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세계를 스칠 때/정바비/RHK]싱어송라이터 정바비 산문집~

너의 세계를 스칠 때 - 정바비 산문집
정바비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6월

[너의 세계를 스칠 때/정바비/RHK]싱어송라이터 정바비 산문집~

연두 빛깔 표지를 덮고 있는 8개 천공이 뚫린 화사한 주황색 겉표지가 감각적이다. 감 홍시를 연상하게 된다. 표지 남자의 자전거가 내 가슴 속에 들어온다. 무슨 광고처럼. 표지도 제목도 무척 감각적이기에 가을에 썩 잘 어울리는 한 권의 책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제목을 보고 첫 장을 넘기면서 연애에 대한 고수의 에세이인 줄 알았다.

패배로서의 연애보고 싶다는 말, 나를 거절하는 당신에게 등의 작은 제목들에서 연애 고수의 체험담을 기대하게 했으니까. 어쨌든 심리학자의 연애심리를 다룬 책도 아니고, 고수들의 카사노바적인 연애기술을 다룬 책도 아니다. 감성적인 젊은 작가가 느끼는 세상살이에 대한 언어유희다.

짧은 에세이들이기에 짬짬이 시간 나는 대로 읽으면 좋을 산문이다. 깊은 사유가 필요한 것이 아니기에 일상에서 일어난 일화들에 관한 잡문잡설이랄까.

끌리는 대로 읽게 된다. 생각이 다른 글은 그냥 패스하며 읽게 된다. 세대 차이인 걸까. 생각이 많이 달라서 많은 부분을 패스하게 된다. 세상은 다양한 생각을 지닌 인간들의 집합임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책을 읽다가 급기야 중간 멈춤을 하고 말았다. 인터넷 검색을 했다. 정바비가 누군지. 인디밴드 그룹 줄리아 하트와 가을 방학의 멤버이면서 싱어송라이터라고 한다. 핸섬 가이다. 전혀 모르는 낯선 인디밴드, 인기가 꽤 있나보다.

왠지 노래 가사를 지으면 잘 할 것 같은 예감이 드는 산문이었는데……. 자작곡이 가능한 가수였구나.

   

남자가 느끼는 연애에 대한 감정, 책과 영화에 대한 작가의 시선이 독특하다. 미신과 종교에 대한 생각, 일상에 일어나는 소소한 이야기까지 담았다. 음악이야기에선 역시나 가장 열정적으로 느껴진다. 이 정도는 돼야 감수성 충만한 창의력을 발하는 걸까. 싱어송라이터가 되려면 늘 신선한 감각이 필요하겠지. 남과는 다른 그 무엇이.

음악에 대한 남다른 열정이 돋보이는 감성 에세이다. 언어유희를 즐기는 감각적 산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