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선택 아로파 - 고장난 자본주의의 해법을 찾아 65,000km 길을 떠나다
SBS 최후의 제국 제작팀.홍기빈 지음 / 아로파 / 201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후의 선택 아로파/아로파]고장 난 자본주의에 대한 해법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싸움에서 세계는 자본주의의 손을 들어줬다. 공산주의가 거의 소멸해가는 작금의 상황에서 자본주의는 병들고 있다. 경쟁자가 없는 독주체제여서 일까. 자본주의의 폐단을 어찌해야 할까.

 

2012, SBS <최후의 제국> 제작팀이 병이 난 자본주의에 대한 해법을 찾고자 떠난 여행에서 만난 야로파. 협동과 나눔을 실천하는 아누타 사람들에게서 소외되지 않는 분배, 인색하지 않는 빅맨의 철학을 얻었다고 한다.

    

 

 

 

 

 

선택은 아로파일까.

아로파는 아누타 섬의 사람과 사람이 사는 법을 말한다. 아누타 섬은 남태평양에 있는 섬 중에서 최대 지름이 2.5km정도 되는 가장 작은 유인도이며, 솔로몬 제도 동쪽에 위치해 있다.

이 섬에서는 300년 전 권력투쟁이 일어나면서 단 4명의 남자만 살아남았고, 생존을 위해 서로 협력해야만 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아로파라고 한다.

 

빅맨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부족민, 꽃과 함께 살아가는 여인들의 웃음과 노랫소리, 자급자족의 공동체 생활이 평화롭게 영위되는 섬. 섬 주변이 산호초로 둘러싸여 있기에 카누를 통해서만 섬과 바다를 이어주는 곳, 남태평양 최고의 항해기술을 전수 받으며 바다와 섬, 자연과 함께 공존하는 아누타 사람들. 그들의 일상으로 들어가 보자.

 

아누타 사람들은 태어나면서 눈과 귀로 바다를 접하고, 말을 시작하면서 바다의 모험을 다룬 노래와 이야기를 듣는다. 항해와 어로는 아누타에서의 생존 기술이다.(209)

 

아누타에 가면 300명의 주민 모두와 코인사를 한다. 혈연관계보다 함께 밥 먹는 관계를 중시한다. 여자는 결혼을 하면 아버지의 파퉁기아(가족이란 뜻)를 떠나 남편의 파퉁기아에 소속된다. 섬에서는 파퉁기아가 기본적인 가족 범주이고 경제적 단위가 된다. 자신이 속한 파퉁기아의 집과 텃밭은 공유되며 다른 파퉁기아의 작물을 주인 허락 없이 캔다면 처벌을 받게 된다.

 

예로부터 폴리네시아의 정치체계는 세습된 추장을 중심으로 지도자와 주민의 위계적 질서 속에서 관계를 맺어왔다. 빅맨이란 베푸는 지도자를 의미하며, 아로파의 표상이 되었다.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외부의 원조도 거부하고, 솔로몬 제도로부터의 세금징수도 기피한다. 외세에 대한 저항과 소수 집단의 정체성 구축이라는 점에서 아누타 사람들은 다른 폴리네시아 계와 확연히 구별된다.

 

아누타 사람들에게 아로파는 물질적 나눔과 공동의 생산 및 협업의 가치를 가리킴과 더불어, ‘아누타 사람이라는 연대감을 심어준다. (221)

 

아로파의 원리는 이웃이 아프면 서로 돌본다. 병든 이웃을 보살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장례식은 마을 전체가 참여하는 가장 중요한 의식이다. 함께 충분한 애도의 시간을 가지고 나면 유가족이 일어나 춤을 추고 이내 마을 사람 전체가 춤을 추면서 행복을 기원한다. 함께 슬퍼하고 함께 기뻐하는 춤이다. 아기를 낳으면 산모와 아기를 이웃들이 함께 돌보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먹을 것이 부족한 이들에게 조건 없이 나누는 것도 당연한 것이다. 분배의 최종적 권한은 추장에게 있다. 함께 고기를 잡았다면 모두 공평하게 나눠 가진다. 만약 외지에 보낸 아이들의 교육비를 벌기 위해 부모가 타로, 담배, 바나나 등을 주민에게 판매하여 돈을 벌고자 한다면 아로파 원리에 위배되는 것이고 추장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다. 대신 섬 바깥에 나가서 돈을 벌어들일 수는 있다. 물론 섬 내부에서 돈은 유통되지 못한다. 아누타에서는 화폐경제도 없고, 시장교환도 없다. 호모 에코노미쿠스의 신화가 무참히 깨진 곳이다.

   

아로타의 미래는 어떨까. 바람이 심한 곳이기에 집을 높이 올릴 수가 없고 늘 해충의 피해로 피부병을 달고 산다. 태풍이 휩쓸고 지나가면 1년 동안 섬을 보수해야 한다.

 

1년 동안 보수공사라니! ~ 모든 사람들이 함께 보수공사는 하지만 더디긴 마찬가진가 보다. 생활형편도 그리 넉넉하진 않기에 외부의 문명이 자꾸만 유입되면 버텨낼 수 있을까. 그래도 함께 기뻐하고 함께 슬퍼하고, 함께 나누고, 서로 돕는 운명 공동체가 세상에 하나쯤은 있었으면 좋겠다. 서구식의 근대화와 문명화, 이기주의와 탐욕이 반드시 참이라는 생각을 무지하게 깨 줬으면 좋겠다.

 

지금 미국은 경제적불평등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고 한다. 빈익빈부익부의 현상이 더욱 도드라지고 있다. 미국 아동 빈곤층이 5명 중 1명이라니! 미국 아동 홈리스가 45명 중 1명이라니, 부와 풍요의 상징인 미국에서 빈곤층의 증가는 무엇을 말하는 걸까. 아로파 식의 나눔과 돌봄이 필요하다는 경고 아닐까. 고장 난 자본주의에 대한 해결책을 아로파에서 찾을 순 없을까.

 

부의 쏠림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고 빈곤층은 더욱 확산되는 현실, 상위 1%에게 더욱 몰리고 있는 부의 불균형 이야기를 접하면서 생각이 점점 깨지고 있다. 예전엔 노력한 만큼 얻어진다고 생각했으니까. 주어진 만큼 얻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고장 난 자본주의의 공멸을 막기 위해서라도 함께 나누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아로파의 정신이 널리 퍼졌으면 하는 생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