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스민, 어디로 가니?
김병종 글.그림 / 열림원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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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스민, 어디로 가니?/ 김병종/열림원]16년을 함께 한 애완견 자스민 이야기~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긴 세월인데 16년을 함께 한 애완견이라니, 그동안 얼마나 정이 들었을까. 예전에 강아지를 키운 적이 있기에 자스민의 이야기는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정이 들면 헤어지기 어려운가 보다. 그래서 애도의 시간이 필요한가 보다.

    

 

자스민은 몸집이 작은 암컷 애완견, 영국산 포메라니안이다. 족보도 있는 명품견이라고 한다.

영국에서 태어나 한국의 재벌 총수의 집으로 온 자스민은 두 살 때, 아는 사장님을 통해 김 교수네 집으로 분양되어 왔다.

 

저자는 얼떨결에 받게 된 강아지지만 처음엔 귀찮았다고 한다. 털이 날린다든지, 먹이를 챙기는 일, 오물 처리하는 일이 여간 번거롭지 않았다고 한다. 없던 일이 생겼으니까, 자스민을 분양받은 것에 대해 후회하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어느 날 밤, 어둠 속에서 자신의 손을 핥는 자스민의 온기를 느낀 이후로 자스민을 좋아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때 생명의 온기란 종()을 넘는 것임을 처음으로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손길이 많이 필요한 강아지지만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생명으로 느낀 것이다.

 

둘째 아들이 자스민을 가장 따뜻하게 대했는데 자스민 역시 둘째 아들을 가장 잘 따랐다고 한다. 모든 생명 있는 것들은 자스민처럼 자기를 잘 대해주는 사람을 가장 잘 따르고, 야단치는 사람을 가장 멀리하지 않을까. 낯선 사람에게는 일단 경계의 눈초리를 보낼 테고. 친밀감도 사랑이나 정에 비례하겠지.

 

자스민은 아내와 약수터에 동행하기도 하고, 서울대의 캠퍼스에서 뛰어 놀기도 하고, 함께 등산을 가기도 하면서 한 가족이 되어 갔다. 그렇게 건강하던 자스민은 16년째 되던 해, 생을 마쳤다고 한다.

아이들이 대학을 가고 군에 가는 시점에서 자스민은 외로움을 느끼지 않았을까. 첫째 아들이 복학을 하고 둘째 아들이 군대에 가면서 기력이 약해지지 않았을까. 물론 간식으로 준 스팸이 급성췌장암의 원인을 제공했지만, 마음이 약해지면 병이 오는 법인데. 둘째 아들이 군대 가면서 자주 볼 수 없었기에 자스민이 우울해지면서 체력이 방전되지 않았을까. 가족과의 유대가 약해지면 건강도 해치는 법이다.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들수록 외로움을 느끼며 기력이 약해질 텐데......

    

16년의 세월을 가족과 함께 한 강아지 자스민에 대한 추억을 읽고 있으니 절로 눈앞이 희뿌옇게 된다. 애완견이 아니라도 모든 동물은 오랜 세월 가족과 함께 하다보면 탄탄한 유대감이 생긴다. 말 못하는 동물이지만 가족의 일부가 되어 감정을 나누고 서로의 생각을 교감하게 된다. 더구나 강아지 입장에서 쓴 자스민 일기도 있기에 자스민의 기분에 더욱 공감하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예전에 키우던 강아지 생각이 절로났다. 강아지이지만 가족 같았던 복실이. 말 못하는 짐승이지만 공감 능력은 최고였는데...... 주인이 기분 좋은지 나쁜지를 누구보다 빨리 알아차렸는데......

 

오래 알게 되면 서로 통하게 되나 보다. 더구나 애완견은 때로는 가족처럼 장난도 치고, 때로는 친구처럼 어울리기도 한다. 그런 과정에서 깊게 정들고 사랑하게 되는 게 애완견이다.

모든 죽음 앞에 서면 한동안 먹먹해진다. 세월이 지난다고 해서 잊히는 건 아니다. 기억의 농도가 옅어질 뿐이다. 자스민 이야기를 통해 예전에 키우던 강아지 생각에 잠시 추억에 젖은 시간이었다. 가슴 먹먹해진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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