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 미제라블 청소년 모던 클래식 2
빅토르 위고 지음, 박아르마.이찬규 엮음 / 구름서재(다빈치기프트) / 201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레 미제라블/빅토르 위고/구름서재]소설로 읽는 레 미제라블, 너 참 불상타

 

구름서재의 청소년 모던 클래식시리즈를 연속으로 읽고 있다. <노트르담 드 파리>, <삼총사>에 이어서 이번엔 <레미제라블>이다.

    

 

<레미제라블>은 어릴 적 <장발장>이라는 제목으로 만났던 동화였지만 그땐 고전명작정도로만 생각했던 것 같다. 얼마 전 뮤지컬 영화로 상영되기도 했던 <레미제라블>을 보면서 노래에 끌리고, 연기에 끌리고, 내용에 끌렸다. 세 번이나 봤을 정도다. 이제야 원작 소설로 만나게 되다니. <노트르담 드 파리>를 읽으면서 빅토르 위고의 문장력과 상상력에 빠져 들었는데, 이번에는 아마 헤어나지 못할 것 같다.

 

완역본이 5~10권의 분량이기에 이 책은 편역본이다. 줄거리를 요약한 것이 아닌 일부분을 발췌 번역한 책이다.

 

레 미제라블은 비참한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육당 최남선이 1914년에 <레미제라블><너 참 불상타>라는 번안 작품으로 내놓았다고 한다. <너 참 불상타>가 이 작품의 제목으로 더 적절해 보이는데. 그렇지 않나.

   

                                                                    (팡테옹)

 

빅토르 위고는 29세의 나이인 1831<노트르담 드 파리>를 발표했고, 벨기에 망명 중 60세이던 1862<레미제라블>을 발표했다. 66세에 부인과 사별하고 68세가 되던 1870년에 망명생활을 청산하고 파리로 돌아왔다. 그는 1885522, 83세의 나이에, 그의 예언처럼, ‘장미가 만발하는 계절에 세상을 떠났다. 그의 유해는 위인들을 위한 팡테옹에 안치되어 있다.

 

일곱 명의 굶주린 조카들을 위해 빵 한 개를 훔친 죄로 도형수가 된 장발장은 수차례의 탈옥을 시도한 대가로 가중 처벌이 된다. 처음에 5년으로 선고 받았다가 결국 19년의 감옥살이를 한 장발장은 감옥을 나오지만 전과자라는 이유만으로 무시와 천대를 받게 된다. 장발장에게 미리엘 주교와의 만남이 없었더라면 장발장의 마음을 변화시켰을까. 그의 인생이 달라졌을까.

   

자신을 파멸로 이끈 이 사건 속에서 잘못은 오직 그에게만 있는가? 우선, 일하는 자에게 일거리가 없고 노력하는 자에게 빵이 없었다는 것은 심각한 일이 아닌가? 또한 잘못을 시인했음에도 너무 가혹하고 지나친 처벌이 내려졌던 게 아닌가? 탈주 시도들 때문에 지속적으로 가중되고 얽혀지는 형벌은 가장 약한 자에 대해 가장 강한 자가 저지르는 폭력이요, 개인에 대해 저지르는 사회의 범죄행위가 아닌가? (32~33)

   

가중된 도형수 생활을 마친 장발장의 넋두리는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일 것이다.

잘못은 했지만 뉘우치는 자에게 용서 없는 세상은 얼마나 삭막한가. 법과 제도 앞에 인간의 존엄성이 밀리는 세상은 얼마나 매몰찬가. 원인은 보지 않고 결과만을 보는 세상은 얼마나 가혹한가. 소수의 기득권자들이 외치는 법과 대다수의 비참한 사람들의 숨죽이며 외치는 자유와 빵은 가까이 하기엔 얼마나 멀까. 소설을 읽는 내내 이런저런 생각들이 무겁게 다가온다.

   

하지만 자신만이 유일하게 잘못을 저지른 것인가?’ 라는 장발장의 절규 앞에 해답을 주는 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미리엘 주교였다.

자신이 아끼던 은 식기를 훔쳐갔던 장 발장을 용서하고 남아 있던 은촛대마저 주어버리는 주교의 행동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미리엘 신부의 선량한 손길과 따뜻한 이해가 없었다면 새 사람이 된 장발장은 존재하지 않았을 테지.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시장으로서의 마들렌(장발장)도 없었을 것이다.

   

법과 제도를 과신하는 자베르 경감의 공무에 대한 충성와 성실함을 누가 탓할까. 양심이나 도덕, 인정보다 법이 우선인 세상에서 아직도 법은 미완성품이다. 하지만 충직한 법의 시녀인 자베르 경감마저 돌려놓게 하는 힘은 결국 따뜻한 사랑이었으니.

 

운명의 여인 팡틴과 장발장의 만남, 팡틴의 딸 코제트를 구해 훌륭하게 키우는 과정들, 코제트와 학생 혁명가 마리우스의 사랑, 혁명 도중에 부상을 당한 마리우스를 구하러 하수도로 뛰어들어 구하는 장발장, 코제트와 마리우스의 결혼식 후 자신의 과거를 밝히는 이야기 등이 거대한 프랑스 역사와 함께 장엄하게 흐른다.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기 전후의 상황, 노동자와 농민의 저항정신, 비참한 사람들에 대한 법과 제도의 잣대 등이 날카롭게 파헤쳐지고 있다. 나폴레옹 집정기의 암울했던 사회 속에서 혁명이 발발하는 과정들이 잘 나타나 있다.

 

빵을 훔친 죄를 지은 죄수의 일생을 통해 프랑스혁명의 의미와 삶의 의미를 깨치게 된다. 자유와 평등, 박애와 인간존중을 위한 법과 제도는 왜 아직도 미완성일까. 무소불위의 미완성체인 법과 제도에 어떻게 운영해야 최선일까. 아직도 레 미제라블(너 참 불상타)은 지구 곳곳에서 신음하는데...... 언제쯤 불쌍한 사람이 없는 세상이 될까. 이런저런 생각에 착잡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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