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된 평화
존 놀스 지음, 신소희 옮김 / 문예출판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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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된 평화/존 놀스/문예출판사]전쟁의 와중에서 거짓된 우정의 결말, 끔찍해라.

 

분리된 평화는 미국이 자랑하는 소설가 존 놀스가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를 다니던 무렵의 경험을 모티브로 한 소설이다. 1942년 여름,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때의 열여섯 소년들의 분노, 폭력, 증오를 담은 변질된 우정을 그리고 있다.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우정과 변절의 아픔을 겪으며 보다 성숙해가는 과정을 그린 성장소설이다. 반할 정도로 아름다운 문장이 가득한 십대 남자아이들의 우정과 질투, 전쟁 같은 그들만의 리그다.

 

호밀밭의 파수꾼과 함께 가장 많이 읽히는 청소년 필독서다. SAT시험준비 필독서, 고교논술준비 필독서이기도 하다. 윌리엄 포크너상, 로젠탈상을 수상한 소설이다. 1972년에는 영화로, 2004년에는 TV드라마로 나왔다고 한다.

 

 

이 소설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명문 기숙학교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열여섯 소년들의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 동시에 가장 비참한 이야기다.

 

포레스트와 피니어스는 기숙사 같은 방을 쓰는 절친이다. 피니어스는 매력적인 만능 스포츠맨인데다가 통솔력까지 있기에 누구나 그의 이야기에 압도되어 따른다. 하지만 포레스트는 좋은 성적으로 학교를 졸업하는 것이 목적인 모범생이다. 포레스트는 공부에 충실하고 싶지만 늘 피니어스의 강권에 따르고 만다. 피니어스의 변덕과 무질서, 일방적인 규칙 정하기, 스스로의 자존심, 압도적인 포스 때문에 아무런 말을 못 할 뿐이다. 그래서 늘 피니어스에 대한 내부적 불만을 갖고 있고 그의 주변을 압도하는 카리스마에 질투심마저 느끼고 있다. 하지만 피니어스는 이런 포레스트의 분노와 질투를 전혀 눈치 채지 못한다.

 

무작정 분노를 억누르기만 하면 언젠가 화산처럼 폭발하는 법이다.

피니어스는 여름 학기 자살클럽을 만들어 비밀 조직을 만들고 또래들을 모은다. 그리고 이 비밀조직에 속하려면 데번 강의 높은 나무줄기 위에서 멋지게 다이빙을 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건다. 물론 운동신경이 발달한 피니어스는 멋지게 다이빙에 멋지게 성공한다. 포레스트는 나무 가지에 올라서면 늘 공포와 두려움에 질려 하지만 피니어스의 위압에 끌려, 자존심 때문에 겨우 다이빙을 하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구보다도 운동 신경이 좋다는 피니어스가 나뭇가지에서 떨어지면서 부상을 당하고 만다. 그러자 아이들은 사건의 진실을 추궁하게 된다. 포레스트는 자신이 나뭇가지를 흔들었기에 피니어스가 중심을 잃고 떨어지는 바람에 심각한 부상을 입게 되었다는데......

 

이후 학교는 두려움과 우울함의 장소로 남게 된다. 수직적으로 꽉 짜인 학교 건물들이 주는 위압감, 좁은 창문과 반들반들할 정도로 닦은 목재들마저 전장의 부위기를 풍기는 교정, 그런 전쟁의 연속선 위에 있는 학교 분위기가 암묵적 폭력을 조장하며 아이들의 미래 희망마저 꺼버린다. 전장의 기운은 온 나라를 전염시키는 걸까?

 

그 시절 강가의 나무는 이제 분노에 찬 나무, 폭력에 의한 죽음을 간과한 나무, 진창 같은 하교를 방관한 나무가 되어 그 대가를 치룬 듯 늙고 쪼그라져 있다. 학교 규칙을 위반하던 소년들은 이젠 사라졌다.

 

그때도, 지금까지도, 심지어 보스톤 교외의 빽빽이 들어찬 그의 가족 묘지에 그가 누운 관이 내려지는 걸 지켜보면서도 나는 울지 않았다. 그것이 나 자신의 장례식이라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그리고 자기 자신의 장레식에서는 누구도 울지 않는 법이다. (226)

 

 

교사들마저 대부분이 전장으로 가야했던 시절, 학교에 남은 아이 몇몇이 억지로 수업을 들어야 했던 시절, 거짓된 우정과 분리된 평화가 우중충하게 교정을 활보하던 시절의 이야기가 마치 먹구름 가득한 잿빛 하늘같다.

 

기숙학교라는 폐쇄된 공간이기 때문일까? 자신의 존재를 알릴 방법, 자신의 스트레스와 갈등을 해소시킬 방법을 찾지 못해서 일까? 십대들의 죽음 앞에서 무모함과 참담함, 낭패감이 몰려온다.

 

일탈이 주는 묘한 짜릿함에 흥분하는 아이들, 겨울의 암울함과 끝나지 않는 광란의 전쟁이야기, 경쟁과 질투 속에서 상처 입은 아이들의 영혼, 햇살마저 긴장시키는 잘못된 우정, 음울한 오후의 공기, 쾌락과 사치보다 비애와 고통은 넘쳐나는 이야기다. 전쟁에 휩쓸리며 질투와 분노, 악의로 채워지는 기숙학교의 이야기, 거짓된 우정의 결말, 참담하고 끔찍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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