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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배우다
전영애 지음, 황규백 그림 / 청림출판 / 2014년 11월
평점 :
[인생을 배우다/전영애/황규백/청림출판]인생과 문학, 그 인연에 대하여…….
그림이 있는 에세이다. 삶과 풍경을 그려낸 그림에 시선이 먼저 간다. 깊은 생각과 일상에 대한 성찰을 하게 된다. 모두 사물의 서정성을 판화로 표현해낸다는 황규백 작가의 솜씨다. 작가의 작품이 뉴욕근대미술관, 파리현대미술관, 빅토리아 앨버트 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고 한다. 그림을 마주하고 있으면 책 제목과 절묘하다는 생각이 든다.
인생을 배우다.
저자인 서울대 교수 전영애는 독일 명작, 특히 괴테 연구자라고 한다. 2011년 세계독문학, 문화 분야의 최고 영예인 독일 바이마르 괴테학회의 ‘괴테금메달’을 수상한 최초의 한국인이다.
이 책은 저자가 독일과 한국을 오가며 배우고 가르친 과정에서 맺은 인연들, 작품들, 깨친 철학에 대한 이야기다.
프란츠 카프카.
<변신>, <시골의사> 등의 작품을 남긴 카프카는 인간의 고독과 불안을 자신만의 문체로 담은 작가다. 그의 인형의 편지가 유쾌하고 훈훈하다.
죽음을 앞에 둔 어느 날, 카프카는 동네 공원을 산책하다가 슬피 우는 어린소녀를 보게 된다. 그리고 그 소녀가 아끼던 인형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네 인형은 말이야, 그냥 여행을 떠난 거란다.
-나한테 편지를 보내서 그렇게 말하던걸.
-잘 있대요? 편지는 어디에 있죠?
-편지를 마침 집에 두고 왔구나. 내일 다시 여기로 오면 내가 가져다주마. (17쪽)
집에 돌아 온 카프카는 인형의 편지를 대신 썼고, 다음 날 글을 읽지 못하는 어린 소녀를 위해 인형의 편지를 읽어주었다. 3주일이 넘게 인형의 사랑, 인형의 약혼, 인형의 결혼 등 인형의 이야기를 편지로 전했다고 한다.
작가다운 발상이지 않나. 어둡게만 보이던 카프카에게 이런 유머와 재치가 있다니, 색다른 매력이다. 병들고 가난했던 시절이었지만 작가로서의 행복을 느끼지 않았을까.
저자가 글을 쓰기 위해 마련한 시골 마을의 낡은 집에서의 이야기다. 열 집도 채 살지 않는 작은 마을, 작은 카페에서 아이들을 위한 음악 연주회를 열었다. 그리고 시를 읽어주며 삶을 나눈 이야기다.
문학적 혜택, 문화적 도움과는 거리가 먼 시골 아이들에게 혼신의 힘을 다해 피아노를 치던 유학생, 전문 연주가는 아니지만 멋진 연주를 해준 의대생,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아이들은 얼마나 꿈과 희망을 키웠을까. 소박한 울림이지만 훈훈하고 따뜻한 이야기다.
이 책은 저자가 독일과 한국을 오가며 배우고 가르친 과정에서 맺은 인연들, 살면서 스친 소소한 이웃들, 배우며 익히다가 만난 작품들, 그렇게 깨친 인생철학에 대한 이야기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인생과 문학, 그 인연에 대한 따뜻하고 멋진 이야기들이다.
평생을 배우며 열정적으로 가르쳐온 학자의 삶 속에도 비온 뒤에 굳어지는 진흙땅을 보게 된다. 배우고 나누는 속에 더욱 견고해진 세상을 가짐을 본다. 그렇게 인생은 배움의 연속, 나눔의 연속, 철듦의 연속인가 보다.
언제부턴가 인생은 알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미지의 세상에서 하나씩 배우며 나를 채워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배우며 선택하는 중에 고난과 고통, 기쁨과 행복, 절망과 좌절, 환희와 행운을 만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 세월 속에 더욱 단단해지고 튼튼해지는 거라고 생각했다. 책을 읽으면서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