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조의 바다 위에서
이창래 지음, 나동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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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조의 바다 위에서/이창래/RHK]노벨상 유력 후보, 이창래의 미래 모험소설~

 

 

대화체가 많으면 아무래도 술술 읽힌다. 흥미 위주의 소설이면 순식간에 읽게 된다. 하지만 대화체가 아주 적거나 내용에 의미와 상징이 많이 담긴다면 곱씹으며 읽어야 하기에 아무래도 천천히 읽게 된다. 더구나 노벨 문학상 유력 후보자의 소설이라면, 깊은 속내를 파헤쳐야 소설에 대한 진정한 이해를 하게 되기에 더욱 차분하게 읽게 된다. 이 소설이 그런 소설이다. 주제 사마라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를 읽는 느낌이다.

    

 

중국의 어느 강기슭에 있는 자갈 색깔의 마을에서 왔던 소녀 판은 B-모어 지역의 수조에서 일하는 잠수부다. 작은 키의 호리호리한 그녀는 사람을 기분 좋아지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지닌 소녀다. 덜 수다스럽고 더 총명해서 지혜롭게 보이기까지 하는 그녀다.

수조 속에서 하는 잠수부 일이란 수조 내부를 청소하는 일이다. 수조에서는 최상의 물고기를 길러 차터 지역에 공급하게 된다.

 

바야흐로 세상은 차터 지역과 B-모어 지역, 자치주로 구분되는 시대다. 차터 지역은 B-모어 지역에서 공급되는 것으로 완벽하고 풍요로운 생활을 하며 B-모어 지역을 통제하며 살아간다. 차터 지역은 귀족스러운 생활을 누리며 위험에 대한 강한 집착으로 온갖 의료시설이 되어 있다. B-모어 지역은 차터 사람들에 의해 스크린과 조종 장치로 관리되는 노동자 집단이다. 이들은 차터 사람들에게 물품을 공급하며 살아가지만 생활에 불편이 없기에 가시적인 불평은 없는 사람이다. 자치주는 마음대로 살아가는 불법천지의 구역, 무정부 상태의 혼란뿐인 구역이다.

이 세 구역은 각기 높은 담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정문이 있다지만 서로 간의 소통은 없는 세상이다. 서로의 생활에 대한 정보도 없지만 관심조차도 없다. 습관이 되면 관성의 힘으로 살아가는 것처럼 이들 지역들은 적어도 겉으로는 큰 불만이 없이 제각각 살고 있다.

서로의 구역을 높다란 담이 구분하고 있기에 다른 지역에 대해서는 무심하다. 습관화되고 세뇌가 제법된 사람처럼, 정형화된 계급대로 구분된 지역에서만 살아가고 있다. 무뇌의 시민들, 통제된 기계인간처럼 하루하루를 살 뿐이다. 그렇게 서로에 대한 무심함이 공고화된 세상이다.

 

어느 날 작업장에서의 실수로 관리자가 레그를 호출한다.

레그는 판의 남자친구이며 수조 위에 있는 채소 선반에서 자라는 채소를 돌보는 일을 하고 있다. 꿈을 꾸는 듯 여기저기 쏘다니는 버릇을 지닌, 변덕과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소년 레그의 행방불명은 판을 움직이게 하는데.

묘연해진 레그의 행방에 대해 모두들 무관심하지만 판은 그의 아이를 임신했기에 레그를 찾아 모험을 떠나게 된다. 차터 지역으로 이유 없이 잡혀간 남자친구를 찾아 어린 소녀로서는 처음으로 B- 모어 지역을 벗어나는 판. 하지만 남몰래 정문을 벗어나 걷던 중 폭우가 내리면서 자치주의 광적인 운전자에 의해 교통사고를 당하게 된다. 우연이 운명이 도는 순간이다.

운전자는 자치주의 수의사 퀴그다. 한때 차터에서 살았던 퀴그는 불법거래로 차터를 쫓겨나 자치주로 온 것이다. 판은 자치주에 머물면서 일부 무너진 차터 사람들이 자치주에 오게 된 사실, 자치주와 차터 지역의 차이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그리고 퀴그의 차를 타고 차터로 떠나게 된다.

 

고급스럽고 활력이 넘치는 차터에 온 판. 판은 차터 가정에서 일을 하며 잘 지낼 수 있도록 교육을 받게 되고, 차터에 정착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레그를 쏙~ 빼닮은 의사 비크를 만나게 된다.

한편, 레그가 사라지고 판이 떠난 후 B-모어 지역도 조금씩 변화한다. 어디로 갔는지 잘 모르지만 사람들이 B-모어 지역을 떠난 것이다.

 

C-질환에 걸리지 않는 체질인 레그, C-질환에 대한 두려움으로 온갖 약품개발에 몰두하는 차터 사람들, 자신의 틀을 깨고 껍질 밖으로 나오는 판의 모험담이 디스토피아의 미래를 그리고 있기에 우울함마저 들게 되는 소설이다.

   

일개미와도 같은 공동체인 B-모어 지역이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 철두철미하게 관리되고 있는 현실, 스크린과 조종 장치들이 가득한 관리자의 방을 통해 스케줄이나 절차상의 사소한 변경도 호출로 이뤄지고 관리된다는 현실이 기계가 스마트해진 이후의 세상을 보는 듯해서 씁쓸해진다.

 

세상은 잘 먹고 잘 살게 돌아가고 있다면 비록 경제적인 차이나 계급의 차이가 나더라도 대체로 불만을 터뜨리지 않을 것이다. 몸이 편안해진 세상에서 사회적 이슈나 정의라는 가치에 무심해져 가는 현실을 비유한 듯 보인다.

 

저자는 한국계 미국인 작가인 이창래다. 그는 노벨 문학상 수상 유력 후보 작가라고 한다.

이 소설은 가상의 미래 사회에 살고 있는 중국계 잠수부 소녀 판의 모험을 그린 작품이다. 자유보다 안정감, 개성보다 고착화를 중요시하는 계급 사회를 묘사한 디스토피아적인 소설이다.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자의 소설이기에 분명 읽기가 쉽지 않은 글이다. 많은 생각과 많은 행간의 의미, 비유들을 파악해야 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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