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아웃 높은 학년 동화 30
박효미 지음, 마영신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1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블랙아웃/박효미/한겨레아이들] 국가적인 정전사태에 대한 경종~

 

블랙아웃.

블랙아웃은 술에 취해 순간적으로 필름이 끊기는 현상을 말하거나, 핵 사태와 관련된 군사용어로 쓰이지만 전기가 끊어지는 대정전 사태를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만약 일주일동안 국가적인 대정전사태가 일어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만약 7일 동안 자연의 빛인 태양과 저축된 에너지만 사용할 수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국가, 기업, 개인들은 각각 어떻게 대처할까.

 

뻔 한 결말이겠지만, 그래도 예상해보자. 밤에는 어둠과 친숙해야할 것이고, 온갖 가전제품들은 무용지물을 되어 쓰레기가 될 것이다. 휴대전화와 인터넷, TV, 라디오도 먹통이고 신호등도 멈추고 지하철도 멈출 것이다. 문을 연 상점들이 없기에 식량이나 연료 사재기 등이 일어나면서 대폭동이 발생하지 않을까. 어둠이 내린 거리는 지옥 같을 것이다. 빛이 없는 밤의 도시들은 디스토피아를 연상시키고 사람들의 마음마저 피폐하게 할 것이다. 마치 주제 사마라구의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처럼.

아니지. 어쩌면 태양열 에너지의 인기가 폭발하면서 전국적으로 태양열 주택, 태양열 가전제품, 태양열 기계들이 붐이지 않을까. 낮의 햇빛을 모아두는 기계도 발명되지 않을까. 이때를 틈타 누군가 간단하고 저렴한 빛 저장 장치를 개발한다면, 대박이겠지.

    

문제는 대한민국의 전력관리시스템이 뛰어나서 전국적인 블랙아웃은 오지 않겠지만 그래도 전체적인 대정전의 우려가 전혀 없진 않다는 것이다.

2011915일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인 정전이 있었고, 크고 작은 블랙아웃은 선진국과 후진국을 가리지 않고 발생한다는 점이다. 충분한 발전량을 확보하고 있어도 블랙아웃은 발생할 수 있다는 말이다. 블랙아웃이 일어나면 완전복구에 걸리는 시간이 3~ 10일 정도이고, 우리나라에서도 블랙아웃 복구시나리오까지 있다고 한다.

 

이 책은 블랙아웃을 다룬 장편동화다.

뚱뚱보 초등학생 동민이와 뚱뚱보 누나 여고생 동희는 부모님이 중국에 가신 동안에 국가적인 정전 사태를 겪게 된다.

 

정전 첫째 날은 뉴스 속보를 통해 전국 대규모 정전을 알리면서 긴급 복구를 하고 있기에 곧 정상화가 된다는 소식이 알려진다. 곧 정상화 예정이라는 당국의 메시지에 사람들은 느긋하게 참으며 기다린다. 폭염에 뙤약볕이 견디기 힘들지만 아직 희망은 있으니까.

예비전력이나 비상전력을 다 써버린 곳에서는 밤마다 암흑천지다. 전기가 끊기면서 물 부족, 식량 부족 사태까지 발생한다. 도시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불행과 재앙이 함께 몰려온다.

전기 공급에 대한 희망이 사라질수록 가전제품은 덩치만 커다랗게 자리를 차지한 괴물이 되고, 먹을 곳을 파는 곳은 아는 사람끼리 통하는 비밀스런 고급 정보가 된다. 지하수에 대한 정보도 아는 사람끼리만 주고받는 고급 정보다. 한정된 재화, 한정된 자연이므로 공유가 있을 수 없다. 돈의 가치보다 식량의 가치가 절대적인 세상이 되어간다

 

뉴스 속보에서는 앵무새처럼 블랙아웃에 대한 대책을 논의 중이라며 곧 정상가동 예정이라고 반복한다. 뉴스가 사라진 도시에선 원전 부품을 불량품으로 써서 가동이 중단된 원자력 발전소 이야기, 물 한 통을 얻기 위해 새벽에 교회에 가 보지만 교인이 아니라며 거부를 당하는 이야기, 아이들이 마트에서 물건을 사오다가 힘 센 어른들에게 날치기를 당하는 이야기 등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질 뿐이다. 블랙아웃이 되니 적극적이고, 눈치 빠르고, 행동이 빠를수록 물이 있는 곳, 식량을 구할 수 있는 곳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점점 험악해지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 이기적으로 변하는 인심, 난폭한 폭력의 난무로 세상은 점점 불법천지가 되어간다. 경찰관이나 소방대원도 시민의 발이 되기엔 한계를 보인다.

 

블랙아웃으로 점점 미쳐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 같지 않다. 물건 값은 몇 배로 오르고, 괜찮아 질 거라는 정부, 점점 어둡고 사나워지는 사람들, 세상의 질서는 점점 사라져 간다. 단지 전기가 없어진 것뿐이고, 18세기로 돌아간 것뿐인데, 세상은 미쳐가고 망해 간다. 단지 전기가 사라졌을 뿐인데......

   

만약 7일 간 정전이 된다면을 가정한 블랙아웃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동화다.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기대심리를 무참하게 깨버리는 동화다. 블랙아웃이 오면 우린 거칠어지지 않고 난폭해지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 침착하게 순서를 기다리며 서로 배려하는 삶을 살 수 있을까.

집에 있는 태양열 랜턴을 보며 생각한다. 이젠 태양열시스템을 집집마다 설치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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