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데이 모닝스
산제이 굽타 지음, 최필원 옮김 / 느낌이있는책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먼데이 모닝스] 신경외과의 비밀 모임에서 일어나는 진실은~

 

 

몸이 아파 병원을 가게 되면 어려운 공부와 긴 인고의 시간을 견뎌야 얻어지는 의사라는 직업이 늘 존경스럽다. 그들의 손 끝에서 생사가 갈리기도 하고 그들의 진단으로 생명을 연장하기도 하기에 의사들의 손은 신의 손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더구나 뇌 과학의 발달로 뇌와 관련된 신경외과는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뼈로 단단히 둘러싸인 뇌지만 잠깐의 충격으로 뇌가 손상된다면 몸은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비참해지니까. 뇌출혈과 뇌경색이야말로 환자의 삶은 물론 한 가족의 삶을 불우하게 만들어 버리니까.

 

먼데이 모닝스. 의사들의 병원생활을 다룬 소설은 처음이다. 미국 헬스 메디 TV 케이블 최초 방영이 확정된 소설이라고 한다.

 

첼시 제너럴 병원 신경외과에서는 비밀 모임이 있다. 311.6이라는 호출신호인 먼데이 모닝스가 뜨면 호출을 받은 사람만 참석할 수 있는 의사들의 비밀 미팅이다. 최고 수준의 의사들만 들어갈 수 있는 특별한 미팅이다.

 

월요일 오전 6311호에서 열리는 먼데이 모닝스(M&M)’에서는 의사들의 실수를 터놓고 토론하고 점검받는다. 작은 실수까지도 가혹하고 매정하게 비판한다. 비난과 공방이 난무하는 자리이기에 의사들의 자아비판 같고 고해성사 같다.

 

이러한 야만적인 제단에 바쳐진 무수한 제물들로 인해 첼시의 의사들은 최고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좀 더 나은 의사가 되었다는 자부심도 물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수, 합병증, 죽음을 논의하다 보면 총성 없는 전쟁터가 되기에 유능한 의사들마저도 불편해하는 자리다. 편이 갈리고 품위를 잃은 비판까지 이어지기에 누구도 좋아하지 않는 자리다. 경쟁자의 입장에서 비판할 수 있다면 모를까, 모두가 꺼리는 자리다.

 

아마도 모두들 그 순간만큼은 미팅 방을 탈출해 병원을 벗어나고 싶을 것이다. 어쩌면 지구를 벗어나 낯선 외계 행성에 불시착해도 좋다는 공상까지 할 것이다.

 

어느 날 월요일 아침 열리는 병원의 가장 비밀스러운 미팅에 천재의사이자 병원의 스타 의사인 타이 윌슨도 호출을 받게 된다.

축구를 하다 머리를 부딪친 소년이 응급실에 왔을 때 타이가 처치했고, 추가 검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후 수술 중에 소년의 좌측 측두엽에 악성으로 보이는 커다란 종양이 발견되면서 종양제거 수술을 하지만 피가 응고되지 않아 소년은 식물환자가 된다. 타이는 혈우병 유전에 대한 사전 조사를 게을리 한 것이다.

 

먼데이 모닝스에는 사실 예외 없이 모든 의사들이 호출되어 1인 재판 형식의 비판을 받는다. 그 미팅이 더 나은 최고의 의사가 되기 위한 목적이지만 청문회 같은 미팅 분위기는 모두를 주눅 들게 한다.

낮은 징계에 항의하며 언성을 높이는 동료 의사들 앞에서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고 사기가 점점 움츠려 들기도 한다. 먼데이 모닝스는 타이, 티나, 시드니, , 데이비드, 벅 등 모두가 한 번쯤은 올랐던 가혹한 재판대다.

 

 

책에서는 한국인 의사 성 박이 나온다. 한국 최고 의대를 나온 그는 다분히 열성적이고 경쟁적으로 의사의 직무에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그도 최악의 뇌종양인 다형성 교모세포종에 걸려 수술을 받게 된다. 유능한 의사인 티나 역시 사고를 당해 수술대에 오른다.

 

개인적으로 가장 반전을 주는 인물은 조지다. 몸무게 160kg, 188cm 인 거구의 의사인 조지의 죽음은 의사조차도 피해갈 수 없는 죽음의 냉혹함을 보여준다. 그는 때로는 충동적인 진단을 내리기도 하지만 신기하게도 처치가 훌륭함을 평가받는다. 환상적이고 마술적인 그의 진료로 인해 자타가 공인하는 미국 최고의 트라우마 치프, 괴짜 의사라는 별칭까지 얻은 의사다. 하지만 아들의 실수로 생을 마감하는 그의 죽음 앞에서는 그저 황망할 뿐이다.

 

어디에선가 이런 비밀 미팅이 이뤄지지 않을까. 어쨌든 피드백은 있어야 하고 다음 실수를 막기 위해서라도 이런 모임은 필요하니까. 최고의 의사, 실수 없는 의사가 되기 위한 선의의 목적대로 지속할 수 있는 모임이라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각자가 저지른 실수를 통해 최고의 의사가 되기 위한 과정이기에 의도가 변질되지 않는다면 꼭 필요한 모임일 것이다.

 

이 책은 타인의 생사를 쥐락펴락하지만 자신의 목숨은 어찌할 수 없는 의사로서의 비애, 라이벌 의식, 의사들 간의 사랑, 의사들의 내밀한 모습, 병원의 속내를 그린 잘 짜인 의학소설이다. 병원의 감춰진 한 부분을 들춰낸 이야기다.

 

책을 읽노라면 수술실에서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냉혹한 현실, 한 순간의 집중력을 방해해서도 안 되는 냉정한 현실, 개인적인 감정이나 아픔은 꽁꽁 묻어두고 수술에 몰입해야하는 비정함도 느낄 수 있다.

 

의학 소설이기에 건강 상식들도 만날 수 있다.

11세의 활력을 유지할 수 있다면 1200년까지 살 수 있다는 이야기를 읽었다는 대목도 있다. 진짜일까. 활기찬 하루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겠지.

 

세로토닌이 부족하면 우울증에, 도파민이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으면 파킨슨병에, 비타민 B12가 부족하면 치매에, 페인트 조각에서 나온 납 성분이 뇌의 피와 섞이면 아이들의 학습 능력이 떨어지고 뇌세포 하나가 걷잡을 수 없이 크게 자라면 시력이나 기억 상실, 죽음에 이르게 된다는 의학 상식도 만날 수 있다.

 

의사의 실수나 오진으로 환자가 사망하기도 하는 세상, 신뢰가 불신으로 바뀔 때의 고소고발과 상처로 남는 세상의 이야기다.

 

의사들의 일과 사랑을 그린 병원 다큐를 본 느낌이다. 병원 24시를 보는 것 같다. 의사란 존재가 환자를 살리기도 하고, 죽일 수도 있고, 자신이 환자로 수술대에 오를 수도 있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담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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