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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람이 두렵다 - 소년과 학교, 진실을 둘러싼 그들의 싸움 ㅣ 북멘토 가치동화 10
곽옥미 지음, 신경민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14년 10월
평점 :
[나는 사람이 두렵다/곽옥미/북멘토]매일 선생님에게 성추행 당한다면.....
남자든 여자든 자신의 몸이 폭행당한다면 두렵고 화나고 부끄럽고 속상할 것이다. 더구나 성폭행이라면 외상증후군이나 트라우마를 겪지 않을까. 10세 전후의 초등학생이 성폭행이나 성추행을 당한다면 방어 능력과 대응능력이 미흡하기에 정신적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어릴 적 겪은 일은 평생에 걸쳐 영향을 미치니까.
남자들도 성폭행을 당하는 줄은 최근의 군부대 사건을 통해 처음 알았다. 어릴 때부터 남자 아이들에 대한 성폭행이 존재하는 줄도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알았다. 극소수의 경우겠지만 나이 든 남교사가 남자 아이를 성추행하는 경우도 있다니,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더구나 그 교사는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고 성추행당한 아이에게 어떤 피해를 입혔는지조차 전혀 지각하지 못하고 있다니, 교육자로서 있을 수 있는 일인가. 교육자가 되어서 성폭행의 후유증이 아이의 평생에 걸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칠 거라는 생각을 해보지 않을 수가 있단 말인가.
초등학교 시절, 신체적 발육이 빠른 여자 아이들은 교사들에게 성추행이나 그런 류의 농담을 듣는 경우를 직접 본 적이 있기에 책을 읽으면서 더욱 분노하게 된다. 여자 아이든 남자 아이든 아이들을 상대로 한 성추행이 학교 교실에서 벌어지다니,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사람이 두렵다>
이 책은 실화를 바탕으로 쓴 초등학교 남학생이 성추행 당한 뒤에 겪은 이야기들이다.
4학년이 된 준우는 새로 산 가방을 들고 즐겁게 학교로 간다. 여태 여자 선생님이 담임이었기에 은근히 남자 담임선생님을 소원하면서 말이다. 실제로 많은 아이들과 학부모들은 남자 담임선생님을 소원한다. 그만큼 우리 교육의 현실이 여자선생님이 남자선생님에 비해 그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데 기인하리라.
준우는 처음으로 맞은 남자 선생님이라서 내심 반가워 한다. 하지만 나이든 남자선생님은 회초리를 든 무서운 선생님이다. 담임선생님은 툭하면 아이들에게 회초리를 댄다. 떠드는 아이, 숙제 안 해온 아이, 수업 시작 때까지 자리에 앉지 않은 아이들은 언제나 매를 맞는다. 그 결과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두려운 존재가 된다.
어느 날 자신이 살고 있는 집 주소를 알아오기 숙제를 못했다고 준우도 매를 맞게 된다. 처음으로 맞은 매이기에 준우는 눈물을 글썽였고 선생님은 그런 준우를 불러 부드럽게 안으면서 이상한 행동을 하게 된다. 담임선생님이 아이들 몰래 준우의 바지 위로 아이의 고추를 만지고 꼬집고 비틀면서 장난을 친 것이다. 이후 준우는 창피해서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혼자서 속 앓이를 하게 된다. 준우는 담임선생님이 다른 아이를 껴안고 그렇게 성추행하는 것을 보면서 선생님이 괴물로 여기게 된다. 담임의 성추행에 학급의 남자 아이들은 점점 괴로워하고 여자 아이들까지 선생님의 성추행을 알게 된다.
날마다 남자 아이들을 차례대로 불러내고는 다정한 모습으로 어깨를 감싸고 아이들을 토닥이며 고추를 만지는 선생님을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할까. 아파도, 부끄러워도, 미워도 어디에다 하소연을 할 수가 없는 아이들인데. 준우에게도 어른들은 두려운 존재다. 더구나 학생의 입장에서 선생님은 더욱 두려움의 존재이기에 준우는 감히 저항할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준우는 선생님의 성추행을 자신만 당하는 게 아니라며 위안을 삼아 보지만 점점 학교가 싫어진다. 담임이 무섭기만 한 준우는 결국 엄마와 대화하던 중에 자신이 겪는 고통을 털어놓게 된다. 하지만 사태는 더 커지고 그럴수록 준우의 상처는 깊어지게 된다.
