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위한 지금 시작하는 인문학 : 가로 읽기 청소년을 위한 지금 시작하는 인문학
주현성 지음 / 더좋은책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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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지금 시작하는 인문학-가로읽기/주현성/더좋은책]교과서의 배경지식이 되는 인문학~

 

인문학 공부에 시기가 어디 있으랴마는 청소년기야 말로 그 어느 때보다 인문학 공부가 절실한 시점이 아닐까.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고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삶에 대한 깊은 질문과 이해, 통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막연한 미래에 대한 불안을 떨치기 위해서도 지나간 인류 스승들의 지혜와 조우할 필요가 있으리라. 사람에 관한 모든 공부가 인문학이겠지만 특별히 인문학이라면 그리스와 세계 신화에서 시작해 동서양의 역사와 철학, 과학과 문화를 말하는 것이리라.

    

신화는 문학과 예술 등 모든 문화의 이야기 원형이다. 인간의 감정을 가진 신들의 희로애락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이해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신들의 이야기지만 인간의 본성을 담았기에 의미 있는 이야기 원조들이다. 자연의 현상을 의인화했기에 다소 과장되고 기이한 이야기지만 말이다. 이해할 수 없는 자연 현상 만큼이나 이해되지 않는 신들의 이야기, 인간의 무의식 세계까지 들여다 본 신화의 중심에는 제우스가 있다.

    

제우스와 그의 가족들 이야기는 너무나 복잡해서 사실 어지러울 정도다. 신들의 가족관계가 불륜과 치정, 존속 상해, 탐욕과 고발, 저주와 보복 등 온갖 악행으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제우스는 번개를 상징하는 신들의 신이다. 하지만 그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결혼 이후에는 바람기의 신이 된다. 어린 시절, 제우스는 자신의 아버지 크로노스에게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숨어서 자랐다. 그런 불안한 환경의 영향일까, 아니면 타고난 본성일까. 왕이 된 제우스는 아내의 눈을 피해 지속적으로 바람을 피우며 사건을 만들어 간다.

   

제우스의 할머니로 올라가면 더욱 기가 막히는 상황이 연출된다. 제우스의 할머니는 대지의 여신인 가이아였다. 가이아는 태초의 혼돈의 신인 카오스와 화합해 하늘 가장 높은 곳을 뜻하는 우라노스를 낳았다. 가이아는 아들 우라노스와 결합해 거인 족 신들을 낳았다. 이들 사이에서 막내로 태어난 아들이 제우스의 아버지 크로노스였다.

가이아는 자신이 낳은 괴물 신들이 소란스럽게 싸우자 땅 속 깊은 곳인 타르타로스에 가두었고 대지의 신인 가이아는 이들로 인해 늘 복통을 겪게 된다. 결국 가이아는 크로노스로 하여금 낫으로 우라노스의 성기를 자르게 한다. 어미가 되어 아들을 시켜 그 아비의 제일 중요한 부분을 자르게 한 것이다. 성기가 떨어진 바다에서 아프로디테(비너스)가 탄생한다. 이에 아비인 우라노스가 왕좌에서 쫓겨나며 아들인 크로노스를 저주하게 된다.

 

너 역시 자식에게 쫓겨날 것이다.(17)

 

아들과 결혼한 어머니, 아들을 시켜 아버지의 성기를 자르게 한 어머니, 신화는 신화일 뿐인데도, 신화는 상징일 뿐인데도 엽기적인 내용들이 끔직해서 소름 돋는다.

 

왕의 자리가 불안해서 일까. 크로노스는 부인 레아가 자식을 낳을 때마다 그 자식을 한 입에 삼켜버리게 된다. 불안했던 레아는 시어머니인 가이아의 도움으로 아이를 낳고 아이는 가이아의 보호아래 산양의 젖을 먹으며 자라게 된다. 그렇게 자란 제우스는 청년이 되자 자신의 형제들을 구하기 위해 나서게 된다. 제우스는 아버지 크로노스에게 구토제를 먹여 토하게 함으로써 형제들을 구해낸다. 그리고 크로노스를 타르타로스에 가두고 제우스와 그 형제들은 올림포스 산으로 가서 세상을 지배하게 된다. 제우스는 당시 세상을 지배하던 거인 족 신들마저 타르타로스에 가두게 된다.

    

제우스의 형제들, 부인, 사랑을 나누었던 여인들의 관계가 복잡다단하다. 저 세상 신들의 이야기이기에 망정이지 이 세상의 이야기라면 삼류막장 드라마다. 자연의 현상을 의인화해 신화를 만들었던 고대인들도 자연의 변화무쌍함과 인간의 본능을 악하게 본 것일까. 신화의 이야기가 신들의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인간사 희로애락애오욕의 모자이크 조합인 듯 하다.

 

신들의 이야기에는 불과 화로의 여신 헤스티아, 풍요와 대지의 신인 데메테르, 제우스의 정실부인 헤라. 제우스가 지혜의 여신이자 아내인 메티스를 삼키고 더욱 지혜로워졌다는 이야기,

제우스의 허벅지에서 태어난 술의 신 디오니소스의 이야기가 드라마틱하게 흘러간다.

