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장자를 만났다 - 내 인생의 전환점
강상구 지음 / 흐름출판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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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장자를 만났다/강상구/흐름출판] 다름은 틀림이 아닐세.

 

마흔을 목전에 두고 손자병법에서 전혀 비겁하지 않은 비겁의 철학을 길어 올렸고, 마흔을 넘겨서야 장자를 통해 다름을 인정하는 공존의 철학을 세상에 내놓는다. -속표지에서

 

이야기 거간꾼인 강상구 기자는 보고 들은 이야기를 필요한 사람에게 맛있게 만들어서 늘 누군가에게 말해주고 싶었다고 한다. 사람 사는 이야기를 좋아해서 기자가 되었고, 옛날이야기를 좋아해서 고전과 역사를 읽고 풀었다고 한다.

 

 

 

 

  

 

장자65천 자로 이뤄진 방대한 저작이다. 해설 없이 번역만 해도 5백 쪽이 넘는다. 이 책은 장자의 한 대목을 뽑아서 출전 편명과 함께 소개하고 필요한 설명을 곁들였다.

장자의 설명의 도구로는 그리스 로마 고전들을 주로 활용했다. 소크라테스이래 그리스 철학의 전통과 스토아학파를 비롯한 로마 철학은 장자와 놀라울 만큼 비슷하다. - ‘일러두기에서

 

노장사상에서 만난 노자와 장자를 무위자연이나 외치며 신선노름이나 하는 한량으로 여긴 적도 있다. 세월이 흘러 여유로운 삶, 행복한 삶을 생각하며 노자와 장자에 끌리고 있다.

 

사기를 쓴 사마천이 장자와 노자를 한 데 묶어서 무위자연으로 표현했다. 하지만 노자의 무위는 무지몽매한 백성을 다스리는 지배의 기술이고, 장자의 무위는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 삶의 기술이다. 이들의 무위란 자연으로 돌아가 자연의 본성을 되찾자는 무위다. 세상 속으로 들어가 자연의 본성대로 살자는 말이다. 그래서 각자 자연의 본성을 지키며 다 함께 잘 살자는 것이다. 그러니 장자는 공자의 이분법을 거부한다고 한다. 장자는 다름은 틀림이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값비싼 보석을 던져 천길 위의 새를 잡으려 한다면 세상 사람들이 비웃을 것이다. 소중한 것을 써서 보잘 것 없는 것을 구하는 탓이다. - 양왕(27~28)

 

눈앞에 닥친 일이 급하다고 뒷일은 생각하지 않는다면, 시간이 없다면 전후좌우를 살피지 않고 일을 처리한다면, 우선 급한 불부터 끄자며 엄청난 손해를 감수한다면, 그런 바보짓에 대한 경종이다. 헛똑똑이 같이 행동하고 늘 속상해 한다. 멍청한 짓을 저지르고 난 후 늘 땅을 치고 후회한다. 뇌의 삽질로 인해 늘 올바른 판단과 행동을 하지 않음도 이와 유사하지 않을까.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이야기이기에 곱씹게 되는 구절이다.

 

백이·숙제는 남들이 하라는 일 하고, 남들이 하는 일 따라 했을 뿐, 자기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했다. - 대종사(33)

    

백이와 숙제는 지조를 지키기 위해 고사리만 먹다 죽은 인물로 알고 있다. 공자의 가치관을 따라 배운 탓이다. 백이·숙제에 대해서 공자는 본받아야 할 사람으로 칭송하고 있고, 장자는 본받지 말아야 할 인물로 다루고 있다.

 

백이·숙제의 상황을 보자

백이·숙제는 고죽국의 왕자로 서로 왕위를 양보하다가 고죽국을 떠나 유랑한다. 주 무왕이 쿠데타를 일으켜 은 주왕을 몰아내는 것을 목도한 이들은 신하가 군주를 죽이는 것이 옳지 않다며 따지다가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한다. 강태공이 말린 덕분에 목숨을 부지한 두 사람은 주나라 백성이 되는 것이 부끄러워 수양산에 들어가 고사리만 먹다가 굶어 죽는다.

 

일단 서로 왕의 자리를 양보하며 조국을 떠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서로 협력해서 잘 사는 나라를 만들 수는 없었던 걸까. 주나라 백성 되기가 부끄럽다며 수양산에 들어가 고사리만 먹고 사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더 나은 나라를 위한 고민과 행동을 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이들이 굶어 죽으면서 지키려는 가치보다 더 머진 가치를 찾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수상록을 쓴 몽테뉴는 다른 사람들의 평판에 매달릴 시간에 자신의 본성을 좀 더 들여다보라고 충고했다. “아는 것은 그대뿐이다. 다른 사람들은 그대를 보지 못한다. 그들은 불확실한 추측으로 그대를 짐작한다. 그들은 그대의 기교를 보는 만큼 그대의 본성을 보지 못한다. 그들의 판결에 매이지 마라. 그대 자신의 판결에 매여라. (34~35)

 

 

남의 눈을 의식해서 살다보면 뱁새가 가랑이 찢어지는 꼴이 날 것이다. 우선 스스로를 돌아보고 자신을 살피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매사에 자기 속도대로, 자기 분수에 맞춰, 자기가 원하는 대로 살아갈 일이다.

 

살아가는 것에 대해 다른 시각을 제시하는 장자, 특히 우리가 배운 공자의 생각에 비수를 꽂기도 하는 장자다. 어렵다고 느낀 장자에 대한 책을 쉽게 풀어 놓았기에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이젠 먼저 사둔 또 다른 장자의 책도 읽어봐야겠다. 수북이 덮인 먼지부터 털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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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구 2014-12-25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수북이 쌓인 먼지 털고 다른 장자도 한번 보시구요.
이 책하고 비교도 한번 해주세요.
좋은 서평 감사합니다. - 강상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