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이 아닙니다
이승아 지음 / PUB.365(삼육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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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것이 아닙니다/이승아]사랑, 결혼, 죽음 그리고 추억

 

죽음을 가까이에서 접한 적이 없지만 죽음을 맞이하는 이들의 슬픔과 아픔에는 늘 공감한다. 가장 가까운 가족들의 죽음이 주는 무게와 스트레스는 엄청나기에 애도의 기간이 필요하다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사랑했던 사람들을 보낼 시간, 스스로의 마음을 추릴 시간은 사랑의 농도에 비례하는 것일까. 행복의 농도에 비례하는 걸까.

 

 

남편을 먼저 보낸 아내가 쓴 글이라기에 어두운 분위기일 줄 알았다. 하지만 첫 부분부터 발랄하고 유쾌하다. 살았던 기간들에 대한 행복이 넘쳐난다. 17년간의 신혼 같은 결혼생활, 갑작스런 남편의 암투병과 죽음 그리고 지난날을 추억하는 이야기가 슬프고 안타까우면서도 감동이다.

 

첫 인상은 0.1초 만에 결정된다고 했던가. 이들의 첫 만남은 대학시절 신촌의 하숙집에서였다. 노랑머리에 찢어진 청바지를 하고 무도장과 술집을 즐겨 다니던 날라리(?) 이대생이 열심히 과외를 뛰며 용돈을 벌어야 했던 순박한 연대생을 만난 것이다. 첫 인상의 짜릿함은 없었지만 둘은 같은 하숙집에 살면서 서서히 서로에게 끌려 연인이 되었다고 한다. 대학 시절에 하숙집이나 자취방에서의 썸과 연애, 그리고 결혼으로 이어진 경우가 주변에도 많기에, 그 시절이 생각나기도 하는 풋풋한 장면이다.

 

결혼 후 아이를 낳고 살아가는 모습도 연애 시절이나 다름없이 깨알 돋는 생활, 결혼 17년 동안 늘 신혼 같았던 생활, 시댁에 가서도 당당하게 설거지를 도와주는 남편, 처가 식구들에게도 마누라보다 곰살궂게 구는 남편, 마누라 편히 자라고 밤마다 아이들 기저귀며 분유를 시중들던 남편, 자기는 하늘이 준 선물이라고 닭살 같은 문자나 여전히 18세 같다는 멘트를 날릴 줄 아는 남편, ‘남편의 십계명까지 잘 지키던 남편이 지금은 없지만 최고의 보물이었다는 아내의 이야기에서는 깨가 쏟아지듯 고소한 냄새뿐이다.

 

사십 대 초반에 어느 날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암 환자가 되어버렸지만, 울 화니는 여전히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였습니다! 전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남편을 가진 참 행복한 여자였고요.(63)

 

 

행복했던 결혼, 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준 남편이 어느 날 갑자기 쓰러질 줄이야. 그 이후로 눈물겨운 병원 입원과 치료과정들이 이어진다. 하지만 병원에서도 껌딱지처럼 붙어있으면서 행복했다는 아내다.

폐암 4기의 암진단과 치료과정 등 겪지 않은 입장이기에 어찌 짐작할 수 있을까. 작은 아픔에도 마음이 약해지는 게 인지상정인데 두 사람의 밝고 유쾌하게 겪어내는 치료과정들이 빛나 보인다.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삶을 공유하면서 파워블로거가 된 저자는 대학교 학년 때 만나 6년 연애, 17년 결혼 생활을 담담히 털어 놓았다. 아름답게 추억하기도 하고 가슴 아프게 회상하면서 말이다. 이 책은 그 결과물이다.

  

슬프고 어두운 분위기라고 지레 짐작하고 책을 펼쳤는데, 유쾌하고 발랄하고 행복한 추억이 가득하다. 살았던 순간들에 대한 행복과 감사가 넘쳐난다. 사랑, 결혼, 죽음 그리고 추억을 다룬 이야기다.

 

같은 하숙집에서 산 인연으로 만나 우정이 되고 사랑이 되어 연애하고 결혼한 평범한 이야기다. 암 환자가 되고, 죽음을 맞고 추억을 하는 이 순간에도 삶이 행복했노라고 말하는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다. 순간의 삶이지만 영원처럼 살던 부부, 이승과 저승의 삶으로 갈렸지만 여전히 최고의 선물이라고 말하는 이야기를 읽으며 삶과 죽음, 행복과 감사를 생각하게 된다. 모든 게 선물이고 모든 게 감사의 이유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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