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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 1
정병철 지음 / 일리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프레임/정병철/일리]돈과 권력의 결합이 가져온 여대생 피살 사건, 정의와 양심은 어디에?
프레임, 틀, frame.
프레임은 영화, 비디오, 애니메이션 등에서 완성된 영상을 구성하는 정지된 이미지 한 장 한 장을 말하기도 하고, 카메라 뷰파인더나 스크린에 나타나는 영상의 경계를 뜻하기도 한다.
미국 언어학자인 조지 레이코프는 “프레임이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형성하는 정신적 구조물이다.” 라고 했다. 결국, 프레임은 인간 행동의 목적, 계획, 행동 방식, 결과까지 결정하게 된다. 현대는 매스미디어의 보도가 프레임에 갇혀있고, 프레임 자체가 이데올로기적인 효과가 있다.
한국 사회에서의 프레임이란 이 사회의 가장 엘리트 집단인 판사, 검사, 의사, 언론인들이 세워놓은 틀을 말한다. 이 프레임은 너무나 견고하고 단단해서 무너지지 않는다. 부유충과 고위층들은 프레임 안에서 정의와 진실이라는 이름으로 불의를 범하고 거짓을 말한다. 권위와 명성의 힘으로 잘못을 저지르지만 비난하는 사람도 없다. 이들은 비난의 목소리조차 단칼에 잘라버린다.
법을 아는 자만이 법망을 뚫고 나갈 수 있다고 했던가. 프레임 안에 있는 권력층과 부유층, 지식층의 경우가 그러할 것이다. 사회는 이들에게 견고하고 안전한 프레임을 제공하니까.

이 책은 ‘여대생 청부살인’사건을 다룬 소설이다.
누군가가 조작한 가공한 논리와 이미지에 개인과 조직, 국가가 휘둘리는 모습을 그린 소설이다.
경남에서 중견기업을 운영하는 차지철 회장, 그의 아내 윤영자는 판사 사위를 두고 있다. 흔히 말하는 돈과 권력의 결합이었다.
어느 날 장모 윤영자는 낯선 사람에게서 판사 사위와 그의 이종사촌인 여대생 오미해가 불륜관계라는 전화를 받게 된다. “당신 사위가 이종사촌 여동생과 불륜 관계다. “
이후에 미모의 명문 법대생인 오미해는 변사체로 발견된다. 오달수는 수영을 간다고 새벽에 나선 딸이 6발의 공기소총에 맞아 죽었다는 사실에 경악한다. 사법고시를 향해 열심히 공부하던 딸이 죽었다니. 그리곤 한 사람을 의심한다. 사돈지간인 윤영자를, 그녀는 사위인 현직판사 김민기와 오미해가 불륜이라며 미행을 붙이고 딸을 잘 관리하라며 욕을 퍼부었던 사돈이었다. 얼마 전 법원으로부터 접근금지명령까지 받은 사돈이었기에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경찰은 불륜, 사위, 미행, 장모라는 단어를 조합해 사건을 수사하지만 윤영자나 그녀의 조카 윤기덕, 윤기덕의 친구 김용득의 거짓진술에 수사는 난항을 거듭한다. 누가 봐도 윤영자가 여대생을 납치해 살해하도록 교사했을 것이란 심증이 있었지만 단서도 부족하고 살인 교사에 대한 진술을 얻지 못했다.
부유층의 법을 조롱하는 듯한 행각에 매일 같이 여론은 뜨겁게 끓어올랐다. 심지어는 여대생과 권력층의 불륜이라는 드라마틱한 추리까지 흘리기도 했다. 가족 간의 파렴치한 불륜에서 장모의 엽기적인 사위사랑이라는 여론 몰이는 수사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결국 여대생의 일기노트를 참고로 윤기덕과 그의 친구 김용득이 살인을 저질렀다는 진술을 어렵게 받게 된다.
사법고시에 대한 준비, 남자 친구와의 결혼 계획까지 있었던 23살 명문 법대생의 어이없는 죽음에는 황금만능주의에 빠진 부유층이 있었다. 사위에 대한 의심증이 병적임에도 누구 하나 그녀를 제지하지 못했다. 장모의 망상장애와 편집증을 알면서도 사위는 왜 대처하지 못했을까. 자신의 이모의 딸이 죽는 것을 왜 막지 못했을까.
애초에 결혼이 돈과 권력의 결합으로 이루어졌고 사례금을 충분히 받지 못한 중매인의 불만에서 시작된 사건이었다.
중매인의 허위 불륜제보, 사위의 여자관계, 의부증에 편집증을 가진 장모, 돈 앞에 살인을 저지른 자들, 사건 이후에도 10년간 판사생활을 마치고 로펌에서 변호사로 활약하는 사위, 이 모두가 정상적인 상황일까. 원인제공자였던 판사는 왜 처벌을 받지 않는 걸까. 그로 인해 사건이 시작되었고, 그로 인해 양가가 풍비박산이 났는데......
말도 안 되는 황당무계한 사건 앞에서 가진 자들이 쌓아놓은 프레임을 본다. 법이나 양심보다 자신들의 잣대가 더 중요한 사람들이니, 법과 상식이 통할 리가 있을까. 무소불위의 존재인 판사, 재벌들의 이야기에 씁쓸해진다. 정의는 어디에 갔을까. 양심은 어디로 증발해 버렸을까. 법은 왜 이리도 허점이 많은 걸까.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