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거짓말 말의 거짓말
남재일 지음 / 천년의상상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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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거짓말 말의 거짓말]불완전한 정치사회, 유혹의 말잔치들......

 

정치사회계는 달변가들의 화려한 말잔치가 많다. 말로써 유혹하고, 말로써 설득한다. 말에 따른 실천이 있으면 좋겠는데, 이후의 행동은 흐지부지다. 정치인들은 말 주변이 워낙 능수능란해서 이게 아닌데.’ 하면서도 그 말에 끌려 다닌다. 복지 포풀리즘, 선심공약에 휘둘리고 싶지 않은데......

 

 

처음엔 말이나 언어에 때한 심리학책인 줄 알았다. 하지만 정치, 윤리, 사회적 이슈들에 대한 비평적 에세이다. 사회를 보는 눈이 조금은 삐딱하지만 날카롭고 예리해서 통쾌하기까지 하다.

 

유혹의 정치. 흥미로운 이야기다. 분명 정치는 말장난이다. 선거철마다 자신을 뽑아 준다면 더 좋은 세상으로 데려가 준다고 유혹한다. 이들이 내건 정치 공약을 보면 이 말이 저 말인 듯해서 헷갈린다. 믿을 수 없으면서도 믿고 찍어주게 된다. 분명 모순이고 비이성적이다.

 

사마귀, 거미, 연가시의 습성에 빚 댄 정치 싸움의 생태들이 흥미롭다. 만약 이들이 인간 사회를 지배한다면 어떨까.

 

세 곤충의 습성을 인간세계의 지배의 문법에 비유하면 사마귀는 위협의 정치, 거미는 기만의 정치, 연가시는 유혹의 정치에 해당한다. 위협의 정치는 물리적 폭력으로 피지배자를 제압하는 전근대적 통치 방식이다. 교통통신과 매체의 미발달로 이데올로기적 통치가 불가능했기 때문에 폭력의 스펙터클을 조성해 권력에 대한 공포를 직접적으로 각인시키는 지배의 방식이다. (20)

 

당랑거철처럼 수레 앞에 겁 없이 두 앞발을 들고 싸우겠다는 사마귀. 패배임을 알면서도 전혀 주눅 들지 않는 겁 없는 정공법은 마치 조폭 같다. 이들에게 정치는 물러섬이 없는 싸움이요, 죽어야 끝나는 싸움일 것이다.

거미는 자신의 몸에서 액을 내서 적을 유인하는 거미줄을 친다. 상당한 전략가다. 적과의 거친 싸움이 없지만 오랜 인내와 자기희생이 필요하다. 거미의 지배 하에서는 평화로운 듯하나 침묵을 따라 죽음의 기운이 흐른다. 걸리면 언젠가는 죽음이다.

 

연가시는 유충의 형태로 숙주에 잠입한다. 가장 지능적이다. 숙주에서 뺏은 양분으로 자라나 성체가 되면 숙주의 뇌로 들어가 화학물질을 분비한다. 숙주가 마치 연가시에 조종당하는 것처럼 물속으로 들어가면 연가시는 숙주의 몸을 뚫고 나와서 종족번식을 하게 된다. 물론 숙주는 물속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연가시는 숙주의 몸에 기생하면서 숙주의 죽음을 유도하는 작전이 마치 교묘한 꽃뱀이나 사악한 기생 같다.

 

사마귀, 거미, 연가시의 지배 방식이 모두 마음에 들지 않는다. 위협적, 기만적, 유혹적인 정치 행태들도 꺼려진다.

 

 

자기희생이 없는 정치, 이익과 탐욕만 추구하는 정치, 기만의 정치를 없애려면 시민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정치는 우리의 삶에 직·간접으로 밀접한 영향을 미치기에 늘 관심을 집중해야겠지. 직접 민주주의가 불가능한 현실에서 간접 민주주의를 선택할 수 없기에 누구를 뽑느냐는 늘 고민거리다. 보수든 진보든 가면과 허울을 쓴 늑대가 아니길 빌 뿐이다.

 

저자는 낙태, 천안함 사태, 세월호 참사, 악어의 눈물, 지제크식 이웃사랑, 윤리-정치적 주체, 채동욱과 윤리적 폭력, 성노동과 성매매의 간극, 동성결혼, 사형폐지론의 개운치 않은 뒷맛, 형식적 법치주의의 그늘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 정치적 이슈들에 대한 비평을 후련하게 하고 있다. 신문 기자 출신의 교수여서 일까. 글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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