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양희의 시의 숲을 거닐다 - 시에서 배우는 삶과 사랑
천양희 지음 / 샘터사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천양희의 시의 숲을 거닐다/천양희/이은호/샘터]시인 천양희의 문학의 숲~

 

 

우와~

시나 에세이, 그림이 함께 있는 책이다.

명품의 시와 천양희 시인의 멋들어진 시에 얽힌 이야기, 이은호 화가의 그림들이 조화를 이루어 품격 있는 인생 통찰을 보는 듯하다. 삶이 시 같다면 깊은 내면을 지니지 않을까. 인생이 그림 같다면 섬세한 통찰을 지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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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위의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적은 시내는 굽이굽이 누구의 노래입니까.

-한용운 <알 수 없어요>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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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해 한용운의 시는 자연을 보는 시선이 언제나 섬세한 구도자의 모습이다.

전원시 <목신의 오후>를 쓴 스테판 말라르메. 시 제목은 정말 많이 들었지만 말라르메의 이야기는 처음 접한다.

그는 14세 때부터 습작한 프랑스 상징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시인이다. 프랑스 시의 역사상 가장 난해한 시인으로 꼽힌다. 난해하면서도 형식적으로 가장 완벽한 시를 쓴 시인이다.

 

...내가 꿈을 사랑하였는가...목신이며 환각은...눈물 젖은 샘처럼...서둘러 빠져나가려는 유일한 바람은 주름 한 자락 움직이지 않는 지평선에서... 피리소리 태어나는 느린 전주에...저 날아가는 백조의 떼들...이 순진함으로 그대들 가운데 하나가 되련가...(중략)내 너를 찬미하노라...이 숲; 황금빛으로 잿빛으로 물드는 시간에...불 꺼지는 나뭇잎들에서는 축제가 열광한다...비어 있는 마음과 무거워지는 이 육체는...대낮의 오만한 침묵에 뒤늦게 굴복한다....태양을 향해 나는 얼마나 입 벌리고 싶은가~ 한 쌍이여, 잘 있어라. 그림자 된 너의 그림자를 내 보러 가리라. (본문 중에서)

 

그는 보들레르 시에서 영향을 받았다. 앙드레 지드, 폴 발레리, 폴 클로델 같은 작가들의 스승으로 존경받았다. 그와 친했던 화가 뭉크는 <말라르메 인상기>를 남겼고, 그의 글은 많은 시인들의 찬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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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했지만 행복했던 천상병 시인. 그의 시 <행복>은 우리에게 행복의 의미를 속삭인다.

 

나는 세계에서

제일 행복한 사나이다.

 

아내가 찻집을 경영해서

생활의 걱정이 없고

대학을 다녔으니

배움의 부족도 없고

시인이니

명예욕도 충분하고

이쁜 아내니

여자 생각도 없고

아니가 없으니

뒤를 걱정할 필요도 없고

집도 있으니

얼마나 편안한가.

막걸리를 좋아하는데

아내가 다 사주니

무슨 불평이 있겠는가.

더구나

하나님을 굳게 믿으니

이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분이

나의 빽이시니

무슨 불행이 온단 말인가!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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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자 번역가, 평론가였던 천상병 시인은 고등학교 2학년 때 <죽순>지에 시 <피리>를 발표했고 스승이던 김춘수 시인의 추천으로 시인이 되었다고 한다.

37세의 나이에 동백림 사건에 연루되어 옥고를 치렀고, 그 후유증과 음주, 영양실조 등이 겹쳐 길거리에서 발견되었고, 행려병자 취급을 받았다. 그가 시립병원에 입원했다는 사실을 몰랐던 문인들은 유고시집 <>를 발간하기도 했다니. 이런 어처구니가.

슬픈 역사의 희생양이 되었던 그는 가난 중에도 행복을 노래한 선한 시인이었다.

 

자음과 모음이 헤쳐 모이기를 반복하며 꽃으로 향기로 거듭나는 시어들이 영혼을 흔들어 놓는다. 샘물처럼 참을 수 없는 시인들의 용솟는 열정에 가슴 뜨거워지는 체험을 하게 된다.

이 책은 시를 위해 살다간 세상의 시인들에게 바치는 산문이 아닐까.

 

이 책은 200410월부터 20058월까지 조선일보 <문학의 숲>에 실렸던 시와 시인의 이야기를 정리한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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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좋은 그림, 좋은 이야기와 함께 한 좋은 시간이었다.

삶이 허무하게 느껴질 때, 삶이 피로하게 느껴질 때, 삶이 불행하다 느껴질 때 시를 음미한다면 힘을 얻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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