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막혀 죽겠거든, 철학하라 - 인생의 힘든 고비에서 나를 잡아준 책들 인문낙서 1
홍정 지음 / 인간사랑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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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막혀 죽겠거든 철학하라/홍정/인간사랑]삶과 죽음 사이의 인생길에서 철학하는 즐거움을 주네.

 

삶과 죽음의 문제는 불가항력의 문제다. 태어나는 일이든 죽는 일이든 모두 내 맘대로 어쩌지 못하는 초인적인 일이다. 그렇기에 많은 철학자들은 삶과 죽음에 대한 고민들을 많이 했을 것이다. 실존 자체도 자유의지대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지 않나.

 

탄생의 순간은 환희지만 죽음의 순간은 슬픔이다.

살면서 가까운 가족의 죽음을 마주한 적이 없지만 그런 경우가 생긴다면 깊은 슬픔에 빠질 것이다.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하겠지만 이왕이면 늦추고 싶은 것도 깊은 슬픔을 이겨 낼 자신이 없어서 일 것이다. 될 수 있는 한 질병 없이 천명을 다하고 세상을 하직하는 게 모두의 바람일 것이다. 그래서 웰다잉에 대한 관심도 높은 것이리라.

 

아버지와 동생의 죽음을 마주했던 저자의 삶을 보면서 삶은 기대한대로 흐르지 않음을 느끼게 된다. 예고가 없는 죽음 속에서, 심장을 후벼파는 슬픔 속에서 저자가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인문학과 조우한 것도 놀랍다. 삶과 죽음의 문제를 누구보다 깊이 고민했던 철학자들을 만났을 때의 공감과 위로를 책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저자는 대학 졸업 후 굴지의 광고회사에 다녔다. 40대 초반, 아버지를 사고로 잃고 동생마저 자살로 잃었다. 그 이후 삶의 의욕을 잃고 절망하며 세상을 등지고 축사로 도망쳤고, 2년 반의 시간동안 아내가 보내주는 인문학 책을 파고들었고, 이후 다시 직장생활을 하다가 지금은 인문학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고 한다. 고통의 순간에서 인문학 공부에 몰입했고, 인문학 공부를 하게 되면서 즐거운 글쓰기로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저자의 인문학 공부의 밑바탕에는 아버지가 있었다. 어렸을 적부터 아버지 서재에서 함께 책을 읽었고, 군대에 있을 때도 아버지가 보내주신 책들로 힘든 시기를 이겨냈다고 한다. 그러니 멘토 같은 아버지의 죽음은 그를 더욱 인문학의 세계로 인도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구원의 손길을 잡는 심정으로 인문학에서 위로를 받고 싶었으리라.

 

아버지와 동생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치게 밀려들수록 인문학에 대한 집착이 더 강해졌다. 인문학은 나에게 플라시보(위약) 효과로 작용했다. 테세우스를 아리아드네의 실패 역할을 한 것은 인문학이었다. 내 삶의 전부는 인문학에 걸려 있었다. (73)

 

인문학 공부를 하면서 자기를 둘러 싼 외부적인 것을 돌보는 것이 아니라 자기 내면을 돌보는 삶을 시작했다고 한다.

 

스피노자에게 자기 자신을 돌보는 삶은 자기 삶의 원인을 스스로 파악하여 사는 삶이다. 자기 삶의 원인이 되는 것, 즉 내 삶이 다른 요소들에 의해 영향 받도록 내버려 두지 않고 삶을 스스로 만드는 것이 자기 자신을 돌보며 사는 삶이다. (51)

          

    

형이상학은 우리를 알게해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살게해주는 것이다. (55)

 

스스로도 병약했기에 공기 좋은 곳을 찾아다니며 휴식과 사색으로 자기 돌봄에 철저했던 니체의 삶에서 위로 받고 긍정 에너지를 받게 되고…….

 

내가 몸과 정신의 고통으로 힘들던 시절 니체는 내 상처를 보듬고 위로해 주었다. 니체가 없었더라면 내 삶은 황폐해졌을 것이다. 니체는 죽음의 문제란 깊은 물에 빠져 허우적댔을 때 나를 건져 올려 구해주었으며, 이를 넘어 내가 앎의 문제로 공부의 깊이와 폭을 넓힐 수 있도록 이끌어주었고, 진정한 자기 돌봄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했다. (87)

 

이 하루로 인하여 나는 난생 처음으로 내가 살아온 전 생애에 만족하게 되었다는 니체의 말에서 전율이 느껴지지 않았을까. 난 아직 그런 기억이 없기에 나도 그런 하루가 되기를 간절히 빌게 된다.

 

자기 자신을 돌봄을 영혼으로 규정했던 소크라테스에 빠졌다가, 칸트를 시작으로 피히테와 셀링 그리고 헤겔로 이어지는 독일 관념철학부터 본격적인 에 대한 탐구가 시작되고, 죽음의 문제와 대면한 철학자인 플라톤, 스피노자, 니체, 프로이트, 레비나스로부터 위로를 받기도 한다. 그런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많은 철학자들을 만날 수 있다.

 

저자는 인문학 공부를 하면서 음주흡연을 모두 끊었고, 좋은 집과 좋은 차, 좋은 옷이 없어도 행복하고, 아내와 소통의 시간을 늘려서 행복하다고 한다.

 

 

이 책은 인문낙서(人文樂書) ‘시리즈 1편이다. 삶과 죽음 사이의 인생길에서 철학하는 즐거움을 주는 책이다. 곁에 두고 음미하고 싶은 人文樂書다.

    

자기운명의 수레바퀴 속도를 누구나 예측할 수 없을 것이다. 모든 죽음에 대해 초연하기가 그리 쉬울까. 삶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삶은 이야기 도중에 마감할 수 있다. 죽음은 삶의 중간에 끝나기에 ~’하다가 갈수도 있다. 그래서 운명론이 나온 지도 모르고…….

 

누구나 어떠한 죽음일지라도 죽음에 대해 무념무상일 수 없다. 그저 시간이 약일 텐데…….

별다른 삶이 있을까마는 후회 없는 삶, 내면에서 솟아나는 행복한 삶, 더불어 사는 것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된다. 삶과 죽음 사이를 노닐다 갈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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