산성으로 피신하죠. 임금이 굴욕적인 무릎을 꿇으면서 전쟁은 멈췄지만 많은 백성들이 청나라에 끌려갔답니다.
이 싸움에서 박씨 부인은 용율대와 싸웠어요. 복숭아나무와 부채의 활약이 대단합니다.
전쟁이 끝난 후 박씨 부인은 부모 잃은 아이들을 돌보며 굶주린 아이들에게 그동안 모아둔 쌀로 밥을 해먹였답니다. 삼 년이 지나고 죽은 줄 알았던 복숭아나무에 꽃이 피던 날, 거짓말처럼 청나라에 끌려갔던 사람들이 돌아왔어요. 이후 박씨 부인과 시백은...... 이건 비밀입니다.
이 이야기는 청나라가 조선을 침략하던 <병자호란>이 배경입니다. 인조의 남한사성 피신, 삼전도에서의 굴욕, 끌려간 사람들, 다시 돌아온 환향녀(화냥녀) 등 아픈 우리의 역사입니다.
그 시절에 아마도 기지를 발휘해 위기를 모면한 박씨 부인 같은 사람이 있지 않았을까요? 박씨 부인의 얼굴이 바뀌는 순간, 반전된 미모로 변신하는 것을 보니, 마치 미녀의 탄생을 보는 듯 합니다. .
<박씨전>은 신선사상, 도교사상을 바탕으로 나라를 지키겠다는 구국의 일념을 보여주는 책이기에 백성들의 염원을 담은 듯합니다.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려는 박씨 부인의 이야기에 백성들은 통쾌한 스릴을 느꼈을 겁니다. 화끈한 액션을 보여주는 박씨부인, 매력적인 여장부입니다.
이 책은 장영 출판사의 ‘빛나는 우리고전’ 시리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