사실의 위험성을 파악한 엄마는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반장 엄마를 비롯한 학급 아이들의 엄마를 만난다. 하지만 다른 엄마들은 모두들 알고 있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이에 더해 준우 엄마를 별난 엄마로, 뭘 모르는 학부모로, 자신들에게 도움이 안 되는 여자로 여긴다. 아이들조차도 자기들에게 불이익이 떨어질까 두려워 사실을 은폐하거나 일부의 학생들은 준우를 따돌리거나 준우의 고추를 만지며 장난친다. 더구나 학부모 대표인 성미 엄마가 다른 엄마들을 부추키며 준우를 전학 보내라고 야단이다.
학교에서는 학교폭력대책 위원회가 열려야 할 판에 학교분쟁위원회가 열리고, 교육청에 신고를 하면 학교와 선생님을 두둔한다.
학교와 교육청의 부적절한 대응이 계속 이어지기에 준우 엄마는 준우를 병원에 데려가게 된다. 병원에서 진단 받은 결과는 준우의 병명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다. 이를 근거로 준우 엄마는 경찰서에 진단서와 고소장을 제출하게 된다.
하지만 힘든 과정은 그다음부터다.
반대표 엄마들은 다른 엄마들과 합세해서 선생님의 잘못은 없다며 학교와 교육청에 탄원서를 내고, 아이들마저 준우에게 전학가라고 하고, 아이들은 매를 맞은 것도 서너 대 뿐이고 선생님이 성추행한 것도 없다며 거짓말을 한다.
재판을 하는 과정에서도 학교와 사법부의 부적절한 대응은 계속된다.
천사검사라는 이의 회유, 가해자 변호사처럼 구는 검사, 가해자를 용서하고 그의 생계를 걱정하는 검사, 형량을 줄이려는 검사의 수작, 피해자인 준우의 전학 등 어느 것 하나 문제해결의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 그저 조용히 넘어가라는 암묵적 시위 같다. 이제 준우 엄마는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할까.
결국 길고 긴 재판과정을 거쳐 담임선생님에겐 벌금형이 내려졌지만 준우는 대인기피증으로 자폐아가 되었다는데,....

학교 안에서 벌어져서는 안 될 일이지만 만약 성 푹력이나 성추행이 일어난다면 학교는 교사 보호와 학교 위신에 대한 대응보다 아이의 보호와 치료가 우선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심각한 문제를 덮어두고 싶은 교육청의 안일한 태도, 자기 자식만 보호하려는 부모들의 이기주의, 그런 상처가 아이의 미래에 미칠 영향에 대한 무지, 정의가 사라진 검찰 분위기, 다수결에 익숙해 진실한 소수의 의견이 무시되는 사례들, 이 모두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담임 성생님이 바꾸는 걸 원치 않고 준우 엄마 말고는 아무도 문제의식을 갖지 못하는 현실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누가 잘못한 것일까.
지금도 아동 성폭력이 늘고 있다고 한다. 사건에 대한 학교의 적절하고 발 빠른 후속 조치가 지금도 부적절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아이들의 인권을 학부모가, 교사가, 학교가 지켜주지 않으면 누가 지켜줄까. 모든 아이들은 인간다운 대접을 받을 권리가 있는데.....
성폭력으로 시달리던 남자 아이의 이야기를 통해 많은 생각이 든다. 학교에서 선생님들에게 성폭력이나 성추행을 당하면서도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하는 아이들, 그로인해 더 큰 상처가 남긴 아픔이 평생에 영향을 준다니, 정말 가슴 아프다. 학교 성추행의 후유증을 겪고 있는 이 땅의 많은 준우들과 준우의 엄마들이 용기를 갖고 고통을 이겨내기를 바라며.......
* 북멘토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 한우리북카페 서평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