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한창훈 자산어보 세트 - 전2권 - 내 술상 위의 자산어보 +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 한창훈 자산어보
한창훈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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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내 술상 위의 자산어보/한창훈/문학동네]섬에서 태어난 작가의 바다 이야기~

 

거문도에서 태어난 작가 한창훈이 물고기로 가득한 바다 이야기를 썼다.

자산어보는 정약용의 둘째 형 정약전이 흑산도에 유배 갔을 때 물고기들의 종류와 특징에 대해 정리한 책이다.

 

저자인 한창훈은 현대상선 컨테이너선을 타고 부산-인도-두바이, 홍콩-로테르담에 이르는 두 번의 대양 항해를 동료 작가들과 함께 떠났다. 2013년에는 아라온호를 타고 북극해를 다녀왔다. 이 책은 그 결과물이다.

 

바다를 항해하다보면 보이는 건 바다요, 들리는 건 파도소리겠지,

지구가 아니라 수구(水球)라든지 푸른 물방울덩어리, 푸른 물방울 행성이라는 표현을 보니, 과연 시인답다. 물이 지구의 70%를 차지하니 지구는 물방울 행성인 셈이다.

바다는 11월이 가장 아름답다니, 유난히 맑고 파란 바다를 구분해 낼 줄 아는 저자는 역시 섬과 바다의 사나이다.

 

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거리가 필요하다. 바람과 햇살과 빗방울이 지나가는 공간을 꽃과 나 사이에 마련해두는 것. 그 대상을 통해 꽃을 바라보는 것. ‘넌지시의 태도를 유지하는 게 통째로 풍경이 되는 것.(16)

 

대상을 이해한다는 게 시간의 거리와 공간의 거리가 모두 필요할 것이다. 전체적인 조망도 필요할 것이고 세월이 지나봐야 참된 모습을 알게 된 터이니.

그렇게 시공의 거리가 삶에는 필요한 것이리라.

이 행성의 특산물은 눈물이고 인간은 우는 종족이며 인간이 사는 푸른 물방울 행성은 신의 눈물방울 행성일 거라는 논리가 시적이다.

 

열한시에 가늘고 길게 늘어진 노을이 생겼다.

열두시에는 노을이 지고 있다.

젠장, 배는 안 가려고 하고 해는 안 지려고 한다.

여기서는 노을은 지는 게 아니라 그냥 있다.

백야가 시작된 것이다. (271)

 

북극의 백야를 경험한 적이 없기에 늘 해가 뜰 때의 일출 장면과 해가 질 때의 노을 지는 장면이 궁금했다. 지평선 아래로 지지 않는 노을이 그대로 지속되는 백야의 밤. 실제로 본다면 정말 신기할 것 같다. 동요 <노을>과 어울리진 않겠지만 형편에 맞게 개사해서라도 부르고 싶지 않을까. 백야의 밤에 말이다.

 

날짜변경선을 지날 때 하루를 벌거나 하루를 잃어버리는 현실은 나라변경선 아래에서만 가능한 미스터리임을 처음 알았다. 이론으로 알고 있던 사실을 실제로 체험하는 기분은 어떨까. 비행기가 아니라 배 위에서라면 더 신기하지 않을까.

 

이 책은 바다에 대한 나의 대답이다.

더군다나 술은 바닷물과 더불어 가장 가깝게 지낸 액체이며 무언가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나는 오늘도 바닷가에서 술잔을 든다.(21)

    

 

바닷가에서 산 적이 없지만 어쩌다 보는 바다는 신비하고 아름답다. 때로는 위대하고 때로는 무섭기까지 하다.

내가 바다가 아름답게 여기는 이유는 바다색이 하늘을 담은 색이지만 바다만의 독창적인 푸른 빛깔 때문이다. 넓고 깊은 바다 속에 무궁무진한 생물과 광물의 또 다른 세상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바닷가에서 마시는 술맛은 어떨까. 취했을 때 아름답게 보이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바닷가에서 마시는 술맛은 여름밤이 좋을까, 아니면 겨울 저녁이 좋을까. 궁금해지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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