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목싸목 보금아 한무릎읽기
이은재 지음, 최효애 그림 / 크레용하우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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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목싸목 보금아/이은재/크레용하우스]탐관오리의 수탈, 소작농의 비애, 그리고 정약용 이야기

 

싸목싸목천천히라는 전라남도 방언이라고 한다.

이 책은 우리 역사상 가장 어려운 시기를 싸목싸목 꿋꿋하게 살아낸 친구의 이야기다. 정약용이 강진에 유배되어 있던 1810년 무렵을 배경을 한 창작 동화라고 한다. 조선 시대의 군포와 소작농에 대한 지주들의 착취, 그런 백성들에게 위안을 주던 천주학에 대한 이야기다.

  

조선시대의 군역은 양반과 천민을 제외하고 일반 농민(상민)들을 대상으로 국방의 의무를 지우던 것이었다. 전쟁이 일어나면 장정들은 싸우러 나가야 했고 전장에 나갈 형편이 여의치 않은 자나 평화시에 군포로 대신하는 제도였다. 하지만 문제는 군포를 징수하는 방법이 정당하지 못했고 폐단이 많았다는 점이다. 군포 징수가 정상적이지 않았고 농민들의 삶을 더욱 피폐하게 했기 때문이다. 역사 시간에 배운 단어들이 지금도 기억날 정도다. 아기에게도 군포를 내도록 하는 황구첨정, 죽은 자에게도 군포를 매기는 백골징포, 군포를 내지 않고 도망간 자가 있다면 남은 자들이 부담하는 인징, 친척들이 부담하는 족징 등이 기억될 정도로 끔찍한 제도로 인식되어 있다.

    

조선 시대에는 농사짓는 기술이 그리 발달하지 않았기에 농사가 하늘의 날씨에 좌우되었고 보릿고개가 있었다. 보릿고개는 가을에 수확한 곡식이 바닥이 나면 보리가 채 여물기 전인 5~월경을 말한다. 그 시기는 춘궁기라고 해서 자라나는 보리만 보면서 굶주리던 최악의 시기였다.

 

보금이는 초근목피로 끓인 나물죽으로 끼니를 때우기에 늘 배가 고팠다. 하지만 보릿고개로 인해 굶어 죽어가는 사람들이 많음을 알기에 불평할 수 없었다. 오히려 가족을 위해 늘 먹을거리를 구하러 산과 들로 다녀야 했다. 그래서 보금이는 여동생 순금이와 함께 늘 산에서 나는 다북쑥을 캐러 다녔다.

 

어느 날 보금이는 다북쑥을 캐러 산에 갔다가 귀양 온 양반을 만나게 된다. 눈썹이 셋이라서 삼미자 어른(다산 정약용)이라고 불리는 선비는 천주학쟁이였다. 그 선비는 이전에 친구 솔심이 다리에 난 상처도 약초로 치료해주었기에 다른 양반들과는 달리 보였다. 더구나 양반이 자신들을 걱정하는 소리를 하다니.

-벼슬아치들이 잘못해서 어린 너희까지 고생이구나.(본문 중)

 

예전에 보금이네는 바닷가에서 소금집을 했다. 하지만 아전들의 지독한 세금 징수에 빚만 지게 되었고, 화가 난 아버지는 아전을 두들겨 팼다. 그 이후로 도망치듯 만덕골로 온 것이다. 다행히 보금이네 가족은 최부자에게 돌밭일지언정 버들자리 땅을 빌려 농사를 짓는다. 하지만 최부자는 지대를 턱없이 높이 매겨 추수한 곡식을 반 넘게 거둬 갔고 땅 주인이라는 명분으로 머슴들을 시켜 시도 때도 없이 곡물을 거둬갔다.

뿍감자를 심었다가 캐는 날이면 어김없이 최부자댁 머슴이 거둬갔고 콩을 심어도 어디선가 머슴들이 나타나 콩을 가져갔다. 최부자에게 보리쌀 한 말을 꾸면 한 가마니로 갚아야했다. 보리쌀 한 말이 쌀 한가마니로 둔갑하기도 했다.

오라비 갑종은 추수한 곡식을 지독하게 빼앗아 가는 최부자네 머슴에게 맞서 낫을 들고 덤비다가 오히려 멍석말이를 당한다. 그 이후로 갑종은 반병신이 되어 버렸다.

 

보금이는 삼미자 어른을 통해 세상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세상에 대한 눈을 뜨게 된다. 사또가 최부자에게 돈을 주고 벼슬을 산 이야기, 최부자가 대궐의 높은 자리에 있는 친척에게 부탁해 사또가 되게 도와준 이야기, 앞으로의 세상은 양반 상놈이 따로 없는 누구나 행복한 세상이 올 거라는 이야기 등을 듣게 된다. 과거 시험도 보지 않고 돈으로 벼슬을 살 수 있다니. 소작농들에게도 희망의 세상이 온다니.

 

-썩어 빠진 나라에서 썩어 빠진 자들이 판을 치니 이상할 것도 없지......(중략) 아무리 썩은 세상이지만 어딘가엔 빛도 있을 게야. (본문 중)

    

여동생 순금이마저 최부자댁 외아들 덕해 도령에게 당하게 되자 아버지는 살 길을 찾아 보부상을 따라 나서게 된다.

덕해 도령은 군포 문제로 아전과 함께 왔다가 보리쌀 한 말을 갚으라며 암소 복순이까지 끌고 간다. 험한 꼴 당하지 않으려면 그저 달라는 대로 주고 하라는 대로 하라지만 갑종은 최부자댁에 불을 지르고 만다. 그리고 보금이는 삼미자 어른의 도움으로 오라비 갑종과 함께 아버지를 찾아 떠나는데…….

   

돈으로 벼슬을 사고, 군포 징수를 명목으로 백성들을 쥐어짜는 아전들, 소작을 주고 착취하는 부자들의 이야기다. 그런 시절에 새로운 세상에 희망을 주었던 천주학, 삼미자라는 별칭을 가진 정약용의 이야기다. 양반 이외에는 사람 취급도 못 받던 농민들의 이야기다. 사람 목숨이 파리 목숨 같던 시절 이야기다. 땅을 가진 양반들에 휘둘리는 소작농들의 슬픈 이야기다.

 

먹지도 못해 죽어가는 농민들에게 군포로 쌀 세 말 값의 무명 두세 필을 바치라니, 이런 날강도들이. 군포를 받기 위해 여자 아이를 남자 아이로 엉터리 표기하기도 하다니. 꾸어 간 건 보리쌀 한 자루지만 갚을 땐 쌀 한 가마니라니, 조선이 점점 가난해진 이유, 조선이 점점 약해진 이유에 이익과 명분을 위한 당쟁, 서민에 대한 약탈과 착취, 백성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자신들의 권력다툼에만 관심을 두었던 사대부들이 있음을 알려주는 우리 동화다.

 

*크레용하우스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한우리북카페 서평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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