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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 인연 - 인생은 짧고 의술은 길다
정준기 지음 / 꿈꿀자유 / 2014년 9월
평점 :
[참 좋은 인연/정준기/꿈꿀자유] 그렇게 삶은 많은 인연들이 엮여 가는 것, 인생은 대단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옛말이 생각난다. 삶은 인연이 인연을 낳은 결과물일 것이다.
한국 핵의학 초창기부터 활약해 불모지의 한국 핵의학을 세계 4위권으로 끌어올리는데 중심 역할을 한 서울 의대 정준기 교수. 그가 의학자이자 수필가로서 일 속에서 사람을 만났던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참 좋은 인연.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4/1121/pimg_7269711951102953.jpg)
‘머리뼈에 구멍 난 천재 선생님‘ 이 정말 인상적이다.
전라도 외진 고등학교 출신으로는 최초의 서울대 의대생이 된 한 선배가 신입생 환영회자리에서 막걸리를 과음한 것이다. 동숭동 서울대학교에 있는 이른바 미라보 다리에서 센강에 구토를 한 뒤 개천에 떨어진 것이다. 당연히 바로 앞 응급실로 갔고 머리뼈에 구멍을 뚫어 뇌출혈로 인한 핏덩어리를 제거했다. 그 결과 시골 출신은 군 면제를 받았다. 기이한 것은 겨우 의대 합격을 하던 수준이었던 시골 출신이 2등 졸업이라는 경이로운 실력으로 올라선 것이다. 그리고 천재가 된 시골 출신은 대학 교수가 되었다는 믿거나 말거나 같은 실제 이야기다.
시골 출신의 뇌세포는 전혀 손상하지 않았나 보다. 머리뼈를 뚫어서 더욱 머리가 좋아진 걸까. 아니면 노력으로 극복한 걸까. 대단타.
스킨십 유감...
언제부터 털이 없어지기 시작했을까? 학자들에 의하면 머릿니와 사타구니에 사는 이의 DNA 변이 시간 차이로 계산할 수 있단다. 머릿니는 예로부터 원시인의 온몸에 난 털에 살던 이의 후손이고, 사타구니의 이는 다른 동물의 이가 우연히 사람의 몸에 기생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 두 가지 이의 DNA 변이 정도를 측정하고 확률적으로 이러한 차이가 생기는 기간을 추정하면 인류의 온몸을 덮고 있던 털이 없어진 것은 약 이백만 년 전이다.(86쪽)
인간은 몸의 털이 없어지면서 피부의 땀샘이 발달했고, 땀샘의 발달로 피부의 체온 조절이 가능해졌다. 이 후로 장거리 달리기도 가능해졌다고 한다.
만약에 털이 있었다면 열을 배출하는 능력이 부족해 15분 이상 달리지 못했을 거라니, 헐~
피부가 두뇌 발달과 관계가 깊다는 연구가 있다니…….
피부 세포와 뇌신경 세포는 태아기에 같은 외배엽에서 분화되어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고, 맨살 접촉에 의한 자극이 늘어나면 두뇌가 커지고 신경세포의 연결도 풍부해진다. 특히 어릴 때의 피부 접촉이 인간의 진화나 개인의 지적 능력 발달에 중요하다.(87쪽)
부모가 아이를 자주 어루만지는 등 신체적인 접촉이 많을수록 아이의 정서적인 안정과 두뇌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스킨십은 애정 표현, 친근감의 표현이지만 건강과 정서에도 좋다니, 자주해야겠다. 아이든 어른이든 피부접촉은 안정감을 주고 기분 좋은 행복감을 준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의학 담당관인 스리랑카 출신 피아세나 박사와 속리산 법주사를 거닐면서 나누는 불교의 연기론과 업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적이다. 국경을 초월한 불교이야기라니.
대학에서 의사이자 교수로 있으면서 40년 동안 만난 인연들이 얼마나 많을까. 좋은 사람은 악연도 인연으로 만들지 않을까. 사람과의 인연, 책과의 인연, 일과의 인연, 모두 소중한 인연이다. 앞으로도 많은 인연들이 그렇게 엮이고 쌓여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