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인간 - 일러스트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호세 무뇨스 그림 / 미메시스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일러스트 최초의 인간/알베르 카뮈/호세 무뇨스/미메시스]미완의 유작이 된 최초의 장편소설…….

 

 

프랑스가 자랑하는 노벨문학상 수상자(1957)인 알베르 카뮈의 소설을 정말 오랜만에 접한다. 여고 시절 페스트, 이방인으로 만났던 카뮈의 문체는 호흡이 길었다는 기억이 난다. 특히 유럽을 죽음의 공포로 물들였던 흑사병을 다룬 페스트를 읽으면서 재앙 앞에 무기력한 인간의 존재를 느끼기도 했다. 카뮈에게 미발표의 미완성 유작이 있는 줄 처음 알았다.

최초의 인간

  ,

 

알베르 카뮈1913년 프랑스 식민지였던 알제리의 몽도비에서 태어났다. 1차 세계대전에 참가한 아버지가 마른 전투에서 전사하자, 귀머거리 어머니와 외할머니 밑에서 가난한 시절을 보내게 된다. 공장에서 일하라는 할머니의 부탁에도 불구하고 고학으로 대학 졸업까지 하게 된다. 좋은 스승을 만나 교수의 꿈을 가졌지만 생계를 위해 신문 기자가 된다. 이후 시인의 기질을 발견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안과 겉, 결혼, 이방인, 시지프스의 신화, 페스트등을 쓰면서 프랑스 문단의 총아, 20세기 문단의 정점에 오른 작가라는 평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최초의 인간을 집필하던 중, 1960년 자동차 사고로 사망하면서 이 소설은 미발표 장편소설이 되었다고 한다. 이후 최초의 인간은 다듬어지지 않은 초고 그대로 1994년에 출간하게 되었다는데…….

 

돌투성이의 길 위를 오랜 시간 달린 작은 포장마차에서 여자가 내리고, 다시 찾은 고향집에서 여자는 아이를 낳는다. 자크 코르므르라는 사내아이를. 그로부터 40년의 시간이 흐른 뒤 그 사내는 아버지의 무덤을 찾게 된다. 그리고 아버지와 가족, 자신의 이야기를 엮어 간다.

 

읽다가 보면 카뮈 자신의 삶을 자크에게 투영한 소설이다.

자크가 어린 시절, 29 살의 나이로 전몰장병이 된 아버지의 묘지 방문, 아버지의 전사로 가난하게 살았던 알제리에서의 삶, 자신을 이끌어준 선생님들, 그렇게 진학하고 자수성가하기까지의 삶, 여인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카뮈를 상상하게 한다.

 

 

 

그의 내면의 그 어둠 속에서 태어나고 있는 저 굶주린 열정, 그의 혼속에 언제나 깃들어 있었고 심지어 지금도 그의 존재를 고스란히 간직해 주고 있는 살려는 광기, 다시 만난 가족들 한가운데서, 어린 시절의 영상 앞에서 젊은 시절이 사라져 가고 있다는 저 돌연 끔찍해지는 감정을 더욱 쓰디쓰게 만드는 살려는 광기, 마치 그가 사랑했던 그 여자처럼, 오 그렇다, 그는 마음과 몸을 다 바친 엄청난 사랑으로 그 여자를 사랑했었다, 그렇다, 그 여자와는 욕망도 당당했었다, 그리하여 (이하 생략)(343)

    

구절들이 나열된 긴 문장이기에 난해한 느낌도 있다. 전혀 손대지 않은 초고본인데다 문장부호까지 없고 알아보기 힘든 글자도 수두룩하다. 하지만 특유의 아름다운 문체들, 배경 묘사, 심리적 사유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이 소설이 완성되었다면 얼마나 감동적이었을까. 얼마나 아름다운 문장의 향연이었을까.

 

 

 

그리고 그 역시, 어쩌면 그녀보다도 더, 조상도 기억도 없는 땅, 그에 앞서 이 세상에 왔던 사람들의 소멸이 더욱 완벽했었던 고장, 늙어가면서도 문명된 나라들 [ ] 에서처럼 우수를 통한 위안을 얻을 수 없는 고장에서 태어났기에, 어쩌면 그녀보다도 더, 단번에 그리고 영영 으깨져 버릴 운명인 고독하고 항상 진동하는 큰 파도처럼, 완전한 죽음과 맞서 있는 순수한 삶의 열정인 그는 (이하 생략) (348)

    

[ ] 표시는 판독 불가능한 단어라는 표시로 비워 둔 것이다. 따옴표도 없고 문단도 없다. 마지막으로 갈수록 문장은 더욱 길어진다. 자신의 생각을 일단 적어둔 것일까. 카뮈의 최초의 장편소설이 미완성 유작이 되다니……. 카뮈가 사망하던 그날까지도 집필 중이던 작품이었다니, 더구나 한 번도 손질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미완의 육필원고였다니, 읽으면서 그의 마지막 숨결이 와 닿는 듯하다. 미완의 유작이라기에 마지막 부분에서는 안타까움마저 든다.

 

책 속의 일러스트가 특색 있다.

아르헨티나 태생의 호세 무뇨스의 작품이다. 흑과 백의 독특한 그림체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는 화가다. 굵지만 날카로운 선, 묵직한 명암 대비, 과장과 그로테스크한 분위기 등이 어울려 얼굴과 골격 표현이 입체적이다. 마치 먹과 붓으로 그려낸 동양화를 보는 듯 하고, 판화를 보는 느낌도 든다.

 

 

책의 뒷부분엔 최초의 인간 원고에 낀 낱장들과 <최초의 인간(노트와 구상)>이란 제목의 공책, 두 통의 편지도 첨부되어 있다. ‘노트와 구상은 카뮈가 자신의 작품을 어떻게 전개해 나갈 것인지 독자들이 짐작할 수 있게끔 하는 노트다,

 

 

실을 꿰어서 제본하는 전통적인 사철 방식으로 튼튼하게 만들어졌다니, 카뮈에 대한 애정 표현일까. 일러스트마저도 카뮈에 대한 오마주 같은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