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 - 괴물의 세계로 들어가다
안체 헤르덴 지음, 에파 쇠프만-다비도프 그림, 이상희 옮김 / 크레용하우스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지난 목요일/크레용하우스]어느 날에 일어난 기이한 지하모험 이야기

 

어릴 적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아이들만 사는 세상은 어떨까라고. 아이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세상은 어떨까라고. 동화 세상처럼, 디즈니랜드처럼 꿈과 모험의 세계일까. 아니면 허클베리 핀의 세상처럼 탐험과 도전의 세계일까. 가끔은 그런 상상들이 하루를 즐겁게 하기도 했는데…….

 

 

존재감이 없던 아이들인 잔드로와 공주 그리고 쿠르트는 4주 전 목요일 아침을 기점으로 전혀 색다른 체험을 하게 된다.

쿠르트는 작은 키이지만 교실에서 맨 뒷자리 왼쪽 벽 바로 옆에 앉을 정도로 관심을 받지 못하는 아이다. 알이 두꺼운 안경을 쓰고 매일 빡빡머리를 하고 털실 모자를 쓰고 다닌다. 고고학자인 엄마는 늘 유적을 찾아 집을 비우기에 집에서는 할머니와 아버지와 함께 있을 때가 많다.

아빠가 없는 잔드로는 말을 더듬기에 늘 자주 쓰는 말을 적어 둔 낱말 카드로 대화하는 아이다. 잔드로는 아이들이 슬퍼하거나 화가 나면 금세 눈치를 채고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지만 친한 친구가 없다.

공주인 틸다는 늘 공주 패션을 즐기고 유난스럽게 주변을 깔끔하게 정리한다. 그래서 남다른 관찰력을 발휘하기도 하지만 주변에 친구가 없다.

 

평소 친하지 않던 세 아이는 4주 전의 목요일을 시작으로 서로 친하게 된다. 늘 주변을 관찰하며 정리를 하기를 즐기던 공주가 먼저 자신들이 느끼지 못하는 것을 지적해 주면서 시작된 관계였다.

 

공주의 관찰력은 촉을 발휘하며 새롭게 일어난 사실들을 알아차리며 쿠르트와 잔드로에게 알려주게 된다. 공주와 함께 하면서 두 이이들도 주변에서 새롭고 이상한 일들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세 아이는 점점 세상이 달라지고 있음을 감지하게 된다. 더구나 세 아이가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주드로의 말더듬는 버릇이 사라지게 된다. 늘 쪽지로 대화하던 잔드로가 점점 말문이 트이고, 점점 유창하고 유식한 표현을 쓰게 된다.

 

쿠르트의 아버지가 쿠르트의 머리를 깍지 않게 되고, 쿠르트의 할머니가 집안일을 하지 않게 되고, 빵 집에는 빵이 동나거나 평소보다 다섯 배나 많은 빵을 팔기도 한다. 가족들은 쿠르트만 빼놓고 식사하게 되고, 흥분하는 어른들이 없어지고, 아이들은 잡동사니로 집을 만들고, 거리에는 차들도 사라지고 사람들의 불평도 사라지게 된다.

 

예전과 많이 달라진 세상이 된 것이다. 이제 어른들은 일부만 남고 완전히 자취를 감춰 버린다. 어른들이 전혀 개입하지 않는 세상이라니. 아이들만의 자유와 모험의 세계가 시작된 걸까.

 

동네엔 먹을 것이 동나고, 빵집을 습격하고, 슈퍼마켓을 습격하고,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가는 대신 거리에 판잣집을 짓고 살게 된다.

어른들이 사라지자 마을은 잠시 아수라장이었다가 양서류와 쥐의 감시를 받게 된다. 굶주린 아이들을 위해 학교에서는 쥐 사나이가 아이들에게 닭고기와 감자튀김을 나눠 준다. 감자튀김과 닭고기를 먹은 아이들은 온순해지고 불평이 사라지고 엄마 아빠도 찾지 않고 행복해 보인다.

 

쥐 사나이의 정체, 음식에 넣은 약의 정체는 무엇일까. 쿠르트와 공주, 잔드로는 세상을 되돌려 놓겠다고 다짐하며 하수도관으로 들어가는데……. 세상을 구하러 다니는 아이들, 예전처럼 세상을 되돌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세 아이는 아쿠아리움에서 열리는 연주회를 보러 가다가 거대한 양서류의 지하 세계를 알게 된다. 거대한 양서류들의 존재를 확인하러 개구리, 오름, 도롱뇽과 같은 양서류가 다니는 하수도관을 돌아다닌다. 그러다 만난 노파가 준 차는 아이들의 기분을 좋게 해준다. 그리고 난쟁이 교수를 만나게 되고......

 

나는 땅 밑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거다. 서로 존중하는 법과 자신과 성격이나 생김새가 다르더라도 모두가 똑같이 소중하다는 걸 말이야. (246)

 

우연히 지하 방공호에서 만난 난쟁이 교수는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어 어른들에게 복수하고 싶었다는데…….자식을 버려두고 부모들의 행복만 추구하던 자신의 부모에게 복수하고 싶었다고

 

세탁물 수레를 끌던 공주를 다시 만나게 되고. 기지를 발휘해 겨우 지하 방공호를 빠져 나온 아이들은 복제된 괴물 도롱뇽을 만나게 되는데…….

 

어느 날 갑자기 이상한 차를 먹고 전혀 딴 사람이 되어 딴 세상을 살게 된다면 어떨까. 엄마 아빠와 집을 그리워하지 않는 아이들의 세상, 수백 마리의 쥐들과 함께하는 세상, 그래도 불평불만이 없는 세상을 만나게 된다면…….

 

 

평소에 존재감이 없어 루저로 대우받던 아이들의 모험과 도전 이야기다. 양서류가 지배하는 상상의 세계에서 지구를 구하는 이야기다. 어쩌면 과거에 있었던 세상, 아니면 미래에 다가올 세상일지도……. 괴물의 세계로 들어간 유쾌한 탐험이야기다. 무섭기보다는 흥미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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