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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살롱 그 남자애 ㅣ 새움청소년문학 2
정지혜 지음 / 새움 / 2014년 10월
평점 :
[헤어살롱 그 남자애/정지혜/새움]뱀파이어가 되고 싶은 잘 생긴 소년의 이야기~
정신없이 살다보면 홀린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마찬가지로 몰입해서 책을 읽다 보면 홀린 기분이 들 때가 있다. <헤어살롱 그 남자애>가 딱 그런 경우다. 귀신에 홀린 기분, 뱀파이어에 홀린 기분이랄까. 처음엔 유쾌한 글발에 끌렸고 다음엔 뒷얘기가 궁금해 홀렸던 이야기다. 뱀파이어가 되고 싶은 그 남자애, 어딘가에서 잘 생긴 인간의 모습을 한 채 밥으로 주린 배를 채우고 있지 않을까.
이야기의 시작은 그 남자애가 허름한 동네 헤어살롱에서 커트를 하면서 일어나게 된다. 그 남자애(장필승)는 비현실적인 출중한 외모에다 뛰어난 집중력으로 고3인 현재까지 전교 1등을 놓친 적이 없다. 운동도 잘하고 예의도 바르지만 친구가 없다는 게 유일한 흠이다. 그의 외모는 늘 눈에 띄기에 허름한 헤어스타일이나 옷차림 정도는 타인에 대한 약간의 배려인 셈이다. 너무 완벽하면 친구들에게 미안해지니까.
허름한 동네 헤어살롱에서 선글라스를 끼고 콧소리를 내는 미용사는 필승의 얼굴을 보며 남자애의 가족들을 알고 싶다고 한다. 하긴 빨간 스포츠카를 모는 멋쟁이 엄마, 배우 얼굴 빰 치는 아빠, 패션너블에 최고의 지성미를 겸비한 누나. 얼굴이 패션의 완성이라며 허름한 패션을 즐기는 필승, 이들 가족은 모두 비현실적 비주얼을 자랑한다.
어느 날, 선글라스를 낀 헤어살롱아줌마가 할 말이 있다고 남자애의 집을 찾아온다.
- 저는, 뱀파이어예요.
-뱀파이어 되고 싶은 생각 없어요? 난 이 가족이 마음에 들었는데.
뱀파이어 아줌마는 그 남자애 가족들 앞에서 밥을 먹는 뱀파이어 이야기, 뱀파이어의 미래를 위해 아름다운 유전자가 필요하다는 이야기, 더 이상 나이를 먹지 않는 뱀파이어 이야기를 주절거리다가 간다.
더 이상 늙지 않는다는 말에 혹해 주름살 없는 인생을 살고 싶은 엄마는 뱀파이어가 되고 싶다는데...... 뭐 엄마의 미모가 누나의 미모에서 꿀리는 건 나이와 주름이라나 뭐라나.
어쨌든 헤어살롱에서 이들 가족이 뱀파이어 거행식을 하려던 찰나에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들이 헤어살롱 아줌마를 붙잡아 가면서 사건은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뱀파이어 거행식 날 그 헤어살롱에서 병에 든 빨간 피(?)를 마신 이후로 남자애는 뱀파이어가 되고 싶은 소망이 생겨나고, 누나가 즐겨마시던 커피점 ‘파란 코끼리’ 형의 사라짐, 형처럼 누나는 파란 코끼리를 찾아 아프리카로 떠나고, 갑자기 뱀파이어 수장이라는 아빠와 백색증으로 왕따로 시달렸다는 ‘파란 코끼리’ 형의 고모의 관계가 밝혀지고, 남자애를 미행하던 전봇대의 정체가 밝혀지는데......
왕따와 친구의 소중함, 외로운 사람들의 공존에 대한 이야기가 오싹한 뱀파이어 전설과 함께 상쾌하게 그려진다.
인간과 섞여 살아가는 뱀파이어 이야기가 이리도 유쾌할 줄이야. 한여름밤의 꿈 같이 귀신에 홀린 분위기에 취해 읽은 책이다. 뱀파이어가 되고 싶었던 그 남자애, 어딘가에서 잘 생긴 인간의 모습을 한 채 수능준비를 하고 있지 않을까. ㅎㅎㅎ
*새움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한우리북카페 서평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