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한족은 없다 - 한족(漢族)으로 포장한 이민족의 땅 길 위의 인문 에세이 2
채경석 지음 / 계란후라이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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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한족은 없다/채경석/계란후라이북스]한족으로 포장한 이민족의 땅 중국!

 

 

중국의 한족은 어디서 시작된 걸까. 순수 한족은 얼마나 될까. 한족이란 언제부터 중국의 중심에 서게 된 걸까. 도대체 어디서 온 민족일까. 저자는 이런 의문을 가지고 20일간의 중국 여행을 했다. 그가 발견한 사실은 이민족의 땅에서 통합과 화합을 위한 한족 정책이었다.

 

중국은 소수민족을 포함한 56개의 다민족으로 이뤄진 국가다. 중국 측 자료에서는 91.5%가 한족이라고 하고 실제 13억 명의 신분증에도 한족이라고 명시되어 있지만 누가 그대로 믿을까. 정복과 침략의 역사 속에서 다른 민족을 포용하던 중국에서 순수 한족이 과연 몇 있을까.

 

초원의 기마민족들이 말을 달려온 침략의 통로인 하서회랑(河西回廊).

정복의 길남북을 종단하며 한족의 실체를 찾아 나선 인문탐사.

한족공정(漢族工程)은 당태종 이세민으로부터 시작됐다.(표지 글)

 

중국 통일의 역사를 찾고자 먼저 찾은 곳은 깐수의 하서회랑이었다. 깐수의 하서회랑은 실크로드의 교차점, 중원의 용광로였다. 예전부터 하서회랑은 물건의 교역 장소, 왕국의 흥망성쇠, 민족의 발흥과 소멸의 흐름이 함께 하던 땅이었다.

한 무제가 하서회랑에 설치한 하서사군, 깐난에서 가장 풍경 좋다는 짜가나 마을은 이민족의 땅이었다. 짜가나는 몽골의 패잔병들이 숨어든 마을이다. 거대한 암봉이 마을을 막고 있어서 강줄기를 밟고 가야 하기에 누구도 감히 마을이 있으리란 생각을 하기 어렵다고 한다. 티베트어로 돌 상자, 돌로 둘러싸인 마을이란 뜻을 지닌 짜가나는 제임스 힐턴의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에 나오는 샹그릴라를 연상케 한다고 한다. 실제로 프랑스인이 이 마을을 발견하고 세상에 소개 한 다음에 다시 찾았을 때 마을 입구를 찾지 못했다고 한다.

깐난에서 가까운 깐수성 내에서 진시황의 고향, 당태종 이세민의 고향, 동탁의 고향이 모두 지척에 있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변방에 치부되던 이곳이 그들의 고향이라는 말은 무슨 의미일까.

 

중국을 뒤흔든 인물이 깐수성 출신이다. 당시로 보면 변방이고 한족은 미비했던 이민족의 활동 지역이다. 당 왕실이 탁발부 선비인 것은 익히 아는 사실이다. (79)

 

동탁이 태어난 민시옌, 진시황이 태어난 리시옌은 산맥 하나를 사이에 둔 동향이다.

탁발부 선비는 흉이 세운 유연의 바통을 이어받아 중국 516국 시대의 마지막 승자가 되고 그들이 세운 나라 북위가 북제, 북주로 분열되었다가 북제를 계승한 수가 중국을 통일하게 된다. 수의 짧은 역사 뒤로 북제의 계통을 이은 이고가 당을 세우며 다시 통일국가를 마련하게 된다. 이방인이던 선비족의 후예인 당 왕조는 탁발선비가 세운 마지막 왕조였고, 선비족은 초원에서 내려온 기마군단이었다. 초원의 기마군단이 중국인이 된 것이다.

 

당시 세계 최강국이고 국제적인 감각을 갖춘 당은 자신의 얼굴을 바꾸려 했다는 증거가 곳곳에 있다. 명확하지 않던 한족이라는 얼굴을 만들어가며 자신의 얼굴을 위장했고, 그 과정에서 기존에 없었던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한족이라는 실체를 탄생시켰다. (84)

 

당 태종 이세민과 그의 아들 당 고종에 의해 사마천의 사기부터 명사까지 중국에서 정사로 꼽히는 24사 중에서 8개가 만들어지고 정리되었다. 이민족이 한족의 역사 속으로 들어간 순간이었다.

 

진시황은 중국 통일의 기초를 세운 왕이고, 당 태종은 중국을 국제화시킨 왕이고, 강희제는 중국의 영토를 가장 넓게 확장한 왕이다. 강희제는 청 왕조이니 만큼 분명히 한족이고 당 태종도 선비족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기에 한족이다. 하지만 진시황은 감히 한족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는 중국 자체이기 때문이다. (103)

 

어쨌든 중국 3대 왕이 진시황, 당태종, 강희제라면 거의 다가 한족인 셈이다.

 

티베트에서 내려온 장족, 깐난 지방의 강과 저, 만주족, 조선족, 좡족, 회족, 한족, 묘족, 위구르족 등 소수민족들이 모두 한족으로 통합되고 있지만 정작 순수 한족은 없는 나라가 중국인 셈이다.

중국의 역사에서도 일찌기 튀르크와 몽고로이드의 혼합인 흉, 스키타이, 슬라브족, 게르만, 로마인까지 섞이고 통혼이 이뤄졌다. 중국은 거대한 제국을 다스리기 위해 포용정책을 펼칠 수밖에 없었던 이민족이 혼합된 나라였다. 그러면서 통합을 위해 모두가 한족이 되어버린 나라였다.

 

20일 간의 중국 인문여행을 통해 중국의 역사와 그 이면도 알 수 있게 된 책이다. 중국의 변방인 란저우에서 시작해 장예, 시아허, 마취와 아만창, 짜가나, 민시엔, 천수, 친안, 칭양, 인촨, 오르도스, 자위관, 관중, 란저우로의 여행은 이민족의 중국 정복의 역사와 함께한 여행이었다. 중국의 공청단(공산주의 청년단), 당나라에 끌려온 고구려 유민, 중국의 시아오쌀(), 동탁의 낙양 방화사건, 동탁과 진시황, 이세민의 고향이 비슷한 동네라는 사실 등을 알게 된 책이다. 꼬리에 꼬리를 물며 지역민과 만나고 역사와 문화를 접하고 인터넷을 탐색하며 한족의 역사를 더듬어 본 인문탐사여행이다. 두 발로 찾아 떠난 인문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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