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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의 극우주의 - 모멘툼 vol. 01
김민하 외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1월
평점 :
[지금, 여기의 극우주의/자음과모음]우린 지금 극우주의인가?
제목에서 풍기는 이미지처럼 보수파를 걱정하고, 극우파를 비판하는 진보적 지식인들의 입장을 담은 책이다. 책에서는 기성 정당의 극우화, 이주노동자에 대한 혐오와 확산에 대한 우려를 담았다. 반이주노동자 커뮤니티, 일베 이전부터 극우 활동은 있었고, 지금은 온정적 다문화주의가 서서히 자리 잡고 있기에, 극우주의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경제 발전이 우선적 목표였던 한국에서 사회적 모순에 대한 해법은 늘 뒷전이었다. 진보주의의 의미도 진보정당과 함께 퇴색해 버린 한국에서 지금 보수파만 비대해져 있다. 막강해진 보수의 뒤엔 극우파가 도사리고 있다. 비만은 온갖 성인병의 주범인 것처럼 거대 보수 진영의 덩치만으로도 폐단은 있다는데...... 이 책은 우리에게 필요한 진보에 대한 고민들을 담았다. 현재의 위기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도 제시한다.
한국의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같은 넷우익은 토마스 그룸케 교수가 말한 “사회적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고 저항하는 게 극우주의”라는 말과 일맥상통할까?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극적이다. 부분적으로 민주화를 가능했던 ‘1987년 체제’는 한계 상황을 맞이했고, 신자유주의를 기조로 삼은 경제체제는 심각한 불평등 사회를 남겨놓았다. 숱한 진단과 처방이 난무하지만, 뚜렷한 방책은 어디에도 없었다. 어제의 좌파가 오늘의 우파가 되고, 민주주의라는 밝은 빛은 극우주의라는 어두운 그늘을 만들어놓았다. (4~5쪽)
단 두 번의 개혁 정권 시기 10년을 빼고 해방 이후 국가권력을 사실상 독점해온 소위 ‘보수 세력’은 전통적 의미에서 보수 세력과는 전혀 다르다. (중략) 한국이라는 울타리 밖으로 나가면 당연히 ‘극우파’로 불릴 이 집단은 반독재운동으로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높은 경제성장률과 명목상의 의회주의로 정당성을 인준 받으며 지금까지 가장 강대한 기득권 세력으로 군림하고 있다. (10쪽)
남상욱의 ‘현대 일본의 극우주의와 생-정치’가 가장 흥미롭다. 그의 생각을 정리해 보자.
한국과 일본에서는 일베와 서북청년단, 2채널과 재특회라는 소규모의 정치집단 출현으로 시끄럽다. 이들은 민주주의와 인권 등의 보편주의를 전면 거부한다는 점에서 ‘우파’나 ‘극우’로 불린다.
사실 일본에서는 태평양 전쟁 이후로 줄곧 존재한 극우다. 이들은 욱일승천기를 머리띠로 하고 ‘일본의 타락’을 타도하고 ‘아름다운 일본’, ‘천황 폐하의 뜻’을 소리 높여 상기며 거듭나라고 외친다. ‘만세일손의 천황을 중심으로 하는 황국’을 이념으로 삼아온 이들은 일본 우익에서도 선을 긋고 있다고 한다.
다행히 일본에서도 재특회처럼 과격한 주장을 하는 자들은 지극히 일부다. 패전 직후 일본의 젊은 지식인들은 일본이 태평양전쟁에서 젊은이들을 죽음으로 내몬 것을 비판한다. 일본은 국가보다 개인을, 죽음보다 생명을 초월적 가치로 승격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하여 신적인 존재였던 일본 천황에서 점차 자신들과 같은 평등한 인간으로 인식하고 있다.
아베 신조의 정치적 행위를 보다 보면, 박근혜의 통치술이 어떠한 방식으로 행사되는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dlY을 것이다. 단 주의해야 할 점은, 기시 노부스케-아베 신조 라인과 박정의-박근혜 라인의 삶과 정치 이념적 아이덴터티의 유사성이 아니라, ‘누군가’를 살게 만든다는 명목으로 ‘그 누군가’ 혹은 ‘다른 누군가를’ 죽게 내버려두는 통치 방식의 유사성이다. (165~166쪽)
경제주의, 순혈주의, 우파적 공동체주의, 극우주의 등에 대해 이 시대를 진단하는 글들이다.
단행본이자 잡지로서의 무크지의 역할을 담당하는 책이다. 비대해진 보수가 낳은 극우주의의 곪은 부분을 도려내자는 책이다.
여전히 강력하게 작동하는 매카시즘, 언론 자유에 대한 억압, 노동권과 인권에 대한 극도의 반감과 제도적·물리적 공격, 국가기관의 여론조작을 통한 민주주의의 파괴, 기존 사회 안전망의 전면적 해체, 부동산·거대 토목 사업·대형 국가 이벤트 등의 일방적인 정책에 대한 경종도 울리고 있다.
책에서는 6명의 진보적 지식인들의 글이 담겨 있다. 박권일의 ‘공백을 들여다보는 어떤 방식: 넷우익이라는 ’보편 증상‘’, 김민하의 ‘한국의 극우 정당, ’오지 않은 미래‘인가?’, 김진호의 ‘한국 개신교 반공주의와 ’증오의 정치학‘’, 남상욱의 ‘현대 일본의 극우주의와 생-정치’, 문순표의 ‘극우와 계몽의 변증법, 이택광의 ’다시 파시즘을 생각하자‘ 등이다.
정치에 무관심하지만 보수파가 오랫동안 지배해온 것은 사실이다. 진보정당이 국민의 외면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야당이 예전만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걱정스런 것도 사실이다. 반대파의 세력도 필요하고 진보정당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나친 극우나 지나친 극좌는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의 야당이나 진보당은 실망을 주고 약하다는 이미지를 준다. 국민을 위한 반대파와 국민을 위한 진보정당의 출현이 필요한데, 우린 언제쯤 그런 세력들을 가지고 건전하게 국익과 민생을 논하게 될까? 우린 지금 극우주의인가? 그런 생각 이전에 야당이 파벌논쟁을 버리고 건전한 모습으로 얼른 일어섰으면 좋겠다. 서로 상생했으면 좋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