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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 바다에 나갈 때는 한 번 기도하고 전쟁터에 나갈 때는 두 번 기도하고 그리고… 결혼할 때는 세 번 기도하라 ㅣ 살림지식총서 500
남정욱 지음 / 살림 / 2014년 10월
평점 :
[결혼/남정욱/살림]살림지식총서 500번째, 결혼에 대한 모든 이야기
일생에 있는 한 번의 결혼을 위해 성대한 결혼식을 준비하는 이들을 자주 접한다. 결혼이 중요한 건지 아니면 결혼식이 중요한 건지, 도통 구분이 안 갈 정도다. 전세를 살아도, 사글세를 살아도 결혼식만큼은 후지게 할 수 없다는 심리가 깔려 있으리라. 결혼을 제2의 인생이라면서도 결혼에 대한 준비를 결혼식 준비만도 하지 않는 이들의 이야기도 가끔 듣게 된다.
바다에 나갈 때는 한 번 기도하고
전쟁터에 나갈 때는 두 번 기도하고
그리고... 결혼할 때는 세 번 기도하라 (책에서)
결혼에 대한 모든 것을 담은 책을 만났다.
결혼.
살림지식총서 500번째다.
면사포의 유래의 유래가 슬프지만 흥미롭다.
면사포는 주로 어망을 사용하여 신부를 약탈하던 북유럽 게르만족의 변형된 유물이다. 그물 면사포는 낯선 사내들에게 사로잡힌 처녀의 상징이었던 것이다. (9-10쪽)
결혼은 약탈혼, 매매혼, 정략혼 등의 역사를 거친 슬픈 제도다.
약탈혼의 잔재를 보자.
결혼식의 신랑 들러리는 약탈하러 가던 친구들의 대열이 변한 것이고, 식장에 들러리가 남아 있는 것은 신부의 가족들이 빼앗긴 신부를 되찾기 위한 대비인력이고, 신랑이 신부 왼쪽에 서는 이유는 신부 가족들이 난입했을 때 신부를 왼손으로 감싸고 무기를 오른손에 잡아야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신혼여행은 신부의 가족들이 신부를 포기할 때까지 은신하는 기간에서 비롯되었고, 결혼반지는 신부를 약탈했을 때 채워 둔 족쇄의 변형이라고 한다.
현대의 결혼식에서 신부가 아버지와 팔짱을 한 채 입장하고, 신랑에게 신부를 인계한다. 여성의 지위가 낮았던 그리스에서 여성의 소유권이 아버지에게서 남편으로 이동한다는 의미다.
아테네에서 결혼한 여자들은 애를 낳는 특별한 소유물이었을 뿐이다.
유목민들이 주로 약탈혼을, 농경민들이 주로 매매혼을 했다는 이야기에서 어두운 결혼의 역사를 만나게 된다.
형이 죽으면 형수를 아내로 취하는 형사취수제, 아버지가 죽으면 친모가 아닌 아버지의 부인을 아내로 맞던 수계혼 등은 역사서에서 만난 이야기들이다.
가능한 한 빨리 결혼하는 것이 여자의 비즈니스, 가능한 한 늦게까지 결혼하지 않는 것이 남자의 비즈니스다. - 버나드 쇼
행복한 결혼이 되려면 남편은 귀머거리, 아내는 장남이어야 한다. - 태버너
다이아몬드가 결혼 예물로 사용된 유래를 볼까.
1518년 프랑스 왕자가 태어나자 프랑스 왕 프랑수아 1세의 아들과 영국 왕 헨리 8세의 딸 메리의 약혼식을 위해 다이아몬드 약혼반지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최초의 결혼증명서는 기원전 5세기 이집트 엘레판틴에 주재 중이던 로마군 주둔병의 유품에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신부가 입장할 때 깔리는 곡은 1848년에 바그너가 작곡한 오페라 「로엔그린」 중 ‘결혼행진곡’이다. 식을 마친 신랑 신부가 퇴장할 때 연주하는 곡은 멘델스존이 1826년에 작곡한 「한여름 밤의 꿈」 중에서 ‘결혼행진곡’이다. (59쪽)
웨딩마치의 유래가 재미있다.
위의 두 곡은 1858년 신랑인 독일 황제 프리드리하 빌헬름이 신부인 영국의 빅토리아 황녀를 맞아 그들의 결혼식에서 사용한 곡들이다. 왕실의 것을 열렬히 따라하던 영국인들에 의해 퍼졌고, 이후 서양 결혼식의 음악이 되었다.
책에서는 로마 남자와 사비니족 여자와의 약탈 결혼. 약탈혼, 매매혼, 정략혼, 결혼의 역사.약혼반지의 기원, 웨딩케익, 웨딩마치 등 결혼에 대한 유래들이 가득하다.
우리의 옛 결혼 제도들, 처가살이, 폐백의 의미, 사주단자와 약혼, 호텔 결혼식을 선호하는 문제점들, 준비가 결여된 결혼 등 한국 결혼에 대한 모든 것도 들어 있다.
책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든다. 예나 지금이나 결혼은 사랑을 전제로 한 비즈니스가 아닐까. 전혀 비즈니스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마지막에 나온 호텔 결혼식의 문제점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뇌리에 남는다. 미디어를 통해 호롸 결혼식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다.
결혼의 역사, 결혼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문고판이기에 착한 가격이지만 흥미로운 이야기, 유익한 이야기가 많은 책이다. 결혼을 앞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