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대 선비들의 생활사 인간사랑 중국사 3
쑨리췬 지음, 이기흥 옮김 / 인간사랑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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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고대 선비들의 생활사/쑨리췬/인간사랑] 중국 고대 선비들을 통해 선비정신을 보다~

 

 

선비라면 예와 문을 두루 사랑하고, 명분과 이념을 강조하며 절제력 있는 옛 지식층을 말할 것이다. 그러하기에 선비정신이라는 말에는 다분히 긍정적인 평가가 들어있다.

중국 고대 선비들과 조선의 선비들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유학을 국가의 기본으로 하던 조선이었으니까.

 

선비에 대한 호칭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선비는 어떤 사람들일까. 선비들이 사회에 미친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중국 고대 선비들의 생활사>를 출판사로부터 선물로 받으면서 많은 궁금증으로 가슴이 부풀었다. 역사를 좋아하기에 기대 가득해서 펼쳤던 책이다. 역시 기대 이상의 책이었다. 648쪽에 이르는 책 속에 여태 접하지 못했던 중국 선비들의 이야기가 세밀화처럼 자세하고 풍부하게 나와 있었다. 읽으면서 내내 책을 보내주신 분께 감사하며 읽었다.

 

선비()는 어떤 사람들일까.

원래는 귀족 부녀자도 선비라고 함께 칭할 수 있었지만 선진시기에는 젊은 남자를 가리키기도 했다고 한다.

상과 주 시대에는 무장한 병사나 각급 귀족에 대한 통칭으로 쓰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시기의 선비들은 지식과 기능을 두루 갖췄지만 엄격한 신분등급제였기에 실력을 펼칠 수 없었다.

 

치열한 변혁의 시대인 춘추전국 시대에 오면서 국가적으로 지식과 지략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면서 선비는 자유로운 신분, 예우를 받는 신분이 되었다. 선비들은 점차 자신만의 정치적 주장을 펼치면서도 도의를 지키는 지식층으로 인식이 되었다. 각자 개성이 뚜렷했던 선비들은 유가, 묵가, 법가, 음양학, 명가, 병가 등 수많은 유파를 이루면서 서론 논쟁하는 백가쟁명의 시대를 만들었다. 이 시기에 선비들은 정치, 경제, 문화, 문학가, 사상가 등 각 분야로 진출하면서 중국의 사상과 문화의 발전을 이루었다. 이들은 자신의 주장을 펼치면서도 대부분은 권력이나 물질에 혹하지 않았다. 책이 아주 귀했던 기원전이었는데도 학문과 사상이 발달할 수 있었던 이면에는 선비들의 경쟁도 작용했으리라.

 

이후 여러 시대를 거치면서 선비()는 독립된 계급이 아니라, 고대 중국의 지식인에 대한 일종의 호칭으로 儒生이나 文人을 일컫게 된다. 선비는 광범위한 분야에서 문화전파와 사회 활성화에 기여했으며 무엇보다도 지식과 정의라는 부분에서는 강력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지금은 선비의 의미가 유학자이자 문관이고 시인의 품격을 갖춘 지식인 정도라고 항 수 있다.

 

중국 고대 선비의 품격은 어땠을까.

선비들은 역사에 대한 강한 사명감과 우환의식을 지녔기에 적극적인 사회참여를 했다.

이들의 청렴한 생활, 공정한 법 집행, 깨끗한 관리, 사회에 대한 책임감, 위기에 대처하는 용감한 헌신 등은 사회 질서 유지의 버팀목이 되었다.

 

선비들의 이상형은 각 유파마다 차이가 있다.

유가의 이상적인 인격은 군자나 성인의 경지였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를 가치로 여겼기에 정치적인 인격에 오르는 것이었다. 도가의 이상적인 인격은 자연주의다.

 

선비들에게 있어서 독서는 빼놓을 수 없는 일이었다. 매일 독서를 하는 입장에서 가장 끌렸던 부분이다.

선비들의 독서는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로 확장되었고, 지식과 문화의 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다.

 

전기가 없었던 시절, 선비들은 어떻게 책을 읽었을까.

옛 이야기 속에서 접할 수 있는 이야기들인데.

