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젊은 베르터의 고뇌 ㅣ 꿈결 클래식 3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박민수 옮김, 김정진 그림 / 꿈결 / 2014년 10월
평점 :
[젊은 베르터의 고뇌/괴테/꿈결]24세에 4주간에 걸쳐 쓴 괴테의 첫 소설이라니!
나 자신이 체험하지 않은 것은 단 한 줄도 들어 있지 않다.
지금까지 내가 써서 내 놓은 것은 모두가 하나의 커다란 고백의 파편들인 뿐이다. - 괴테
여성 편력이 대단했던 독일의 대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청소년을 위한 ‘꿈결 클래식’의 야심작이라는 『데미안』, 『햄릿』에 이어 이번에 『젊은 베르터의 고뇌』를 만났다. 이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라는 제목으로 여고 시절 만났던 작품이다. 『젊은 베르터의 고뇌』라는 제목은 일역본으로 소개된 최초의 책의 오류를 벗어나 원래의 단어 의미를 살린 제목이라고 한다.

『젊은 베르터의 고뇌』는 괴테가 24살의 젊은 나이에 4주간에 걸쳐 쓴 첫 소설이다. 이 소설은 괴테가 1772년 베츨리에 소재한 독일제국 고등법원에서 법관 시보로 근무하던 중에 약혼자가 있는 샤를로테 부프와 무도회에서 만나 사랑하게 된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약혼자가 있는 로테를 향한 사랑과 실연, 그 이후 만난 16세의 어린 연인 막시밀리안과의 사랑과 실연, 누구보다 우애가 두터웠던 누이동생 코르넬리아의 결혼, 유부녀와의 실연에 상처를 받아 비극적 권총 자살을 한 옛 동료 예루잘렘, 이 모든 경험들은 이십대 초반의 젊은 괴테를 고통 속으로 몰아넣었다고 한다. 괴테는 이러한 마음의 고통, 영혼의 고뇌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젊은 베르터의 고뇌』을 썼다고 한다.
『젊은 베르터의 고뇌』의 출판 후 유럽은 베르터 열풍이 불었다고 한다. 당시 유럽에서는 젊은이들 사이에는 베르터가 즐겨 입던 노란 조끼에 푸른색 연미복을 유행시킬 정도였고, 베르터처럼 자신의 사랑의 순정을 지키고자 젊은이들의 자살이 유행할 정도였다고 한다. 나폴레옹도 전장에서 『젊은 베르터의 고뇌』를 되풀이해 읽었을 정도라고 한다.
법학을 공부하던 베르터는 어머니 유산을 정리하기 위해 고향을 찾게 된다. 마을 사람들을 만나던 중에 무도회에서 아름답고 사랑스런 로테를 만나게 된다. 이미 로테에겐 약혼자 알베르토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로테를 향한 베르터의 연정은 멈출 줄을 모른다.
첫눈에 반한 천사같이 완벽한 그녀를 어찌 잊을 수 있을까? 총명한데다 소박하고 단호한 그녀, 더구나 너그럽고 평정심을 잃지 않는 그녀, 게다가 생기와 활력까지 넘치는 그녀는 베르터의 마음을 사로잡게 된다. 설명할 재간이 부족할 정도로 완벽한 그녀라니! 베르터의 혼을 쏙 빼놓았다는 괴테의 표현들이 너무나 매혹적이라서 내 영혼을 사로잡는다.
대화를 나누는 동안 그녀의 검은 눈동자를 보며 얼마나 황홀했는지! 그 생기발랄한 입술과 활기차고 싱그러운 뺨이 얼마나 내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그리고 그녀의 뜻 깊은 이야기에 정신을 쏟느라 정작 그녀의 말을 흘려들은 것이 몇 번이었는지! (42~43쪽)
첫눈에 반하는 사랑이란 늘 설렘 가득한 법이지만 동시에 온갖 상상과 착각이 지나치는 법이다. 착각도 지나치면 우스운데......
나를 사랑한다니! 그녀가 나를 사랑하게 된 이후로 내가 나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가 되었는지 모른다네. 자네는 이런 기분을 충분히 이해할 만한 사람이니 이렇게 말해도 괜찮겠지. 나는 나 자신을 얼마나 숭배하게 되었는지 모른다네! (70쪽)
하지만 임자 있는 사랑이나 삼각관계는 언제나 불행한 결말, 고통스런 결말을 잉태하는 법이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절망감을 안고 잠시 피하고자 공사의 비서가 되어 로테를 떠나게 된다.
세상만사의 모든 일은 엎친 데 덮치는 법일까? 베르터는 업무적 관습과 인습에 반항하다가 파면이 되고 이후 사교계의 웃음거리가 되고 만다.
내가 여행을 떠나려 하는데 권총을 좀 빌려줄 수 있겠나? 그럼 잘 있게!(228쪽)
자신의 사랑을 외면하고 결국 약혼자와 결혼한 로테, 그녀를 영영 떠나야만 하는 슬픔, 자신의 순정을 알아주지 않는 사회와 절연하고자 베르터는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 그것도 로테의 약혼자에게서 빌린 권총으로 말이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언제나 애달픈 법이다.
자신의 사랑을 이해받지 못하는 세계에서 가졌을 절망감, 매력적인 괴테의 문체가 어우러져 아름다움을 선물하는 책이다. 괴테 자신의 경험과 당시 젊은이들의 사랑과 실연, 사회적 부조리, 생활 풍습들이 담긴 아름다운 문장에 그저 빨려들게 된다.
24세에 4주간에 걸쳐 쓴 괴테의 첫 소설이라니, 참으로 대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