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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내면 풍경 - 한국은 일본을 너무 모르고, 일본은 한국을 너무 잘 안다
유민호 지음 / 살림 / 2014년 8월
평점 :
[일본 내면 풍경/유민호/살림]일본을 알아야 일본을 이긴다!
일본에 대한 뉴스보도를 볼 때마다 장점이 분명 많지만 이해할 수 없는 일본이라는 생각이 든다. 도대체 일본의 민낯은 무엇일까.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민족이기에 그 속으로 들어가야만 제대로 알 수 있을까. 독도문제나 역사왜곡의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일본에 대해 감정으로 덤비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처럼, 일본을 제대로 알아야 승산이 있는 게임을 할 수 있기에 늘 일본이 궁금했다.
한국은 일본을 너무 모르고, 일본은 한국을 너무 잘 안다!
표지에 적힌 문구에 동감이다. 일본의 개화기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무서운 민족이라는 생각이 든다. 선진화되기 위해 온 나라가 유럽의 선진 문명을 동경하고 공부할 정도였고 온 국민이 책을 통해 개화를 앞당기려는 열의가 대단했다는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섬뜩한 기운마저 느끼기도 했다.
이기는 야구를 추구하는 한국 스타일과 비기는 야구를 추구하는 일본 야구 스타일.
이기는 야구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정신과 육체를 바탕으로 지금 당장 승부를 걸어 끝장을 내는 것이다. 하지만 비기는 야구는 약점을 보강하는 전략으로 수동적이고 수비적인 자세를 취한다. 한국이 돌직구, 강속구, 스트라이크, 삼진, 홈런, 장타 등으로 화끈하고 박력 있다면 일본은 포볼, 진루, 번트, 커브, 슬라이드, 범실타, 기록 작성 등으로 끈기와 준비성이 있다.
가깝고도 먼 나라인 이웃 일본은 이렇게 스포츠에서도 많은 차이를 보인다.
일본 사회와 조직은 ‘공기’에 의해 결정된다고 한다. 공기란 한 개인이 나서서 주장하고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분위기와 흐름 속에서 의사를 결정하고 집행되고 평가된다는 것이다.
가령, 어떤 공기가 지배하면 일본인 대부분이 빠르게 반응하고 또 적응한다. 속도가 빠른 것은 물론, 공기에 의해 결정된 결과를 신속하게 집행한다. (본문 중에서)
메이지유신 이후 1945년 패전까지, 국가적·군사적 이슈의 공기론 정점에는 천황이 있었다. 그들의 신적인 존재인 천황을 앞세워 사회·문화·정치·경제·군사 문제까지 주도했던 시기였다.
태평양전쟁 패전과 함께 천황이나 국가에서 회사인 토요타, 히타치, 미츠비시 등으로 넘어갔다. 회사가 국가에 우선하던 시기였다. 버블경제(1985년부터 1991년까지 지속된, 일본의 고도성장기 가운데 하이라이트에 해당하는 시기)가 끝나면서 회사에서 한층 작은 단위인 학교나 조직으로 넘어갔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공기의 흐름을 잘 파악하지 못하면 이지메의 맛을 보는 을로 전락했다. 갑이 되려면 전체적인 공기의 흐름을 따라가야 했다.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 이후 현재까지 일본은 ‘국가’라는 공기가 주도하고 있다.
국가 차원의 절전운동, 고통을 감내하는 분위기, 그렇지 않으면 따돌림을 받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공기의 문제는 공기가 갖는 무책임성이라는 거다. 책임 소재의 애매하기에 누가 책임을 지지 않는다. 책임자가 없다는 것은 잘못된 공기일 경우 극단으로 치달을 수 있는 것이다.
일본 지식인과 미디어를 통한 왜곡된 역사의 문제 역시 공기의 문제다. 역사왜곡은 조직적 체계적으로 이뤄지면서 교과서에 등장하기도 하고 국제문제에 나서기도 한다. 역사 왜곡이 소수의 국우주의자만의 문제가 아니며, 일부 정치가들의 착오가 아니라는 얘기에 정신이 번쩍~~든다.
