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치와 리틀B - 다리가 셋인 개 하치와 희귀병 소년의 감동적인 우정
웬디 홀든 지음, 이윤혜 옮김 / 예문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하치와 리틀B/예문]다리가 셋인 개 하치와 희귀병 소년의 감동적인 우정

 

 

노후의 외로움을 달래는 반려견이 있다. 아픈 사람에겐 고통을 이기게 돕는 치유견이 있다. 강아지든 고양이든 동물과 인간의 교감으로 희귀병을 치유하고 있는 이야기를 접할 때면 몹시 놀랍고 신기하다. 말이 통하는 인간과 인간의 교감보다 말이 통하지 않는 인간과 동물의 교감이 더 친밀하고 끈끈해서다. 다리가 셋인 유기견 하치와 희귀병 소년 오언의 감동적인 우정을 읽으며 그 교감이 놀랍기만 하다.

 

 

하치는 덩치가 크고 비싼 종에 속하는 아나톨리안 셰퍼드 종이다. 하치는 왼쪽 뒷다리가 없고 오른쪽 다리에는 40개가 넘는 쇠못이 박혀 있다. 오언은 자폐증을 지닌 아이, 치료방법조차 없는 희귀병 환자다. 이 둘의 만남이 이뤄지는 과정에는 무슨 드라마 같이 우여곡절이 많다.

 

하치가 오언을 만날 때까지의 일이 너무나 처참하다.

하치는 태어난 지 5개월 만에 머리와 얼굴이 몽둥이에 맞아 머리뼈에 상처를 입은 상태에서 철길에 묶였다. 속수무책인 상태에서 그대로 기차에 치인 하치는 결국 다리 하나와 꼬리 대부분을 잃어버렸다. 다행히도 한 기관사가 철로 위의 동물을 쳤다는 보고를 올림으로써 하치는 극적으로 구조된다. 물론 어린 유기견을 구하기 위해 철도 직원의 선로 탐색이 있었고 발견 직후 왕립동물학대방지협회에 발빠른 전화를 걸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일시적인 선로 폐쇄를 두 번이나 했기에 하치의 목숨을 건질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하치는 많은 수술을 겪어야 했고 수술 후에도 자주 넘어지고 다쳤다. 그래도 하치는 다가가는 사람들에게 우호적이고 살갑게 대하며 친밀감을 표시했다. 수술을 받고 회복되는 과정에서도 점잖고 느긋하게 행동했다.

 

하치는 처음엔 다리가 세 개라고 삼각대라는 별명으로 불리다가 나중에 죽은 주인을 십 년이나 한 곳에서 기다린 일본의 충견 하치에서 이름을 따서 부른 것이다.

많이 회복된 하치는 입양 가정이 생길 때까지 유기 동물을 키운 경험이 많은 로렌과 함께 있기도 하고 수잔에게 입양이 되는 등 여러 과정을 거치게 된다. 영국에서는 유기견의 입양 가정을 찾지 못하면 안락사 시키는데 다행히 하치는 입양이 된 것이다.

 

오언 호킨스는 전 세계에 30명 정도인 선천성 희귀병을 앓는 여덟 살이다. 오언은 태어나면서부터 귀가 비틀어져 있었을 뿐 다른 모든 것은 지극히 정상이었다. 하지만 오언은 몇 달이 지나도 또래들처럼 자라지 않게 된다. 그리고 열도 자주 나고, 땀도 많이 흘리고, 기침도 자주 하고, 밤마다 앓는 소리를 내게 된다. 자랄수록 오언이 다른 아이들보다 늦은 발육을 보이며 이상 증세를 눈치 챈 부모는 19개월이 되어서야 전문의를 찾게 된다. 그리고 충격적 소식을 듣게 된다. 점점 몸이 굳어가는 선천성 근무력증에 걸렸기에 근육을 따뜻하게 해야 경련이 완화된다는 것이다. 오랜 진찰 끝에 오언의 병이 슈발츠얌펠 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게 된다. 단단해진 근육이 뼈에 영향을 덜 주도록 자주 물리치료를 받고, 다리 근육을 당겨주어야 했기에 보행 보조기를 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엄마와 아빠 모두 12번째 유전자에 결함이 있었기에 생겨난 희귀병은 40억분의 1의 확률이라고 한다.

 

 

어쨌든 오언은 점점 단단해진 근육이 부드럽게 되지 않아서 근육긴장성증세를 보인다. 근육이 줄어들면서 계속 딱딱해져 나중에는 뼈를 압박할 정도로 딱딱해진다. 악수를 했다면 손을 놓지 못해서 계속 잡고 있어야 할 정도다. 근육의 압력 때문에 뼈가 성장하지도 못하고 키도 크지 않는다. 딱딱해진 근육이 갈비뼈를 눌러 심장을 압박하고 얼굴 근육도 딱딱해져서 눈과 입이 찌그러진다.

 

태어나자마자 귀가 틀어졌던 것도 결국 근육이 단단해지는 증상의 시작이었다니..... 뿐만 아니라 시력이 나빠지고 특별한 치과 치료도 필요하고 목소리의 음조도 높아지게 된다.

 

십대 중반을 넘기기가 쉽지 않다는 진단과 힘든 치료과정을 겪으면서 결국 오언의 부모는 이혼하게 된다. 다행히 양육권을 가진 아빠의 재혼은 오언에게 힘이 되어 준다. 새엄마 콜린가 개를 키우고 훈련하는 일에 전문가였기 때문에 오언에게 강아지 프로젝트를 실시하게 된 것이다. 새엄마 콜린은 강아지를 물색하던 중에 페이스 북으로 하치를 보는 순간 운명임을 느끼게 된다. 입양불가 통보를 받지만 아들의 치료를 위해 필요하다고 설득해서 결국 하치의 입양에 성공하게 된다.

 

하치가 숙제를 대신 해주는 것도, 저 대신 약을 먹는 것도 아니에요. 물리치료도 제가 받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언제나 하치가 제 곁에 함께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러면 기운이 솟아요. 저는 하치의 투명한 마음과 꾸밈없는 사랑과 용서를 느꼈어요. 누구도 원망하지 않고 제게 주어진 시간을 즐기는 법을 배웠지요. (174)

 

오언은 하치를 만나고 나서 변하기 시작한다. 얼굴을 숙이던 아이에서 얼굴을 들고 자신감을 보이게 된다. 힘든 치료과정도 꿋꿋하게 잘 견디게 된다. 무엇보다도 하치를 만난 이후 행복하다는 거다.

 

 

오언은 하치와의 만남과 생활을 페이스 북에 올리면서 삶의 기쁨은 배가 된다. 페이스 북에 올린지 8개월 만에 조회수 300만을 돌파하는 스타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다큐멘터리 A boy and his dog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삶의 의욕을 잃은 아이, 세상과 마주하길 두려워하던 아이에게 세상으로 나가 소리치게 한 힘은 하치의 위로와 격려였다. 하치는 상처 받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는 치유견이라고 한다. 어떠한 아픔을 갖고 있어도 거부감 없이 먼저 다가가고 코를 부비며 친밀감을 보이는 하치.

다리가 셋인 유기견 하치와 희귀병 소년 오언의 감동적인 우정과 교감을 보면서 기적을 생각한다. 아픔이 많기에 더욱 잘 통하는 걸까. 대단한 하치, 대단한 오언이다. 오언의 치유를 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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