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자의 조건 - 군림할 것인가 매혹할 것인가
이주희 지음 / Mid(엠아이디)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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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의 조건/이주희/MiD] EBS 다큐프라임 6부작, 강대국의 비밀

 

몇 천 년의 역사 속에서 지구엔 강대국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그 중에서도 넓은 영토를 오랫동안 통치했던 나라들은 로마, 몽골, 대영제국, 네덜란드, 미국 등일 것이다. 이들 나라들이 오랫동안 강자의 위치에 있을 수 있었던 까닭은 관용과 포용 정책이었을 것이다. 이민족을 피지배층이라고 이류 취급한 것이 아니라 같은 백성으로 대우했다는 사실은 이미 역사 수업을 통해서 들은 이야기다. 그런 강대국 역사의 이면을 자세히 파헤친 책을 만났다.

   

 

 

 

 

 

강자의 조건.

EBS 다큐프라임 6부작 <강대국의 비밀>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강자가 되기 위해 치러야했던 무수한 전쟁의 역사, 정책의 세계사, 민족화합의 역사다. 아주 자세한 이야기들을 유쾌하게 담은 강대국의 비밀을 밝힌 책이다.

 

표지그림에서 강자의 포스를 느끼게 한다.

 

궁정화가 조지 가우아가 무적함대에 대한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그린 엘리자베스 1세의 초상. 왼쪽 창문에는 스페인 무적함대가 진군해 오는 모습이 배치되어 있고, 그 앞에는 잉글랜드의 수호성인 St. George Flag 를 단 영국함대가 칼레 앞바다에 있다. 오른쪽 창문에 있는 좌초되는 스페인 함대는 영국이 해상권을 잡았음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다. (책에서)

 

한 번쯤은 봤을 표지 그림에 대한 친절한 설명이 마음에 쏙 든다. 무심코 스친 그림 속에 이렇게 많은 의미를 담았다니. 복식과 헤어스타일에서 강대국의 모습을 과시한다고 생각했는데, 곳곳에 스토리가 담겨 있다. 게다가 지구의 위에 손을 올려놓은 여왕의 자태는 세계가 이 손 안에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야심이 대단한 여왕이다.

 

중국의 G2 등장으로 모두가 관심 있어 하는 것이 있다. ‘중국이 언제 미국보다 우위에 서느냐일 것이다. 하버드 대학의 조지프 나이 교수가 중국계 화교인 리콴유 싱가포르 전 수상에게 물었더니 대답은 중궁은 미국을 추월할 수 없는 것이라니....그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이 강자의 조건을 갖추려면 무엇이 더 필요할까?

 

시리아 출신 아버지를 둔 스티브 잡스와 케냐 출신 아버지를 둔 오바마, 헝가리 출신의 조지 소로스가 공존하는 미국은 그 다원성만으로도 전 세계의 인재를 끌어들이는 힘을 가지고 있다. - ‘들어가는 말중에서

 

로마제국의 비밀은 정복되는 국가에게도 동등한 시민권을 주었다는 점이다.

무수히 많은 전쟁을 치렀던 로마이지만 처음부터 강하거나 늘 이긴 것은 아니었다.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 장군에겐 늘 패배했던 로마였다. 그런 로마가 강대국이 된 비결은 카르타고와 로마가 벌인 칸나이 전투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기원전 21682일 칸나이 평원에서는 알렉산더 대왕과 명장 한니발의 군사들에게 로마 병사들이 철저하게 두들겨 맞은 날이다. 5만의 로마병사들과 참전한 원로원이나 참정관들이 떼로 죽은 참패였다. 전쟁터에서 원로원의 1/3 정도가 죽었고 로마 성인 남자의 10%가 죽었기에 로마인들은 전의를 상실하거나 회복할 기력조차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니발과 로마 사이에 벌어진 칸나이 전투에서의 한니발의 전술은 스키피오 같은 후대 지휘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이들은 한니발을 이기기 위해 한니발의 전략과 전술을 배우며 익혔다. 그리고 14년 후 로마는 한니발과 싸워 천하의 명장을 이기게 된다. 칸나이 전투 후에 살아남은 집정관의 아들이었던 스키피오의 활약으로 말이다.

