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학 수업 - 우리가 다시 삶을 사랑할 수 있을까
에리카 하야사키 지음, 이은주 옮김 / 청림출판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죽음학 수업/에리카 하야사키/청림출판]삶의 매순간을 죽음 안에서 새롭게 포착하라.

 

삶과 죽음의 경계는 어디일까. 무한대의 시간 속에서 어떻게 잴 수 있을까. 삶의 목적은 최종 목적지인 죽음일까. 그렇다면 어떤 죽음이어야 할까. 우리에게 애도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죽음학 수업이 있는 줄 처음 알았다.

 

 

 

 

죽음학 수업의 역사는 언제부터일까.

1960년대에 이르러 죽음 교육이 성교육만큼 중요하다고 인식되면서 죽음 교육을 시도하게 된다. 1963년 미네소타 대학교에서 죽음에 관한 최초의 강좌가 개설되면서 죽음을 음지에서 양지로 이끌어 내게 된다. 이후 어둠 밖으로 나온 죽음학은 더욱 많은 관심을 얻게 되면서 죽음과 임종에 대한 강좌와 학술지가 늘어나게 된다. 죽음학에 대한 교과서가 만들어지고, 학회가 생기고, 학위와 관련 자격증 과정도 생기게 된다. 심지어 킨 대학교 대학원에서는 교양과목으로 죽음학 강좌까지 두고 있다.

 

킨 대학교의 죽음학 수업은 노마 보위 교수 담당이다. 그녀는 공중위생정책학 박사이며, 20년 동안 간호사로 근무했다. 이후 킨 대학교에서 정신건강과 간호 및 공중보건에 대한 수업을 해왔다. 그녀의 수업 긴 안목으로 보는 죽음은 수강 대기자가 3년을 기다려야 할 정도다.

 

미국에서는 버지니아 공대 총격 사건 같은 대형 참사도 있지만 연인과의 불화로 총기 사고가 나기도 하고 자살하기도 한다. 심지어 에리카의 친구도 총격으로 죽음을 맞았다고 한다.

에리카 하야사키는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기자 시절인 2007년 조승희의 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로 33명이 목숨을 잃은 장면, 학생들과 함께 현장에서 죽은 조슬린 쿠튀르 노왁 교수의 희생을 보도하면서 혼란을 느꼈다고 한다. 이후 죽음학 수업을 취재하기 위해 노마 교수를 따라 다니며 그 체험을 기록했다고 한다. 이 책은 그 결과물이다.

 

죽음학 수업은 다양한 책을 참고해서 토론하거나, 호스피스센터에서 현장학습을 하기도 하고, 공동묘지에서 이미 고인이 된 누군가에게 작별 편지를 읽기도 한다.

 

죽음의 과정에 대한 마지막 호흡 이야기가 충격적이다.

죽음의 순간은 가장 먼저 순환계에서 주요 장기들에 혈액 공급 패턴을 바꾼다. 생존 양식이 구조화 되어 있다고 한다. 심장에서 발끝까지 온몸으로 피를 보내고 거두는 일보다 주요 장기들로 내보낼 피를 모으는 게 우선이 되면서 손발이 차지고 오한이 인다고 한다. 그리고 여러 과정을 거쳐 피부가 파리해지는 청색증이 나타나게 된다.

시력이 먼저 떨어지고 청력이 나중에 떨어진다. 이젠 혈액순환도 소화계에서 멀어지고 신장과 심장, 폐와 간 중심으로 혈액이 움직인다. 그래서 소화계는 배고픔을 감지하지 못하고 먹는 것도 거부한다. 호흡이 가장 먼저 멈추고 심장이 가장 나중에......

 

유언과 마지막 호흡에 대한 토론, 묘지와 호스피스 센터에서의 현장수업, 본인의 추도사와 생애 유서를 작성하는 과제물 등 독특한 수업 방식을 통해 노마 교수는 학생들이 죽음의 비밀과 마주하도록 인도한다.

 

노마 교수는 엄마의 자살시도로 엄마를 잃을까 두려워 강박증에 시달리는 케이틀린에게 안정을 느끼게 도와준다. 동생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던 조나단의 마음도 보듬어준다. 집 없이 떠돌던 아이시스에게 자신의 인생을 탓하지 않도록 격려하고 희망을 전한다. 누구나 행복할 자격이 있음을 누구나 어쩔 수 없는 상황임을 알리며 위로해 주게 된다.

결국 죽음학 수업은 이들 모두에게 죽음의 비밀과 죽음의 과정을 지켜보게 하면서 죽음을 인정하고 삶을 긍정적으로 보게 한다. 눈물겨운 수업이지만 동시에 삶의 경이를 느끼게 하는 수업이다.

 

 

4년간 이 수업에 참여한 저자는 노마의 죽음학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들의 삶을 긍정적으로 이끄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 아름답고 신비로운 삶의 진실을 소설처럼 그려냈다.

 

이 책을 통해 삶을 바라보는 자기만의 관점을 얻고 삶의 매순간을 죽음 안에서 새롭게 포착하며 감사하지 않을까. 흥미로운 강의와 현장학습, 아픔을 딛고 일어서는 악생들의 이야기가 현실이라니! 죽음이 전하는 삶의 진실이란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된 소중한 시간이다.

 

처음엔 소설인 줄 알았는데, 내러티브 논픽션이라고 한다. 내러티브 논픽션은 사실을 바탕으로 소설 문장처럼 이야기하듯 기사를 써 내려가는 형식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에 인물과 이야기는 실제 상황이다. 실화소설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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