 

인간이 프로메테우스에게 불을 선물 받은 이야기, 신들만이 사용할 수 있는 불을 주었다며 다시 빼앗아간 제우스. 다시 헤파이토스의 대장간에 있던 불을 인간에게 준 프로메테우스. 결국 프로메테우스는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는 형벌을 받게 되고 매일 간이 재생되지만 매일 독수리에게 쪼이는 형벌을 받다가 헤라클레스에게 구출되는 이야기 등이 있다. ‘프로메테우스의 불 이란 어떤 금기에도 굴하지 않는 인간 정신을 나타낸다고 한다.

 

판도라의 상자. 다재다능하고 아름다운 판도라는 모든 선물을 다 받았다는 뜻이다. 세상에 여자가 없던 시절, 제우스는 대장장이 신인 헤파이스토스에게 여자를 만들게 한다. 헤파이스토스가 만든 여자인 판도라는 너무나 아름다워서 여신들은 그녀에게 많은 선물을 주게 된다. 아테네는 옷 만드는 기술을, 아프로디테는 매력과 우아함을, 헤르메스는 어떤 남자든지 깜박 넘어가는 말솜씨를 판도라에게 선물한다. 문제는 제우스가 판도라에게 절대로 열지 말라는 상자를 주면서 불행은 시작된다. 에피메테우스(나중에 생각하는 자)와 결혼한 판도라는 궁금증이 솟아나 제우스가 준 상자를 열게 된다. 얼른 상자를 닫았지만 상자 속의 나쁜 것들이 튀어나온다. 그리고 세상에는 미움, 고통과 질투, 질병, 공포가 퍼지게 된다. 상자 안에 남은 건 희망뿐이었다.

 

살다보면 판도라처럼 중요한 사실을 망각하고 행동할 때가 있다. 누구라도 호기심이 폭발하면 상자를 열게 되지 않을까. 이제 상자를 몽땅 열어 희망마저 퍼지게 해야 하지 않을까. 희망을 속으로 품는 것이 아니라 인간 사회에 떠돌아다니게 한다면 좀 더 희망적인 세상이 되지 않을까.

   

쳐다보면 돌로 변해버리는 메두사의 목을 자르는 페르세우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헤라의 질투와 복수심에 희생된 헤라클레스(헤라의 영광), 악녀의 상징인 메데이아, 아이게우스의 바다(에게 해)가 된 사연, 신과 인간이 싸운 트로이 전쟁 등의 이야기를 읽으며 지명의 유래를 알게 되고 전설적인 역사와 만나게 된다. 자연의 본성에 참을성과 우수한 기억력이 있다면 신화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올해의 태풍이 작년의 태풍을 기억한다면 세상은 어떻게 변하게 될까.

   

그리스 신화의 원조인 메소포타미아의 신화, 한국의 단군 신화와 마고 신화, 중국의 반고 신화와 여와 신화 등의 이야기에서는 신화와 역사의 경계를 생각하게 된다.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신화에서 유래된 표현들이 재미있다.

타인의 기대와 관심이 실제 현실에 영향을 미쳐 결과가 좋아지게 한다는 피그말리온 효과, 자아의 중요성이 과장되어 자신을 지나치게 사랑하는 이상 심리인 나르시시즘, 욕망이 지나쳐 화를 초래한다는 이카로스의 날개, 대담한 방법을 써야 풀 수 있는 어려운 문제를 뜻하는 고르디우스의 매듭, 아들이 아버지를 경계하고 어머니에 대한 과도한 성적 애착을 나타내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등.

   

청소년을 위한 지금 시작하는 인문학-가로 읽기에는 논술, 면접, 수능 등에 도움이 되는 인문 지식을 담았다. 작은 테마로는 그리스와 세계의 신화, 현대 회화, 서양 유럽사, 철학과 과학, 민주주의와 한국 사회가 있다. 참고로, 청소년을 위한 지금 시작하는 인문학-세로 읽기에는 교과 과정을 넘어 선 폭넓은 인문지식을 담았다고 한다.

 

자연의 현상을 의인화한 신화의 이야기에서 사랑과 배신, 시기와 질투, 탐욕과 이기심, 망각과 부주의 등 허점 덩어리인 신들을 보게 된다. 감정적으로 성숙한 신들이었다면, 이성적으로 행동하는 신들이었다면 신화를 읽는 재미가 반감되었을까. 자연의 변화무쌍함이 없다면 심심한 세상이 되었을까. 2장에 펼쳐지는 현대 회화, 3장의 서양 유럽사, 4장의 철학과 과학, 5장의 민주주의와 한국 사회가 더욱 끌리는 내용들인데…….

 

삶에 대한 고민을 담은 인문학은 교과 공부의 배경지식이 되기에 청소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어렵지 않고 쉽게 쓴 인문학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삶에 대한 이해, 인생에 대한 고민을 타파하고 싶다면 인류의 스승들에게 고민상담을 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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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람다 2014-11-07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성스러운 서평 잘 봤어요.

봄덕 2014-11-07 20:3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