 

일찍이 문명의 발달을 이룬 페니키아인들이 건설했던 북아프리카 최대의 도시 국가인 카르타고(현재 지명은 튀니스). 카르타고 출신의 세계적인 명장 한니발이었지만 긴 전쟁에는 장사가 없는 법이다. 한때 항해술과 기술로 서부 지중해를 주름잡고 1차 포에니 전쟁에서 패배한 카르타고는 시칠리아 섬을 상실하면서 경제력과 해상 장악력이 약화되었고, 긴 전쟁의 마지막에 패함으로써 로마에 복속하게 된다.

 

로마의 관용정책 역시 한니발의 전술보다 우위였다. 무수히 많은 로마와의 전투에서 이겼지만 로마동맹국들을 끌어들이진 못했다는 점이다.

로물루스, 에무스 형제가 건설한 초기 로마는 남자들의 국가였다. 사비니의 전쟁에서 로마가 승리하지만 로마 입장에서는 시민이나 군인이 필요했고 무엇보다도 여자들이 필요했다. 그래서 이웃의 사비니 여자들을 약탈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서도 로마의 관용정책이 빛을 발하게 된다. 사비니 여자들을 약탈한 로마는 사비니 왕에게 1:1 통합을 제안한다. 사비니의 왕과 같이 로마를 통치하고 사비니의 귀족들을 그대로 원로원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한니발과의 전쟁 이후 로마군은 더 이상 패배를 모르는 군대가 되었다. 카르타고와의 전쟁을 통해 북아프리카를 손에 넣었고 곧이어 벌어진 마케도니아와의 전쟁에서도 승리함으로써 동부 지중해에 대한 지배권도 차지하게 된다. 이제야 비로소 지중해는 로마인의 바다가 된 것이다. 더불어 로마도 본격적인 제국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런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은 결국 로마의 관용이었다. 적극적으로 패배자들에게 시민권을 나누어 주고 그들을 동료로 받아들인 로마의 역사가 위기에 빠진 로마를 구한 것이다. 그리고 이 시민권 개방 노선은 로마가 제국의 길을 걸음에 따라 더욱 확대되어 갔다. 라틴인들과 그리스인에 더해 갈리아인들이 로미 시민이 되고 북아프리카의 원주민들이 원로원 의원이 되었으며, 스페인인들이 로마 황제가 되었다. (책에서)

    

 

당대 최고의 명장 한니발을 둔 해상 국가 카르타고의 패배, 주변국에서 중심국으로 우뚝 선 로마의 다원주의 정책, 승자의 이점을 포기하고 패지를 포용하고 관용한 정책들을 보면 강대국다운 면모를 알 수 있다. 로마에의 귀속으로 스스로 강대국 시민이라는 자부심을 느끼게 하다니.

건국 초기 사비니 여인들 약탈을 통해서 관용의 힘을 깨친 걸까. 다민족 공동체로서의 로마의 관용에는 대인의 포스가 느껴진다. 패전국들이 이런 로마의 관용에 카리스마를 느끼지 않았을까. 로마의 관용 정책에는 다분히 그들이 지향한 실용주의가 깔려 있다. 이민족에게 시민권을 주는 것, 요즘의 미국과 비슷한 것 같다는데......

 

 

이 책은 강대국의 비결을 다룬 책이다. 로마 이외에도 몽골, 영국, 네덜란드, 미국 등의 강대국의 비밀도 있다. 강대국의 끈기, 자부심, 정책, 전술 등을 역사와 함께 자세하게 서술했기에 새로운 느낌이다. 하나의 주제에 대해 412쪽에 이르는 방대한 이야기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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