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라는 우주에 나를 부치다
김경 지음 / 이야기나무 / 201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너라는 우주에 나를 부치다/김경/이야기나무] 아날로그적 편지로 운명 같은 인연 찾기…….

 

 

우연이 인연이 되고, 인연이 운명이 되려면 몇 번의 우연을 겹쳐야 할까. 우연이 인연을 거쳐 운명이 되는 증거들은 서로에게 감동하고 경탄하는 것이리라. ‘할 때 하는 사이고, 개떡 같이 말해도 찰떡 같이 알아듣는 사이일 것이다. 소위 하면 되는 거다.

 

 

김영희 차장은 패션 잡지사의 애디터다. 서른일곱의 나이가 되도록 직업 상 많은 분야의 남자들을 만났다. 소설가, 영화감독, 와인평론가, 인테리어 디자이너, 보석 감정사 등 다양한 남자들과 연애했지만 늘 유통기한에 걸려 끝내버렸다. 직업 덕분에 열정의 대상을 끊임없이 바꿀 수 있었지만, 반대로 다양한 기사거리와 새로운 이슈를 갈망하는 직업 특성 상 그녀의 열정이 한 곳에 머무르기란 불가능한 거니까.

그래서 이번에는 색다른 방법으로 연애를 시작한다. 아날로그적인 편지로 말이다. 기질 상 연애는 계속해야 한다는 연애주의자이지만 나이와 체력을 고려해 이번에는 연애편지 방식을 택한 것이다. 소모적인 연애를 할 나이도 지났고 사랑에는 늘 변화가 필요한 법이니까. 변화는 살아 있다는 삶의 증거니까.

 

선배로부터 영혼이 아름다운 남자의 주소를 받아들고 찾은 곳은 논밭 한가운데의 농가 주택이었다. 통계청 조사요원으로 가장해 그 남자에 대한 탐색을 시작하게 된다.

마흔 넘은 화가는 싱글에 피아노곡을 좋아하고 책을 좋아한다고 했다. 일단 착한 이미지에 수수한데다 자신의 일에 열정적으로 몰입한다는 점에 끌리게 된다.

 

그리고 영희는 영혼이 아름다운 남자파스칼님에게 일방적인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편지의 내용은 일상적인 이야기에서 시작해 주변 이야기, 자신의 이야기로 연결 된다. 물론 자신의 직업을 숨긴 채, 책과 영화, 음악과 인물, 패션과 예술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다.

    

-삶은 인간에게 무엇이든 줄 수 있고 또 인간은 삶에서 무엇이든 얻을 수 있네. 그러나 인간의 취향, 성향, 사람의 리듬은 바꿀 수 없어.

-같은 리듬의 사람을 만나기 위해 우리는 전 생애를 허비하기도 한다.(책에서)

 

어느 날, 전시장에서 우연히 파스칼과 조우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연애를 하게 된다. 가난하지만 솔직하고 순박한 화가와의 만남은 그런 영희를 감동시키는데...... 몇 번의 만남 후 결국 결혼식 없는 결혼을 하기에 이른다. 화려했던 여자가 소박한 결혼식을 올리게 된다.

 

직업적 특성 상 호화로운 패션쇼, 우아한 파티장, 비행기 일등급 좌석, 유명 인사들과의 만남 등 호화로운 일상이었지만 그런 지위에 걸맞은 집을 얻기 위해 1억의 대출을 내야했던 영희였다. 매달 150만 원을 갚아야 했던 그녀는 결국 가난한 화가를 선택한 것이다.

 

유통기한이 지난 사랑도 가능하다면 우정으로 보존하고 싶어 하는 조금은 칠칠한 로맨티스트이자 어쩌면 털털한 휴머니스트였던 영희의 선택이 의외다. 하지만 사랑은 통해야 하고, 감동과 설렘이 있어야 하는 법이니까.

통하면 되는 거고, ‘할 때 할 수 있으면 되는 거고, 개떡 같이 말해도 찰떡 같이 알아들으면 되는 거니까.

 

 

패션지 기자의 이야기이기에 책에서는 많은 지식과 감성적인 영감들을 얻을 수 있다.

 

존 버거의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 세계적으로 성공한 모델의 자살, 쇼팽의 <녹턴> 이야기, 마르셀 뒤상의 ’, 아티스트 마우리치오 카텔란, 산도르 마리아의 소설 <열정>, 미국 금융의 문제점......

 

참고로, 쇼팽의 <녹턴>은 쇼팽이 러시아의 침공을 피해 조국 폴란드를 떠나 파리에 왔을 때의 파리의 밤을 피아노곡에 담은 음악이라고 한다.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아날로그적 편지로 운명 같은 인연 찾기를 한 영희를 통해 인연과 운명을 생각하게 된다. 소박한 삶이지만 감동적이고 끌리며 설레는 삶을 찾아 나선 소설 속 영희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