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론자에게 보내는 교황의 편지
프란치스코 교황 & 에우제니오 스칼파리 외 지음, 최수철 외 옮김 / 바다출판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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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론자에게 보내는 교황의 편지/프란치스코 교황/바다출판사]

 

8월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방문으로 전국이 즐거웠을 것이다.

이미 알려진 대로 교황의 특이한 출신 이력과 소외된 자들에 대한 배려의 말씀과 신속한 행동으로 많은 이들에게 깨침과 감동을 주었기 때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초의 예수회 출신 교황, 최초의 라틴 아메리카 출신 교황이다. 특권을 거부하고 낮춤과 나눔의 자세를 유지하겠다는 바람을 언제 어디서나 한결 같이 실천하고 있기에 가톨릭 신자가 아니어도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

    

신자가 아니라 무신론자에게 교황은 무슨 말을 할까.

무신론자인 <라 레푸블리카>의 창립자인 스칼파리가 교황 띄운 편지 형식의 질문에 교황은 솔직하게 자신의 경험과 견해를 밝혔다고 한다.

 

-나는 다른 사람을 개종시킬 마음이 없습니다.

-하느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은 자신의 양심을 따릅니다.

 

무신론자도 용서 받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교황은 말한다.

진리는 결코 절대적이지 않다고. 진리가 가변적이고 주관적인 뜻은 아니지만 진리가 유일하게 하나의 길, 하나의 삶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진리가 하나로 어우러지는 순간부터 진리에 대한 겸손함과 열린 마음을 갖추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예수의 삶 역시도 가난한 자들에게 좋은 소식을 전해주고, 눈먼 자들을 눈뜨게 하고, 억압받는 자들을 자유롭게 하고, 모두에게 은총을 베풀기 위해 하느님이 보낸 선물이라는 것이다.

 

길 잃은 양에 대한 배려 문제에 대해 교황은 이렇게 답변한다.

타인에 대한 사랑이 공동선의 씨앗이라고.

사회는 지금 청년 실업으로 젊은이들이 미래 없다는 고통에 시달리고 노인들의 고독사가 문제가 되고 있다.

타인을 향한 아가페적인 사랑은 남을 개종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사랑의 마음을 갖는 것이다.

사회가 이런 아가페적인 마음을 갖는다면 청년실업과 노인 고독사도 어느 정도 해결되지 않을까. 사랑은 관심과 배려에서 출발할 테니까.

신앙이란 비타협적인 게 아니며, 오히려 타자를 존중하는 공존의 상황 속에서 성장한다는 사실이 확고하게 받아들여졌습니다. 신자는 교만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진리가 그를 겸손하게 만듭니다. 그가 진리를 소유하는 게 아니라, 진리가 그에게 입을 맞추고 그를 소유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본문 중에서)

젊은이들이 겪는 청년 실업과 노인들의 고독사, 개선되지 않는 사회문제, 자기 배만 불리는 교회지도자에 대한 비판에 대한 날선 돌직구들이다.

교황은 무신론자의 양심의 가치에 대해서도 인정하고 있다.

 

이 책은 교황의 회칙인 <신앙의 빛>에 대한 질문과 답변으로 이루어져 있기에 다분히 신학자적인 관점, 교리적인 해석에 대한 이야기가 즐비하다.

1부에는 스칼파리가 무신론자로 교황에게 던진 질문과 교황의 답장, 두 사람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고, 2부에는 <라 레푸블리카> 지면 위에서 펼쳐진 이탈리아 신학자인 비토 만쿠조, 스페인 의학박사이면서 교황청 공보실 대변인이기도 했던 호아킨 나발로 발스, 밀라노의 암치료 권위주의자인 움베르토 베로네지 등 세계 지성인들의 토론이 실려 있다.

 

13세기 아시시의 성인 프란치스코를 닮고자 이름을 프란치스코로 바꾼 취지처럼, 사치스럽고 호화스런 권력을 버리고 청빈과 겸허, 평화와 사랑의 도구로 쓰임 받기를 바라는 교황의 진정성을 볼 수 있었다.

    

지도자에 대한 존경은 어디서 오는 걸까.

존경은 지도자의 종교 지도자로서의 세상에 대한 관점, 스스로의 말에 대한 언행일치, 의견이 서로 다른 무신론자들에 대한 이해와 관용, 누구와도 소통하려는 적극적인 의지. 현실을 마주하고 선으로 바꾸려는 행동에서 올 것이다.

 

종교 조직의 수평적인 구조를 원하는 교황이다. 그의 목회활동, 빈민구제, 선교 활동, 교육 활동에 대한 일관된 생각들이 일상에서도 실천되고 있기에 진정성이 있어 보인다. 모든 종교 지도자들의 모델을 보는 듯하다. 종교를 가진 세계 대부분의 종교인들만 달라져도 세상은 살만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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