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브렌다 - 본성 대 양육 논쟁의 전환점이 된 일란성쌍둥이에 관한 기록
존 콜라핀토 지음, 이은선 옮김 / 알마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이상한 나라의 브렌다/존 콜라핀토/알마]성에 대한 본성 대 양육 논쟁, 미국 판 제보자!

 

 

영화 <제보자>를 보면서 세상살이가 진실게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줄기세포에 대해 발표된 연구결과가 진실이 아닌 허위 투성인데도 진실을 이기고 영웅의 탈을 쓰고 있는 조작 스캔들이었다. 그런 모습을 보며 대한민국이 부끄러웠다. 진실이 아닌 조작된 스캔들을 알리려는 이름 없는 제보자들이 지금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먹먹해지기까지 했다. 아직도 많은 조작들이 있지 않을까. 더 많은 제보자들이 거대한 벽에 부딪치며 암담해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 참담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보다 더 무시무시한 조작 스캔들이 미국의 유명한 대학병원의 저명한 학자에 의해서 자행되었다니, 누가 진실을 말한 들 믿어줄 수 있을까. 조작된 진실은 양의 탈을 쓴 괴물의 힘을 갖고 있는데…….

소설인 줄 알고 펼쳤다가 100% 진실이라는 사실임을 알고 가슴이 콩닥콩닥 거렸다. 세상에 진실은 몇 %일까. 숨죽인 제보자들은 또 얼마나 많을까.

   

 

 

 

 

 

이 작품은 논픽션이다. 모든 대화는 심리상담 녹취 원고나 심리상담과 동시에 진행되었던 정신과상담 기록, 그리고 증인 혹은 당사자가 기억하는 말을 그대로 옮겨 적은 것이다. ‘유려한 서술이나 분위기나 기타 소설에 준하는 목적을 위해 만들어낸 대화나 장면은 하나도 없다. -일러두기에서

 

브루스로 태어나 브렌다로 살다가 데이비드로 살아가는 한 남자의 실제 이야기다.

 

30년 전, 쌍둥이로 태어난 생후 8개월의 아기가 포경수술을 받다가 잘 못 돼서 성기를 통째로 잃게 되었다. 부모는 유명한 성 전문가를 찾아 존스홉킨스병원의 존 머니 박사를 찾았다. 성전환수술을 받으면 된다는 그의 이야기에  젖먹이 아기는 남자에서 여자가 성전환 했다. 그리고 12년 동안 여자로 살았지만 자신은 처음부터 남자라는 느낌뿐이었다고 한다. 정상적인 여자가 되기 위해 여러 가지 교육과 호르몬 치료까지 받았지만 결코 여자라고 느낀 적이 없었다고 한다.

 

젖먹이 시절 강제로 부여된 성전환으로 브렌다는 물론 온 가족이 정신적 고통으로 우울했다고 한다. 어린 시절 성정체성에 고민하며 우울하게 지냈던 소녀는 자신이 원래 남성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듣고 수수께끼가 풀리는 기분이었다고. 그리고 만 18세가 되면 남자로 살기로 결정했다. 지금은 결혼해서 아이의 아빠로 살고 있다.

 

