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풍경이라는 거짓말
김기연 지음 / 맥스미디어 / 201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삶은 풍경이라는 거짓말/김기연/맥스미디어]삶은 주연 또는 풍경…….

 

제목이 야릇하다. 삶은 풍경일까 아니면 주인공일까. 삶은 풍경처럼 멋지기만 할까, 아니면 멋지지 못한 순간이 많을까. 누가 삶을 풍경이라고 한 건지 몰라도 삶은 주연이라고 생각한다. 삶이 풍경처럼 멋진 날도 있고 그렇지 못한 날도 있지만, 삶은 당당히 주역을 꿰차고 살아가는, 위풍당당하게 살아가야 할 하루하루의 꾸러미들이라고 생각한다.

  

내 하루의 무게를 저울에 달아본다면 어제의 나는 꽤나 무겁지 않았을까. 건강하시던 엄마가 어지럽다고 호소하시기에 병원에 입원을 해서 여러 가지 검사를 받았던 날이니까. 결과가 나쁘지 않기를, 그냥 빈혈이기를 얼마나 기도했던가. 엄마의 작아진 어깨를 보며 여태 엄마를 힘들게 하지 않았나하는 반성의 24시간이었으니까. 하루 동안 일생을 되돌아 본 유일한 날이었으니까. 다행히 그다지 나쁜 결과는 아니지만 다른 검사도 받고 싶다고 하셔서 아직도 입원 중이시에 최종 결과가 나오기 전까진 마음이 무거울 것 같다. 오늘도 마찬가지겠지.

 

저자는 여수 돌산도 향일암을 오르면서 하루의 무게를 측정했나 보다.

예전에 갔던 여수 향일암, 바다와 암자가 환상적으로 어우러진 곳이었는데. 그 이후로 갓김치를 좋아하게 된 여행이었지. 여행하는 날은 하루의 무게가 가볍지 않을까. 몸과 마음이 가볍게 날아오르는 날이니까. 배낭무게로 해야 하나.

 

나무는 이미 선택과 집중을 몸으로 체득했다. 봄이면 무수한 꽃을 피우지만 시련과 단련의 시기를 거치며 약한 꽃과 열매는 가차 없이 버린다. 그렇게 차별 없이 솎아서 꽃과 열매의 촘촘한 사이를 넉넉하게 만든다. 아프지만 버려야 하는 결단이 필요하단 걸 나무는 언제쯤 알았을까?(33)

 

어렸을 때는 낙엽의 알록달록함이 좋았다. 학교에서 생물시간에 낙엽의 미학을 배우면서 나무의 결단, 그 단호한 선택에 자연의 신비를 느꼈다. 나이가 들면서 나무든, 인간이든, 동물이든 그런 선택과 집중을 해야 살아남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도 떨어지는 낙엽을 보면서였다. 생각으로는 언제나 현명한 선택과 집중을 한다고 하지만 행동과 결과는 그에 미치지 못하기도 했으니까. 오늘도 떨어지는 낙엽을 보면서 기도한다. 선택과 집중의 시간이 오면 나무처럼, 본능적으로 지혜롭게 할 수 있기를…….

   

어디로 갔을까요. 공룡은. 당신에게로 향하고 있었을까요?

장사도, 중도는 바닷물이 들고 날 때마다 제가 서 있는 섬, 사도와 만났다가 헤어지고는 합니다. 일 년에 한 번만 까마귀와 까치의 등짝을 밟고 가서야 겨우 만날 수 있는 견우와 직녀처럼 만나고 헤어지기를 수없이 반복했을 테지요. 그들은 별이었으니 섬과 다를 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97)

 

얼마 전, 동화 <사도 사우루스>를 통해 한반도 공룡의 흔적이 여수 사도 섬에 남아 있는 것을 처음 알았다. 5개의 작은 섬들이 바닷물의 흐름에 따라 연결되기도 하고 따로 떼어지기도 하는 신비로운 섬 사도. 추도, 상계도, 낭도, 상화도, 하화도의 이름이 있는 줄 처음 알았다. 한반도 공룡의 흔적을 볼 수 있는 사도는 배를 타고 갈 수 있는 곳인데, 언젠가는 가보고 싶은 곳이다.

   

여행을 가도 주연은 나고 풍경은 조연이라고 생각한다. 뭐 자연의 입장에서는 인간이 내가 풍경이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그렇게 인생은 풍경을 즐기며 풍경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주연과 풍경의 공존이 아름다우니까. 비록 오늘의 하루가 무겁더라도 가벼운 날도 있으니까 언제나 위풍당당하게 살고 싶다. 때로는 주연처럼, 때로는 조연처럼 살더라도 언제나 유쾌하고 싶다. 때로는 치열하게, 때로는 느긋하게 물 흐르듯 리드미칼하게 삶을 온전히 누리고 싶다,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게 하는 책을 읽으니 나도 생각이 수다스러워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