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시대 -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지혜와 만나다
김용규 지음 / 살림 / 201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생각의 시대/김용규/살림]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지혜들은 무엇?

 

 

<생각의 시대>

제목에서 무척 끌렸던 책이다. 하루라도 생각을 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인간, 한 순간이라도 생각 없이는 살 수 없는 인간이기에 공감하며 읽은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도 골치 아프기보다 머리를 환하게 깨우는 쾌감을 느꼈던 책이다. 인간은 생각하지 않으면 융합도, 통합도, 창의력도 발휘할 수 없음을 알기에 더욱 끌렸던 책이다.

 

포유류 중에서 인간이 뛰어난 이유는 손을 사용하고 도구를 사용하고 언어를 사용하고 머리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적자생존의 생태계에서 신체적 열세를 딛고 최고의 포식자 위치에 올라선 이유도 손과 머리의 사용이었을 것이다. 인간의 도구 사용 능력 못지않게 생각하는 방법의 진화는 인류 문명을 꽃피우고 오늘의 발전을 이루었을 것이다.

    

 

지식은 인간이 주어진 자연환경에 적응하고 살아남기 위해 생존경쟁을 하는 과정에서 생겨났다. 생존의 방법으로 들소는 생물학적 방법인 진화를 선택했다. 그러나 인간은 문화적 방법인 지식을 택했다. 그리고 이 선택이 그들을 서로 다른 역사의 길로 안내했다. (29)

 

문명 발생의 의미는 무엇일까. 문자를 사용하고 기록을 남겼다는 것은 무엇일까. 사상을 낳고 문학을 낳고 예술을 낳고 기술과 과학을 낳았다는 의미, 그 이상이 아닐까.

 

수메르인은 기원전 3000년경부터 쐐기문자를 사용하면서 역사를 기록했다. 법을 만들어 나라를 다스렸고 학교를 세워 교육을 했다는 기록도 남겼다. 문자의 시작은 기록의 남겼고, 그 기록은 생각의 진화를 낳았을 것이다.

기원전 6세기의 <이솝우화>도 놀라운 이야기인데, 그 보다 1500년 전의 수메르인들도 아이들에게 우화를 들려주었다니, 인간은 우화체질인가. 그런 지식의 생산과 축적이 학습되고 창조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융합과 대폭발의 과정을 거쳤다니. 축의 시대에 대한 이야기만 읽어도 인간의 사고력의 변화가 그저 놀라울 뿐이다.

 

사고는 가장 높은, 가장 추상적인 수준에서 기호적인 능력에 의존하는 하나의 기예다. - 제럴드 모리스 에덜먼 (33)

 

그 시대의 현인들이 살아 돌아와 프레젠테이션을 한다면, 전 세계가 열광하지 않을까. 소크라테스, 노자의 프레젠테이션이 특히 궁금해진다.

 

기원전 8세기에서 기원전 3세기까지를 독일의 철학자 칼 야스퍼스는 축의 시대라고 했다. 이 시기가 역사의 중심축이 될 정도로 지식은 대폭발했다는 의미다. 구약의 선지자가 나왔고 그리스의 철학자와 수학자, 과학자들이 대거 등장한 시기였다. 서양과 마찬가지로 동양에서도 제자백가가 나오던 시기였고 인도 우파니샤드, 부처의 생존, 차라투스트라의 등장이 있던 시대였다. 거센 물결처럼 생각이 대세를 이루던 시기였다.

 

 

축의 시대에 호메로스와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이 약 400년에 걸쳐 개발한 5가지 시원적인 생각의 도구들은 메타(은유), 아르케(원리), 로고스(문장), 아리스모스(), 레토리케(수사) 등이었다.

 

개와 고양이 같은 동물들에게도 있는 1차적 의식을 넘은 2차적 의식의 수준이 다른 포유류와 인간의 차별화였던 것이다. 단순한 자극에 대한 반응을 넘어 언어적 사고를 통해 새로운 상징을 만들고, 은유를 사용해서 새로운 지식을 재창조하고, 추상적인 기호를 이용해서 수리 논리적 능력을 키운 생각이 인간을 다른 동물들과 구분 지은 것이었다.

 

 

생각의 도구 탄생, 생각 이전의 생각, 생각의 은밀한 욕망, 생각의 생각을 있게 하는 도구들인 메타(은유), 아르케(원리), 로고스(문장), 아리스모스(), 레토리케(수사) 이야기가 실용적이고

현실적이다.

 

독서는 뇌가 새로운 것을 배워 스스로를 재편성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인류의 기적적이 발명이다. - 매리언 울프 <책 읽는 뇌> (310)

 

5세부터 독서를 시킨 아이들이 7세부터 독서를 시작한 아이들보다 성취도가 오히려 낮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311)

 

읽기가 문장을 익히는 수동적 수단이라면, 쓰기는 능동적 방법이다. (중략) 베껴 쓰기의 목적도 역시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본문의 암기나 문체의 모방에 있지 않다. 오히려 에덜먼이 규정한 고차적 의식 내지 비고츠키가 말하는 고등 정신기능을 일깨우는 문장의 논리적 구조를 보다 적극적으로 정신에 각인하는 데 있다. (312~313)

    

저자는 불의 사용, 도구의 사용으로 지식이 축적되고 입으로 전승되면서 기록으로까지 남겨지게 된 생각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다. 메타(은유), 아르케(원리), 로고스(문장), 아리스모스(), 레토리케(수사) 등을 소개하면서 여러 학문적인 이론들도 제시한다. 철학, 고전학, 문학, 뇌신경과학, 인지과학, 심리학, 언어학, 교육학 등의 이론도 제시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책의 내용을 실제로 적용해 보고 실천해야 할 실용서다. 인간의 정신이 만들어 맨 생각들의 패턴을 정리하고 생각의 도구로 활용해왔던 생각의 흔적들을 찾아 가는 여행이다.

 

언어에서 시작한 글쓰기와 베껴쓰기는 정신작용이다. 글쓰기에서의 문장 구조는 정신 구조를 만든다는 말에 공감이다. 한 문장 한 문장도 놓칠 수 없는 책이다. 늘 곁에 두고 되새기고 싶은 책이다.

 

살아남는다는 건 예나지금이나 변화에 적응하고 생각에 생각을 키우는 일임을 깨치게 된다. 매일 독서를 하면서도 생각의 힘이 중요함을,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무는 확장이 중요함을 늘 느끼게 된다. 단순한 학습을 넘어선 지식 확장, 단순한 생각을 넘어선 생각의 확장, 단순한 읽기를 넘어선 독서의 확장을 실천하고 싶다. 나의 생각도 키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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