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바이처, 지렁이를 애도하다 탐 철학 소설 12
황영옥 지음 / 탐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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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바이처, 지렁이를 애도하다/황영옥/]인류에 직접 봉사하는 삶의 표본, 인류의 양심, 슈바이처~

 

 

어릴 시절 위인전으로 처음 만났던 슈바이처 박사의 이야기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고 헌신하기가 그리 쉽지 않기에 그저 놀라웠다. 그는 자신이 가진 부와 명예, 행복을 뒤로한 채 질병과 싸우던 원시 아프리카로 걸어 들어갔고, 그곳에서 의사로서 헌신적인 인류애를 보여주었다. 그의 존재는 아프리카인들에겐 하늘이 보낸 성자였으리라. 그 당시만 해도 유럽인들이 아프리카를 보는 시선은 그들의 지배대상이었고 탐욕의 땅이었기에, 유럽인인 슈바이처의 헌신과 사랑은 평범한 것이 아니었으리라.

    

 

 

어릴 적부터 슈바이처의 삶은 부족한 것이 없는 생활이었다. 그는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대학에서는 신학과 철학을 공부하며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가 행복하고 안정적인 미래가 보장된 유럽을 떠나 가난과 질병의 땅 아프리카로 온 이유는 21살 때의 결심 때문이었다고 한다.

 

 

 

서른 살까지는 학문과 예술을 위해 살고, 그 이후에는 인류에 직접 봉사하는 삶을 살리라.”(6)

 

물론 어릴 때부터 그는 이웃의 불행과 가난을 마음 아파했지만 스물한 살 때의 결심이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서른 이후에는 인류에 직접 봉사할 곳으로  적도 아프리카를 정했고, 그곳에서 봉사하고자 서른의 나이에 자신이 강의하던 대학의 의과 대학을 다녔다. 의학 공부를 하는 와중에도 음악 연주와 교회 일, 대학 강의까지 병행하고 있었다. 그리고 의사 자격증을 취득한 그는 프랑스령 적도 아프리카의 랑바레네로 가서 진료를 시작했다.

    

 

 

낡은 닭장을 개조한 첫 진료실은 아프리카의 열악한 현실을 대변하지 않을까. 제대로 된 병원, 제대로 된 의사, 제대로 된 약조차 없던 아프리카 오지인들에게 그의 존재는 희망의 등불이었으리라. 질병에 시달리고 가난에 지친 아프리카 인들에게 그는 태양 같은 존재였으리라.

 

이후 그는 그곳에서의 생활과 생각을 담은 책 <물과 원시림 사이에서>를 출간했고, <문화철학>를 써서 생명에의 외경사상을 주창하면서 인류의 각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 책은 탐 출판사의 탐 철학소설시리즈 의 12번째 책이다.

슈바이처가 나오지만 약간의 각색이 된 소설이다. 슈바이처가 말년을 한국의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 한다는 설정이다.

 

주인공은 할머니와 함께 살면서 종호라는 아이에게 늘 괴롭힘을 받는 아이다. 빵 셔틀, 기절놀이, 노트 필기, 폭력 등으로 괴롭히는 종호가 우산마저 빼앗아가자 하굣길에 호수 쪽으로 발을 옮기면서 무지막지하게 지렁이를 밟아 죽인다. 마치 자신의 분풀이 상대를 만난 것처럼 무자비하게 밟아 죽인다. 그리고 아이는 우산을 든 노신사를 만나게 된다. 은발의 노신사는 무얼 찾는지, 누굴 기다리는지 시시콜콜한 것을 물으며 우산을 주고 간다.

 

다음 날 유일한 가족인 할머니가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간다. 그곳은 적도 아프리카에서의 헌신적인 의료 활동으로 노벨평화상을 받은 슈바이처 박사가 말년에 의술을 펼치려고 세운 사랑의 병원이었다. 그곳에는 호수에서 만난 은발의 노신사가 일하고 있었다.

 

알고 보니 은발의 노신사가 바로 그 슈바이처 박사였다. 박사님은 투계장에서 피범벅이 되도록 싸우는 싸움닭 두 마리를 사가지고 와서 기르고 있었다. 닭의 모이로 지렁이를 주면서 생명에 대한 고민을 털어 놓게 된다. 모든 생명 의지에는 생명의 존속과 쾌락에 대한 동경도 있고, 파괴와 고통에 대한 불안도 있다며 생명의 외경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사고하는 인간은 다른 생명을 대할 때도 자신의 생명을 대할 때와 똑같은 생명에의 외경, 즉 생명을 존중하고 그 파괴를 두려워하는 마음을 갖지 않으려야 갖지 않을 수가 없다는 것일세. 그는 자신의 생명 속에서 남의 생명을 체험하고, 남의 생명 속에서 자신의 생명을 체험하지.(138)

 

나는 사람들이 그런 이기심을 버리고 생명에의 외경심으로 모든 생명을 끌어안을 때만 인류는 현재의 비극에서 참된 문화를 건설할 수 있다는 것으로 내 생각을 정리했네. 이상이 내가 말한 생명 외경 사상의 요지이고, 나의 <문화철학>을 이루는 내용일세.(140)

 

철학과 신학 박사이면서 음악과 저술에서도 재능을 보였던 슈바이처가 서른 살에 의학공부를 시작했고 의사가 되어 과감히 아프리카로 떠난 이야기, 아프리카에서 그가 느낀 생명에의 외경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아이들은 생명 존중을 생각하게 되는데......

    

책을 읽으며 온 우주를 대상으로 하는 사랑의 윤리인 생명에의 외경을 생각하며 이젠 고민에 빠지게 된다. 개미와 지렁이, 무당벌레, 집게벌레에게도 생명의 외경으로 대해야 할 텐데......모기를 죽어야 할까, 바퀴벌레를 죽여야 할까.

 

인류에 직접 봉사하는 삶의 표본을 보여준 슈바이처 박사의 이야기다. 인류의 양심인 슈바이처 박사에 대한 소설형식의 이야기다. 읽는 맛과 감동이 함께하는 글이다. 역시 탐 철학소설은 참신하고 매력 있다. 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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