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자들의 국가 - 세월호를 바라보는 작가의 눈
김애란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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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국가/문학동네]1:29:300 법칙인 하인리히 법칙을 생각하게 하는 세월호 이야기~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주제 사마라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가 연상되는 제목이다. 디스토피아의 미래를 그린 참담한 거대 수용소 이야기 같아서 일까. <눈먼 자들의 국가>는 세월호를 겪으면서 느낀 작가들의 시선이다.

 

 

김애란, 김행숙, 김연수, 박민규, 진은영, 황정은, 배명훈, 황종연, 김홍중, 전규찬, 김서영, 홍철기 등 12 명의 작가들이 들여다 본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다. 착한 가격만큼이나 수익금을 전부 기부금으로 쓴다니, 착하고 감동적인 책이다.

 

진도 팽목항. 세월호 참사. 지금 218일째.

듣기만 해도 먹먹해지는 단어다. 참으로 어이없고 황당하고 기가 막힌 일이 한순간에 일어나다니! 거대한 배가 가라앉는데도 아무런 대책을 세울 수가 없다니! 최첨단의 국가 대한민국에서, 모든 것을 빠르게 진행하던 한국에서 배의 침몰에 대해 우왕좌왕하는 모습들이 뭔가 낯설었다. 비현실적 상황이었다. 마치 드라마 각본 같았다. 하지만 대형 참사는 믿기지 않은 현실이었고, 슬픈 현실이었기에 분노하고 또 분노했다. 전 국민이 얼마나 기도했던가. 그저 사실이 아니기를, 모두 살아서 돌아오는 반전이 있기를 빌고 또 빌었는데…….

 

사고의 원인을 누구에게 돌릴 수 있을까. 직접적으로는 세월호 선장을 비롯한 승무원들이지만 읽혀있는 책임자들이 어디 한 둘인가. 열악한 근무조건, 과잉 적재 등을 책임져야할 세월호 관련 회사, 정부 기관, 정치인, 모 종교 집단 그리고 우리 모두다.

 

하인리히 법칙인 1:29:300 법칙이 있다.

 

1:29:300 법칙은 재앙과 위기 앞에 무수히 많은 전조들이 있음을 말한다.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는 90년 전에 사고와 징후들의 상호 인과관계를 연구했다고 한다. 미국의 여행자보험회사에 근무하면서 다양한 사고 통계를 분석하고 사고의 인과관계를 계량화 했다. 한 번의 증상이 발생하기 전에 29번의 경상이 있었고 더 전에는 부상인 발생하지 않은 300번의 가벼운 사고가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그가 내린 결론은 '1:29:300 법칙'이었고, 이를 '하인리히 법칙'이라고 한다. 또한 그는 '2:10:88법칙'을 말하기도 했는데, 산업재해의 88%는 인간의 불안전한 행위 때문에, 10%는 안전하지 못한 기계적·신체적 상태 때문에, 2%는 불가항력적인 이유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이다.

 

1번의 사고에는 29번의 경고가 미리 주어지고 300번의 징후가 무수히 나타난다니! 결국 모든 사고와 사건은 88%가 인재라는 말이다. 모든 재난과 위기를 맞지 않으려면 29번의 경고에 귀를 기울이고, 300번의 재앙 예고를 놓치지 말라는 말이다.

 

조금만 더 주변에 귀 기울이고, 조금만 더 배려했다면, 조금만 더 원칙을 지켰다면 이런 참사는 막을 수 있었을 텐데.....

 

얼마 전, 영화 <카트>를 보면서 우리 사회의 약자들이 당하는 모습을 처참하게 지켜봤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대기업의 추태를, 이기적이고 사악한 갑의 욕망을, 기본적인 인간적 대우조차 기대할 수 없는 비정규직의 애환을 볼 수 있었던 영화다. 어두운 구석에서 행해지는 모순된 우리들의 모습을 보면서 침통하고 슬프고 부끄러웠다.

 

하인리히 법칙, 영화 <카트>가 아니어도 사실 우리의 부조리와 비리는 어디에서나 찾아 볼 수 있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고, 조금만 관심을 집중한다면 알 수 있는 인재의 요인들을 찾을 수 있다.

 

 

작가들의 글을 읽으며 다시 다짐하게 된다.

뒤늦은 후회지만, 이젠 원칙대로 정직하게 세상을 살고 싶다. 순간의 유혹에 현혹되지 않고 주변의 아픔을 같이 나누며 그렇게 제대로 살고 싶다.

 

이제 바다는 더 이상 낭만과 추억의 바다가 아니다. 슬픔과 분노의 바다다. 기쁨과 환희의 바다가 아니라 무능함과 죄책감의 바다다. 언제쯤 낭만과 추억이 서린, 기쁨과 환희가 가득한 바다가 될까. 지금 218일째라는 숫자가 너무나 슬프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 한우리북카페에서 책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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