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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서약 - 떠날 때 울지 않는 사람들
최철주 지음 / 기파랑(기파랑에크리) / 2014년 7월
평점 :
[이별서약- 떠날 때 울지 않는 사람들/최철주/에크리]죽음에 대한 현장 리포트
메멘토 모리.
네가 죽을 것을 기억하라는 라틴어다. 삶의 종점은 죽음이기에 늘 죽음을 염두에 두고 살라는 뜻이다.
누구나 삶의 마지막 목표는 고통 없이 편안하게 죽는 것이리라. 하지만 삶은 소망대로 흘러가지 않는 법이다. 운명처럼 살다가 편안하게 맞는 죽음도 있고, 고통 속에 몸부림치는 죽음도 있다. 이른 죽음도 있고, 갑작스런 죽음도 있다.
말기 암 환자가 되어 고통 속에 있다면 마지막을 연명치료로 보낼 것인가. 아니면 고통을 받더라도 가족과 함께 추억을 나누며 죽을 것인가. 갑자기 죽음과 마주한다면 누구나 당황스러울 것이다. 웰다잉은 죽음을 준비한 자에게 주어지는 선물 같은 것이리라. 모든 일에는 준비과정이 필요하듯, 죽음에 대한 준비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별서약.
언제부턴가 웰다잉에 관한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만큼 웰다잉이 요즘의 화두라는 의미 일 것이다. 잘 죽는 것 즉, 웰다잉에는 사전 건강체크, 존엄사에 대한 자신의 의견 적기, 사전의료의향서, 유언장 작성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그렇게 삶의 마지막을 미리 준비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 준비를 하는 것이다. 죽음 앞에서 당당해지고 슬퍼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저자는 자궁경부암에 걸린 딸이 권한 호스피스 아카데미 교육을 받으면서 편안한 죽음에 대한 강사로 살고 있는 최철주다. 그는 국립암센터가 국내 여러 병원의 의료진이나 성직자 등에게 시행하는 특별교육을 받으면서 좋은 죽음에 대한 전문 강사가 되었다고 한다.
딸을 먼저 보내고 그 슬픔을 이기지 못한 아내마저 난소암 말기 판정을 받게 되면서 웰다잉을 전하고 있다고 한다.
웰다잉에는 건강체크, 사전의료의향서 작성, 유언서 작성, 자원봉사하기, 추억물품 보관하기, 장례계획 설계하기, 자서전 쓰기, 고독사 예방 등이 있다고 한다. 특히 사전의료의향서에 삶의 마지막 순간에 인공호흡기 사용과 심폐소생술 시술을 거절한다는 서명을 하는 것이다. 죽은 후에도 울지 말 것을 당부하는 것도 있다. 미리 예고된 죽음, 장례식이기에 슬픔보다는 고인을 추억하는 마음이 더하지 않을까.
산소호흡기로 생명을 연장하던 김 할머니 문제로 존엄사 논란이 빚어지면서 한때 웰다잉 문제가 화두가 된 것을 기억한다. 그 이후로 웰다잉을 돕거나 실천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고 한다.
낯선 곳에 버려진 다운증후군 아이를 키우는 꽃동네 최효숙 간호사. 그는 미혼의 자원봉사자로 전신마비의 리노를 간병한다. 자신도 신장 투석을 받으면서 리노의 엄마가 되어 사랑을 펼치고 있다. 옆에 있는 정신장애까지 있는 중학생 환자의 멘토도 자처하며 삶이 다하는 날까지 봉사의 삶을 살겠다고 한다. 마지막 열정까지 사랑과 봉사로 불태우는 삶이기에 대단해 보인다.
삶이 만든 둘도 없는 발명이 죽음이다. 죽음은 삶을 변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오늘 하고 싶은 일을 오늘 하라. (41쪽)
스티브 잡스도 웰다잉을 실천한 죽음 교육 전도사였다.
불교의 교리를 따르던 그는 윤회설을 믿었기 때문일까. 자신의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이며 죽음을 준비하는 모습은 의연하기까지 했는데.
세 살 된 딸을 뇌종양으로 보내고 고등학교 교사직을 그만 둔 정은주 교사.
그녀는 죽음과 마주하면서 죽음교육의 필요성을 느꼈고 편안하게 죽음과 마주하게 하려면 학교현장에서 죽음교육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삶에 대한 교육만큼이나 죽음에 대한 교육도 중요하다는 데 동감이다.
책에서는 김 할머니의 존엄사 문제, 인위적인 치료를 하지 말라던 김수환 추기경의 웰다잉 선물, 작가 복거일, 장영희 교수, 김점선 화가, 역사학자 박병선, 소설가 최인호, 존엄사를 선언하는 말기암 환자들에 대한 웰다잉 이야기가 가득하다. 죽음을 마주한 이들에 대한 현장 리포트다.
죽음마저 산소호흡기로 연명하고 고통 속에서 약물 속에서 죽어가야 하는 현실을 선택할 것인가. 병원의 이익을 위해 죽음을 앞 둔 이들을 중환자실로 옮긴다는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기에 공감이 가는 내용들이다. 죽음마저 휘둘리고 싶지 않다면 우리 모두가 알아야 할 웰다잉이다.
마지막을 중환자실에서 손발이 묶인 채, 복잡한 기계장치에 둘러싸여 있다면 생명연장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더구나 가족들이 편안하게 떠나시게 하고 싶다고 해도 주치의는 인공호흡기를 떼면 자기가 살인자가 되는 거라며 들은 척도 않는 현실이다. 그러니 미리 사전의료의향서를 작성해야 한다고 한다.
누구나 고통 없이 편안한 죽음을 원할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 몸을 불사르는 고통이 와도 기계에 둘러싸여 무의미한 하루를 보내기보다 자신의 집에서 가족과 추억을 나누며 마무리하고 싶지 않을까.
말기암 환자의 무의미한 연명치료가 병원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중단되어야 할 것이다. 양심적인 법, 양심적인 의료인들을 기대한다.
가족과 함께 마지막을 보내기를 바라는 마음은 죽음의 질을 높이고 싶은 환자들의 바람이 아닐까.
인간은 세상에 혼자 왔듯 혼자서 가야 한다. 죽음을 앞에 둔 이들의 하얀 침묵 속의 검은 슬픔을 보며 병원의 이기적인 모습, 법을 만드는 이들의 안일함, 죽음을 불안과 상실로만 보는 우리의 선입관을 생각하게 된다.
죽음 앞에 누구나 두려울 것이다. 그래도 미리 준비를 하고 대비를 한다면 마음이 평화롭지 않을까. 고통이 줄어들지 않을까. 이별서약은 삶을 위한 서약이라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