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릿 꿈결 클래식 2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백정국 옮김, 김정진 그림 / 꿈결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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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윌리엄 셰익스피어]다시 읽는 햄릿,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에 속하는 <햄릿>을 오랜만에 다시 읽었다. 400여 년 전의 작품이지만 매력적인 문장, 글자 뒤에 감춘 의미와 상징, 시대를 초월한 이야기가 마법의 힘을 부리며 여전히 빨려들게 한다.

 

햄릿은 12세기 덴마크왕가가 배경이다. 1589년 런던에서 햄릿 극으로 상연되었고, 그 뒤 셰익스피어에 의해 <햄릿>은 새롭게 완성되었다고 한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오셀로, 리어왕, 맥베드, 햄릿) 중에서 대표작으로 꼽힐 정도로 <햄릿>이 주는 의미와 상징은 대단하다. 삶과 죽음, 정의와 불의, 진실과 허구, 불륜과 정절 등은 시대를 넘는 보편적 갈등이기 때문이다.

 

 

 

선왕의 죽음으로 선왕의 동생인 클로디어스가 덴마크 왕이 되고 어머니 거트루드가 클로디어스와 재혼하면서 왕비가 된다. 선왕이 떠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는 시점에서 어머니와 삼촌의 근친상간을 본 햄릿의 갈등은 얼마나 컸을까. 그런 상황에서 그가 할 수 있는 말은 어떤 것일까. 법적으로 형사취수제도가 아닌데도 그런 일이 벌어졌으니 말이다.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여자로다. (33)

 

어머니의 재혼은 자신에 대한 배신이었고,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의문점만 키웠을 것이다. 더구나 선왕을 닮은 망령이 밤마다 나타나서 복수를 해달라는데…….

 

 

난 네 아비의 혼령이다.

정해진 시간 밤을 배회하다

낮에는 불길 속에 꼼짝없이 감금되는 일을

살아생전 저지른 더러운 죄들이 모두 불타

정화될 때까지 되풀이해야 하는 운명이다. (중략)

경청, 경청, 오 경청해라!

네가 정녕 아비를 사랑했다면…….

이 추악하고 패륜적인 살인을 복수해다오. (58~59)

 

햄릿은 선왕을 닮은 유령에게서 삼촌이 독즙으로 선왕을 죽인 사실을 듣게 된다. 햄릿은 선왕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복수를 하고자 미친 척 연기를 하게 된다. 연인 오필리아를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광증을 보인다고 믿게 한 것이다. 그리고 고민 끝에 중대한 결심을 하게 된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변덕스런 운명이 쏘아 대는 돌덩이와 화살을

맞아야 하나, 아니면 고난의 파도에 맞서

무기를 들고 대항하다 끝장을 내야 하나.

어느 쪽이 더 고결한가. 죽는 것-잠드는 것, 그뿐이다. (126)

 

왕을 떠보기 위해 왕이 독살 당하는 연극을 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왕의 당황하는 낯빛을 보고 복수를 다짐하게 된다. 하지만 운명은 늘 빗겨가는 걸까.

 

햄릿은 어머니의 방에서 커튼 뒤에 있던 재상 폴로니어스를 왕으로 잘못 알고 칼로 찔러 죽이게 된다. 아버지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재상의 딸 오필리아 마저 미쳐서 죽게 되고.

왕도 햄릿의 의도를 눈치 채고는 영국으로 보내게 된다. 영국으로 가던 중 다시 살아 돌아온 햄릿에게 왕은 플로니어스의 아들 레어티스와 수련용 검으로 결투를 벌이게 한다. 하지만 미리 독을 바른 레어티스의 칼에 레어티스, 왕비, 햄릿까지 찔리게 되는데…….

 

아버지의 죽음과 어머니의 근친상간에 대한 아들 햄릿의 복수가 비극적 광풍을 몰며 모두를 죽음으로 몰아 버리는 것을 보며 생각하게 된다. 악은 반드시 자멸하지만 그 와중에 희생되는 선의 희생 또한 필연적임을 말이다.

 

세상에 정절은 의미가 없고, 정의는 존재하지 않으며 선과 악의 구조에서 악이 맹위를 떨치는 그 시대의 이야기지만 지금도 통하는 이야기들이다. 그래서 햄릿의 대사는 하나같이 가슴을 파고드는 걸까.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은 인간의 삶을 있는 그대로 비추는 거울이라는 말처럼 시대를 관통하는 힘이 있기에 지금도 현실감 있게 읽혀진다.

 

성격은 운명을 결정하고 비극은 더 큰 비극을 가져 온다고 했던가. 햄릿의 내부적인 갈등, 도덕적인 갈등이 매우 돋보인다. 갈등으로 괴로워하는 인간의 모습을 잘 그렸다는 점, 아름다운 시어의 향연인 대화들은 이 작품의 가치를 더욱 돋보이게 하지 않을까.

 

명작의 가치는 시대를 아우르는 보편성과 깊이 있는 통찰에 있을 것이다. 세월이 지나도 인간의 선택에 대한 고민들은 오늘도 계속된다. 이거냐 저거냐, 이쪽이냐 저쪽이냐, 애냐 쟤냐, 요거냐 조거냐, 그것이 문제로다. 갈등하는 인간형, 햄릿의 고민을 들으며 좀 더 현명하게 처신했다면 억울한 죽음을 막게 되진 않았을까. 갈등 끝에는 현명한 판단이 늘 요구됨을 생각하게 된다.

 

 

*꿈결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한우리북카페 서평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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