문제는 이 쌍둥이케이스가 당시 의학계에서 획기적인 성공사례로 왜곡 보고되었고 의학 교재나 사회학 교재에 실리는 의학 사례가 되었다. 이 연구는 영아기에 처음으로 성전환수술울 받은 남자아이, 통계학적으로 희박한 확률의 의료사건, 일란성쌍둥이 연구, 성이 선천적이 아닌 후천적으로 결정된다는 증거, 1970년대 페미니즘 운동에 불을 지피는 근거, 생식기 손상 시 일반적 치료법의 가능성 대두 등 많은 부분에서 획기적인 자료로 널리 이용되기까지 했다. 그리고 이에 관여한 임상심리학자 존 머니 박사는 금세기 최고의 성 전문가가 되었다. 이 연구는 그의 40년 연구 사상 최대 업적이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의 배후에는 성 전문가들의 라이벌 경쟁의식도 있었다고 한다. 성정체성의 문제가 양육이라고 본 머니와 그에 반해 본성이라고 본 다이아몬드와의 경쟁이었다. 물론 승리는 유창한 말솜씨와 카리스마, 미디어 전략이 뛰어난 존 머니의 압도적인 승리였기에 브렌다의 고통은 30년이나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BBC에서 이 사실을 고발하고자 프로그램을 만들어 방송했을 때, 논란이나 논평이 거의 없을 정도로 학계나 언론에서 무반응이었다고 한다. 그만큼 존 머니의 자리는 철옹성이었고 그 위세는 대단했다고 한다. 30년 뒤 그런 사실이 1997<롤링 스톤> 12월 호에 실리면서 세상의 관심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성 정체성과 성 지향성은 주로 신경생물학적인 요인에 의해 결정되며 환경이나 교육으로 쉽게 고칠 수 없음을 확신하게 되었지만 머니라는 거대한 벽에 감히 도전하기 어려웠다는 다이아몬드. 머니와 다이아몬드와의 케케묵은 앙숙관계 때문에 모든 학술지에서도 논란의 소지가 많다며 밀턴 다이아몬드와 키스 시그먼드슨의 연구결과들을 퇴짜 놓기까지 했다. 그래서 쌍둥이케이스의 실상을 학계에 보고하려는 시도를 수차례 포기했다고 한다. 머니는 거물급 인사였고 상대는 존스홉킨스였기에.

존스홉킨스에서 시작된 중성 환자 치료법의 위험성을 의학계에 알린 제보자들은 법적인 제재가 가해지지 않는 한 의학계의 이런 오류는 계속 될 수도 있다며 행동에 나섰다고 한다.

   

이 책은 19976월 캐나다의 어느 중산층 가정인 데이비드 라이머의 집에서 1년 동안 100시간 이상을 인터뷰하고 병원 자료, 법률 서류, 상담 자료, 지능 검사 결과, 아동상담소 보고서 등을 모아 발표한 대기록이다. 머니와 다이아몬드의 비릿한 과학전쟁, 믿기지 않는 의학계의 과도한 경쟁, 의사들의 파렴치한 윤리, 여자가 되기 싫다는 남자 아이의 이야기다.

책에서는 브루스로 태어나 브렌다가 데이비드로 바뀐 이야기 외에도 다른 경험자들의 사례도 있다.

 

일란성쌍둥이로 태어난 한 남자 아이가 포경수술 도중에 사고를 당한 것도 끔찍하지만 존스홉킨스대 유명한 성 전문 의사인 존 머니의 파렴치한 논문 조작은 더욱 경악하게 한다. 여자가 되기를 거부하는 아이를 어떤 교육이나 약으로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 인간의 성이 환경의 영향보다 본성적인 유전법칙임을, 정상적으로 태어난 아이는 성전환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책이다. 남자로 태어나 여자로 성전환을 했고 다시 본래의 남자로 돌아간 그의 이야기가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거대한 괴물과 싸워야 했다니. 자신의 마음을 숨기며 연극하며 살았던 얼음판 같던 세상이 얼마나 족쇄였고 지옥이었을까. 그가 숨죽여 살아야 했던 세월에 대한 보상은 누가 해야 하는 걸까.

    

 

 

데이비드가 여자 아이로 성전환한 근거도 정신분석학자인 프로이드의 이론, 즉 어린 아이는 남근의 유무에 따라 정신적으로 건강한 남자 혹은 여자로 발달할 수 있다는 이론 때문이었다니. 물론 요즘 주요 신경생물학자들은 가장 중요한 생식기는 성기가 아니라 뇌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고 있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잘못된 이론이 저명한 학자의 이론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불가항력의 진리로 받아들이고 있는 현실이 슬프다. 지식과 정보가 많이 공개되고 있는 21세기에 일어난 일이라니 더욱 당혹스럽다. 영화 <제보자>보다 더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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