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광수의 인문학 비틀기
마광수 지음 / 책읽는귀족 / 201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광수의 인문학 비틀기/마광수/책읽는귀족] 인문학 마구 비틀어 봐!

 

처음에 마광수의 인문학 비둘기로 읽혔다. 그럴 리가 있나 싶어서 다시 봤더니, ‘마광수의 인문학 비틀기였다. 책을 읽으며 역시 마광수답다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그는 파트별 부제(거꾸로 보면 어때?, 너도 빠져 봐!, 나만 잘났어!, 망치를 들자!)처럼 인문학을 마구 비틀고 있으니까. 인류의 스승들의 사상을 뒤집어 보고, 돌려 보고, 비틀어 보고, 깨뜨려 보고, 스스로 그 속에 갇히기도 하니까.

 

 

처음에 나오는 철저한 정치만능주의자였던 공자가 시선을 끈다. 이천년이 넘는 세월도 거뜬히 이겨낸 공자의 사상이니까. 왕도정치를 이론적으로 완성시킨 것은 맹자지만 공자도 맹자와 같은 계열이다.

 

자가 힘주어 강조하고 있는 것이 바로 충효사상이다. 이는 수직적 복종만을 강요한 봉건윤리의 극치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일제강점기의 탁월한 역사가인 신채호는 경전들을 불태우고 유생들을 생매장시킨 진시황의 분서갱유를 오히려 찬양하고 있다. (10)

 

공자의 가르침은 또한 허황된 공리공론으로만 일관하는 주자학(성리학)의 모태 역할을 해주었다는 점에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조선왕조는 오직 주자학 일변도의 편협한 이데올로기만 떠받들었기 때문에 속절없이 망할 수밖에 없었다. (14)

 

공자는 정치에서는 ()’, 경제에서는 ()’, 사회에서는 ()’, 문화에서는 ()’을 강조하였다.

그런데 다른 것은 다 좋으나 문화의 지상목표를 ()’에다 두는 것은, 모든 문화적 창작물은 반드시 도덕적 교훈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것을 암시해주고 있어 개성적 변태를 억압하는 역할을 할 우려가 있다. 문화의 발전은 권태 변태 창조의 순서를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17)

 

마광수의 생각을 정리해 보자.

왕도정치를 이상으로 하던 공자의 정치사상을 공상적 유토피아즘이다. 공자의 守分安足은 지배계급의 착취와 명령에 묵묵히 따라가는 노예적 삶, 반민주적 발상, 독재 이데올로기다. 공자는 왕을 중심으로 하는 철저한 계급주의를 옹호한 정치교수 쯤 된다. ‘학이시습지 불역열호란 말은 지배 엘리트들에게만 적용되는 귀족주의적 발언이다. ‘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조선 후기의 예송논쟁에 치우치던 당파 싸움처럼 민생을 걱정하는 정치가 아니다. 3년간의 시묘살이는 후손들에겐 조상 신에 억눌리게 했고, 자식들에겐 비참한 삶을 살게 했다. 공자의 사상은 철저한 여성차별이며 남자에겐 축첩의 자유를 주고, 여자에겐 정절을 강요했기에 조선의 역사는 여자들의 한 맺힌 눈물의 역사다. 지나친 도덕적 교훈은 개성적 변태를 거부하기에 창조적인 창조를 억압할 우려가 있다. 공자가 주장하는 정치만능주의는 경제나 문화를 소홀히 할 수 있다.

 

이전 세대의 예를 살리려던 공자는 철저한 복고주의, 맞다. 혼란에 빠진 춘추전국 이전의 봉건 시대, 황제 중심의 철저한 통제가 가능한 사회를 꿈 꿨으니까.

 

분수를 지켜 만족하는 삶을 살라는 공자의 守分安足은 지배계급의 착취와 명령에 묵묵히 따라가는 노예적 삶, 반민주적 발상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 분수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해서 행복하다고만 할 수 있을까.

춘추전국시대의 혼란을 극복하기 위해 그가 취했던 패는 이전 시대로의 왕정복고였으니, 계급주의인 것도 맞다. 하지만 계급 없는 사회가 있을까. 지금도 명목상의 계급은 없지만 실질적인 계급은 엄연히 존재하지 않은가. 권력과 부에 의한 보일 듯 보이지 않는 계급이 더 강력하고 튼튼한 성벽을 쌓고 있지 않은가. 1%를 위한 그들만의 옹벽은 너무 튼튼해 올라가 볼 수도 없고, 들여다 볼 수조차 없지 않은가.

 

대부분의 이야기에 공감하지만 개성적 변태가 문화 창조로 발전하다니. 마광수의 촉은 늘 으로 향해 있고, 결론은 늘 그렇게 흐르나 보다.

 

20인의 세계의 사상가들의 이야기를 비틀어 본 내용들에 공감하는 부분도 있고, 거부감이 드는 부분도 있다. 세상 모든 일이 취사선택의 연속이기에 저자의 이야기도 취사선택하면 되겠지. 그래도 기존의 사상가들을 비틀어 본 책을 읽으며 내가 알던 세상이 넓어진 기분이다. 머리가 깨어나는 기분이다. 무엇보다도 내가 좋아하는 사상가들의 이야기이기에 끌리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