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빼빼로가 두려워
박생강 지음 / 열린책들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나는 빼빼로가 두려워/박생강/열린책들]빼빼로포비아에 대한 발칙한 상상들...

 

빼빼로에 얽힌 심리적 상처를 다룬 소설인 줄 알았다. 빼빼로포비아가 등장하기에 말이다. 포비아(phobia)가 특정한 물건이나 환경, 상황에 대한 불안장애나 공포증, 공황장애 등을 의미한다. 그래서 빼빼로에 대한 유년기의 고통스런 상처가 있는 줄 알았다.

 

만약 빼빼로데이에 애인이 없다면 빼빼로데이가 주는 공포감은 가히 공항장애 수준일 것이다. 1111은 숫자가 특정 과자 빼빼로를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빼빼로를 주면서 사랑 고백을 한다는 날이다. 이런 풍습은 언제부터 생겨난 걸까. 이런 날이면 많은 솔로들이 빼빼로포비아를 일으키지 않을까.

 

 

마흔둘의 심리 상담사 민형기는 환청이 들린다. 일명 스트레스 성 환청이다. 예를 들면 약을 먹기 전 손바닥 위에 놓인 알약이 형기에게 말을 건다. 마치 다섯 개의 알약이 한 목소리로 합창하듯이 말이다.

 

-정신 차려, 이 사람아. 당신 발밑에 파도가 있어.

-정신 차려, 이 사람아. 커피믹스 한 봉지만도 못한 인생아.

-정신 차려, 이 사람아. 용기 없고 따분한 지루박 그거 언제쯤 끝낼 거야.(책에서)

 

어쨌든 심리 상담소를 개설하고 4~5년 지난 뒤에 알약들의 합창을 듣기 시작한 형기. 그는 빼빼로를 두려워한다는 카페 스윗스틱사장을 면담하게 된다. 39 살에 카페 체인점도 하는 사장에게 빼빼로포비아가 웬말인가. 빼빼로에 대한 그의 공포감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뾰족하게 박힌 날카로운 아몬드 빼빼로 때문일까, 욕망의 죄의식에 불을 지피는 농염한 누드 빼빼로 때문일까, 아니면 녹으면 핏물 같이 끈적끈적 해지는 초콜릿 빼빼로 때문일까.

 

빼빼로가 두려워 편의점도 못가는 카페 사장은 형기를 만나 뒤 자신의 낡은 아파트로 초대한다. 그리고 자신은 외계인이며 실리칸이라는데…….

 

빼빼로포비아에 대한 소설을 쓰고 있다는 김만철. 그의 소설에는 카페 스윗스틱’, 검은 색 푸들 강아지, 사장의 낡은 아파트, 외계인 실리칸의 생존의 법칙, 주술사들의 진화 등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현실 세계와 소설의 세계과 반복되기에 헷갈린다. 지구인과 외계인의 이야기에 현실과 소설에서 반복되기에 혼란스럽다.

사물이 말을 한다는 설정에서 신선하게 느꼈는데, 현실과 소설을 오가는 설정이 그대로 복잡계다. 특히 인간과 외계인 실리칸의 만남에서는 읽으면서도 현실과 소설이 헷갈리기 시작한다. 소설 속에 소설이 있고, 현실과 소설이 같은 내용이기에 엄청 구분을 해서 읽어야 할 소설이다.

빼빼로포비아가 진화를 거듭하는 외계인이 나오는 소설이다.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소설인가. 복잡하게 얽힌 소설이다.

 

빼빼로데이가 되면 공포감을 느끼는 빼빼로포비아는 그대로 별그대다, 이제 실리칸에서 온 별그대라면 빼빼로 테라피가 필요할 지도.......

 

어떤 이들은 빼빼로에 과도하게 집착하거나, 빼빼로에 대한 공포심을 느낄 수 있다. 빼빼로에 대한 알레르기도 있을 수 있고 체질적으로 빼빼로가 맞지 않을 수도 있다. 빼빼로데이에 대한 거부감, 빼빼로에 대한 두려움에서 시작해서 외계인의 진화과정과 연결하고 소설 창작 과정까지 연결하다니, 발상이 대단하다.

개인적으로 빼빼로는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미각적 즐거움을 주는 사물인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