광형은 벽에 구멍을 뚫어 이웃집의 불빛을 빌어 책을 읽었고, 손강은 가난하여 눈빛에 비추어 독서를 했고, 차윤은 반딧불을 주머니에 모아 그 불빛으로 책을 읽었다니.

소진은 잠을 쫓기 위해 송곳으로 자기 넓적다리를 찔렀고, 손경은 잠을 쫓으려 자기 머리와 들보를 끈으로 연결해 책을 읽었다니, 정말 대단한 독서열이다.

독서의 공리적인 측면, 출세의 도구, 인격 수양의 도구임을 솔직하게 말하고 있다.

-독서야말로 만 배의 이익을 주는 것이다.(본문 중에서)

 

아침에 땔감을 해주고 남의 책을 빌려보는 정신자세, 책을 베껴서라도 소장하고 싶었던 선비들의 이야기는 책이 풍부한 우리들에게 울림을 주고 있다.

 

당대의 대문학가 한유는 그의 손에서 책이 떠난 순간이 평생 한 번도 없었다니. 선비들의 삶에서 독서는 일상의 중요한 일부였다.

책을 읽고, 책을 모으고, 책을 베끼는 삶, 평생을 부지런히 익히고 배웠던 선비들의 이야기 속에서 형설지공과 남아수독 오거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시야를 넓혀주고 알아가는 즐거움을 주는 독서에 대한 옛 이야기들이 독서의 소중함을 새삼 깨치게 된다. 책 좋아하는 버릇, 나도 고칠 이유가 없음을 새삼 공감하며 읽은 부분이다.

 

위진 시대 선비들의 삶의 특징에는 특별히 노장사상이 바탕이 되고 있다고 역사책에서 배웠는데. 선비들이 정치투쟁의 희생양이 되자, 세상을 피해 은둔하는 풍조가 성행이었던 시절이었는데.

위진 시대는 혼돈의 시대였기에 이 시대의 선비들은 세속에 구애됨이 없이 대범하게 자신의 방식대로 살았고, 자아의식이 강해 삶과 죽음에 대한 각성이 뚜렷했으며, 심지어는 재앙을 피하기 위해 약을 먹고 술을 흠뻑 마시는 풍조가 있었다고 한다. 자신의 뜻을 펴지 못하고 세상을 피해 살아야 했던 선비들의 안타까움을 볼 수 있었던 시대다.

 

책 속에는 선비들의 과거시험 풍경, 과장의 풍경들, 선비의 수수한 복식, , 고기, 생선, 만두, , , , 채소 등 음식과 관련된 일화들, 주거생활, 자연을 본뜬 개인용 원림, 산천유람의 취미, 선비들의 회합과 결사, 선비와 금기서화, 제 뜻과 제멋에 살고자 했던 독특한 위진 시대 선비들의 생활 등 풍부한 사례들이 즐비하다. 다른 책에서 소소하게 접했던 선비들의 삶이 총정리되는 기분이랄까.

 

선비들의 높은 지식수준, 꾸준한 독서, 나름의 취미생활, 고집스런 주관, 솔직하고 호방한 성격, 멋과 품위를 중시하는 가치관, 개성과 다양성, 문과 예가 함께하며 자연을 즐기는 풍류, 고상함과 운치, 지식과 오락, 음악을 함께 즐기는 금기서화(琴棋書畵), 강렬한 사회참여의식, 사회적인 책임감 등에 대한 일화들을 접한 책이다.

 

사회적 풍조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선비들의 삶에는 책과 문화, 높은 정신력, 이상과 가치가 함께 함을 알게 된 책이다. 세속 정치에 참여해 자신의 이상을 펼치려는 적극성도 있고, 세속에 초연하기도 했던 선비들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선비정신을 다시 정리해보게 된다.

 

 

지식을 생활 속에 녹이고자 했던 옛 선비들, 정치가, 사상가, 문학가, 군사전략가가 되어 자신의 이상을 펼치고자 했던 선비들의 실천력과 과감한 행동력을 접하면서 안다는 것은 실천하는 것임을 새삼 되새기게 된 책이다.

기대 이상의 내용들이기에 소중하게 곁에 두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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