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아무것도 몰랐다 시인동네 시인선 18
박미란 지음 / 시인동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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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는 아무것도 몰랐다/박미란/시인동네]마음으로 공감하는 시, 생을 사랑하게 되는 시~

 

 

 

멀리 뛰기 위해선 웅크림이 필요하지.

오래 달리기 위해서도 예열이 필요한 법이지.

소설가는 소설로 인생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시인은 시로 삶을 말해야 한다고 누가 그랬을까.

삶을 문장으로 만들어내고 인생을 시어로 갈고 닦은 내공들은 세월이 지나면 나이테처럼 연륜으로 나타나는 걸까.

 

박미란 시인의 시집 <그때는 아무것도 몰랐다>를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드는데......

인생을 걸만한 걸 찾은 이는 진정 아름답겠지. 그녀처럼.

 

 

창문은

곧 터질 물집처럼

 

제 속을 보여주고 있다.

 

창문이 수차례 일렁인다.

오랜 적막을 터트리고 싶은가보다.

 

태어난 그날부터

횟배 앓는 저 창문 너머

 

손 뻗어도 만질 수 없는 것들이 아름답다. -시인의 말전문

 

 

겨울잠을 자도 한참을 잤을 세월을 지나

여러 겹의 허물을 벗기며 내는 시인의 노래가 눈물겹다.

아니지. 그저 공감백배. 나도 그런대.

 

봄날 매운 파밭에서,

 

찜통 같은 공장 바닥에서,

 

눈 내리는 쓰레기더미에서,

 

어느새 저 높은 곳까지 쫓아갔을까

 

밤중에 잠깐 올려다본

 

서쪽 하늘가엔

 

시리고 서러운

 

엄마 발목이 걸려 있다. -반달전문

 

지나봐야 아쉬운 줄 안다지.

흘려보내야 놓친 것을 안다지.

그래도 어때~!!

희로애락애오욕.

그조차도 인생인걸.

 

눈꽃이 꽃이라면 얼마나 눈꽃

장미가 장미라면 얼마나 장미

 

눈은 잠시 왔다가 가고

장미는 때때로 기별이 없다

 

눈꽃이 꽃 아니라면 얼마나 장미는 먼가

장미가 장미 아니라면 얼마나 눈은 찬가

 

바람을 밟으며 죽은 장미가 눈꽃으로 피어난다 -장미는 기별이 없다전문

 

 

삶의 여운이 물결치는 호수 같은 시,

깊이 있게 우러나는 곰국 같은 시를 만나니,

나도 흉내어치가 된 기분이다.

오늘만큼은 모킹제이다.

오늘만큼은 도토리 저장고로 향하는 숲 속 어치다.

 

가을엔 사랑하게 하소서라던 김현승처럼,

모든 죽어가던 것들을 사랑하겠다던 윤동주처럼

찬바람이 스치는 계절에 시 한수를 읊조리니

어쩜, 생을 사랑하는 맘 절로 생길까.

희한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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