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예찬 - 아름다운 중년
이철환 지음 / 나무발전소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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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예찬/이철환/나무발전소]산업화와 민주화 세대를 위한 오마주…….

 

 

마냥 머무르고 싶은 시절이 있다면 청춘의 시절이다. 청춘의 시절이 끝나면 중년의 시절이겠지. 중년의 시기는 몇 살부터일까. 법적인 나이 40부터일까. 하지만 요즘 40대는 팔팔하다. 정신적으로는 이팔청춘이고 신체적으로도 활력이 넘친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백세건강을 지향하고 있는 요즈음, 아파트 노인정에는 70대가 막내일 정도고 60대는 찾기 어렵다고 한다. 그렇다면 50대나 60대가 중년일까.

 

지금의 중년들이 어린 시절과 학창시절을 보냈던 기간은 1960년대 중반부터 1970년대 사이다. 당시의 국제상황은 치열하던 베트남전쟁이 종료될 무렵으로, 자유진영과 공산진영간의 냉전이 점차 와해되면서 해빙의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던 시기였다. (14)

 

 

 

이 책에서도 50대를 넘어 60대까지를 중년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앞으로 건강수명이 연장된다면 70대까지 중년으로 보지 않을까. 요즘 70대는 꽃 청춘이라는데…….

 

어쨌든 한국전쟁이 끝난 시점에서 태어나 산업화의 역군으로, 민주화의 기수로 살아왔던 이 땅의 중년들. 베이비부머시대이기도 한 이들은 격동의 한국 현대사와 함께해 왔다. 사실 고생으로 치면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은 그 이전 세대가 더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중년도 국가를 위해 몸 바치고 자식들을 위해 헌신했던 세대임은 분명하다. 이 책은 그런 중년 세대에 대한 예찬이요, 오마주다. 이 땅의 산업화 세대에 대한 존경과 위로의 찬가다.

 

학교에서 옥수수 빵을 무료로 나눠 줄 정도로 어려웠던 시대라니, 보릿고개를 체험한 마지막 세대라니, 드라마 세트장에 가면 볼 수 있는 풍경들이다.

 

라면의 첫 등장에 흠뻑 매료되었던 세대, 울릉도 호박엿이 인기 선물세트 1~2위를 다투던 시대, 겨울이면 군고구마 장수와 군밤 장수, 국화빵과 찹쌀떡 장수가 국민 간식을 책임지던 세대…….

 

중년이 보내던 어린 시절에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물건과의 추억, 이제는 사라진 사물들과의 추억이 있다.

막걸리 틈새로 소주가 처음으로 등장하고 통 키타와 맥주가 신세대 문화로 등장하고, 판잣집과 고무신, 동네 공동우물이 있고, 부엌에서는 나무땔감에서 연탄이 난방 시설로 자리 잡고 안방에선 호롱불과 촛불에서 백열등으로 바뀌고, 빈대와 해충을 박멸하고, 쥐잡기와 방역으로 소란스럽고, 간장과 된장을 집에서 담그는 것은 기본이었고, 라디오 보급으로 김일 선수의 프로레슬링 경기가 국민에게 힘을 실어주었고, 라디오와 레코드로 음악을 듣는 낭만이 시작되고, 영화를 두 편이나 볼 수 있는 동시상영관도 있고, 컬러 TV의 등장, 청바지와 미니스커트의 첫 등장, 유원지로 소풍가던 추억들이 있다.

 

지금의 중년들은 세상의 변화 물결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방황하고 있다. 이들은 거세게 몰아치는 세계화와 정보화의 급물살에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이리저리 밀려다니고 있다. 세상은 무섭게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그런데 중년은 보수적이다. 그들은 이러한 변화를 두려워하거나 심지어 거부하고 있다. 그들은 소위 아날로그 세대다. (61)

 

이제 중년은 가파른 오르막길을 걸어 정점에서 편안히 내려오고 있는 세대다. 인생의 절반이상을 살았고 마라톤의 반환점을 돌고 있는 세대다.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이 단지 위로의 말은 아닐 것이다. 다시 태어난 아이와 같은 마음으로 새롭게 살라는 말일 것이다. 추억만 하기에는 아까운 시간들이기에.

 

 

급격한 발전을 하는 동안 한국의 세대 간의 경험은 너무나 천차만별이다. 그러니 세대 간의 공감이 어려울 수밖에. 한국인의 행복지수가 낮은 것도 이런 세대 간의 격세지감에서 오기도 할 것이다, 서로 소통하고 서로 공감할 수 있다면 조금은 더 따뜻해질 것이다.

 

흔히들 중년을 원숙미, 중후함, 여유, 숙성된 맛 등으로 표현한다. 하지만 정작 중년이 느끼는 것은 쇠락과 버림, 배신감과 허탈감이 있다고 한다. 그런 심리적 공황이나 세대차로 인한 위기의식을 훌훌 털어버리고 새롭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 새로운 삶을 찾는 중년이길 바라는 마음이다. 무력감과 상실감이 있다면 스스로를 격려하고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기를 빈다. 중년은 폐허의 땅에서 지금의 한국의 발판을 마련한 세대니까. 중년은 청춘의 선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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