저자는 일본에서는 오바마식의 리더십은 필요 없다고 한다. 전체의 뜻을 모은 무언의 커뮤니케이션과 공기가 방향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옳고 강해도 공기의 흐름에 위배된다면 집단 이지메 대상이다.
공기론은 아베가 등장한 이후 일본의 핵심 키워드라고 한다. 공기는 현재 일본을 주도하는 극우 열풍의 근원이다.
주신구라와 백호대 이야기를 어릴 적부터 듣고 자라는 일본의 아이들은 개인보다 집단을 우선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그 결과 개인이 집단에 들어가는 순간 일 잘하는 집단 조직원이 되는 것이다.
미국의 동의 없이 일본의 급속한 우향우정책은 불가능하다.
군사외교 분야에 관한 일본의 능력은 사실상 미국에 의해 전면 통제되고 있다고 한다.
상식적인 얘기지만, 미일군사동맹은 구소련 공산권으로부터 자유 진영을 수호하자는 의도와 함께, 일본 자체를 묶어두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가속화되고 있는 일본의 우향우 방침은 미국의 동의, 나아가 그들의 전면적인 지지 하에 탄생한 것이다. (본문 중에서)
한미일 3국 군사동맹은 중국을 겨냥하는 발상이다. 미국의 중국견제를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또한 미국은 전쟁 주범인 일본을 결코 잊지 않고 있기에, 일본이 미국을 넘어서거나 독자노선으로 가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일본에 쏟는 관심의 1할만 워싱턴 내 미일관계에 돌려도, 앞으로 한국에 닥칠 시련의 정도가 크게 약화될 것이라 확신한다. 베이징, 파리, 런던, 모스크바에 주재한 일본인 외교관과 기자들이 워싱턴에 몰리는 이유를 우리는 알아야 한다. (본문 중에서)
미국이 일본의 독자적 무기 수출을 용인하는 이유가 점점 위협적인 중국에 대한 견제라는 사실에 강대국의 이기적인 전략을 보게 된다. 일본을 안다는 것은 일본을 포함한 미국과의 관계, 세계정세의 흐름도 함께 봐야 제대로 알 수 있다는 말일 것이다.
어느 나라보다도 공기를 읽어야 출세를 하는 일본임을 처음 알았다. 일본의 공기를 알아야 일본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다는 말에 생각이 많아진다. 그런 공기 흐름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탄탄하고 두터운 중류층을 만들었을 것이다. 중간층의 안정은 변화에 대한 적응도를 높이고 대중화나 전국화 시키기에 유리했을 것이다.
그렇게 오랜 세월 구축된 일본의 집단 문화가 공기로 나타난 것이리니. 어쩌면 그들의 유전자도 집단화가 내재되어 있으리라. 습관이 반복되면 대물림이 되니까.
저자는 반일이나 친일이 아닌 지일을 넘어 극일을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알아야 이길 수 있는 것이다. 반일감정에 휘둘리기보다 일본을 알기 위해 공부가 필요함을, 극일을 위해 미국의 정계를 주시해야 함을, 미국과 일본의 동맹강화가 중국의 견제에 있음을 깨치게 된 책이다. 일본이 공기로 움직인다면 세계사도 흐름으로 움직이지 않을까. 세계사의 대세는 지금 누구일까. 앞으로 중국이 G1이 될까. 만만치 않은 미국인데......
저자의 열정이 느껴지는 책이다.
저자는 SBS 보도국 기자를 거쳐 일본과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 125개국을 누비고 다닌 유민호다. 그는 세계를 여행하면서 미얀마의 아웅산 수치, 인도의 마더 테레사, 티벳의 달라이 라마 등을 직접 만나서 취재한 기자다.
SBS보도국을 퇴직한 이후 일본 마쓰시타정경숙에 한국인 최초로 입숙해서 일본의 문화와 세계관을 분석했으며 국제 정세의 흐름을 감지하기도 했다. 다채로운 시각과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을 깊이 이해하기 위해 지금은 워싱턴에 머물며 세계정세의 흐름을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